항상 마음속으로만 가봐야지 생각하다가 오늘에야 종로로 나섰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힘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 지독한 혼란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 자리에 더 있고 싶었으나 내일도 등교해야 하는 나는 막차들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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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7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탄 2008-05-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화이팅입니다!
 

[시사넌센스] 영혼 없는 유령이 배회한다

▣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유령 하나가 반도 남쪽을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의 재주는 영혼 없는(혹은 없도록 강요받는) 무리들을 홀리는 것. 유령은 모든 걸 바꾸라며 피리를 분다. 그리고 반도 남쪽은 가락에 맞춰 춤을 춘다. 행정안전부는 이전 정부의 훈령과 지침 등을 한꺼번에 폐지하기로 했고, 교육과학부는 ‘좌편향된’ 사회·역사 교과서를 바꾸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13세기 독일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약속을 위반한 위정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피리 소리로 마을 아이들을 꼬드겨 데려갔다. 반면 21세기 반도 남쪽 유령의 피리 가락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함인가. 유령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으로도 모자라 ‘일찍 일어나는 새’ 바람까지 일으킨다. 순진하게 ‘피리 사내’를 뒤따랐던 아이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유령이 데려갔나.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반도 남쪽에서 사라졌다. 5월15일 저녁 8시50분 인천공항. 서울·경기·인천 지역 이주노조의 토르너 림부(네팔) 위원장과 압두스 사부르(방글라데시) 부위원장은 방콕행 비행기에 강제로 태워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에게 붙잡혀 청주보호소에 감금된 지 13일 만이다. 지난해 11월 단속된 당시 지도부 3명이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도 강제 출국당한 아픈 경험이 있는 이주노조는 이번엔 더 다급하게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한 터였다.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는 표적 단속으로 이들의 인권이 침해됐는지를 가리기 위해 강제 출국을 유예하라는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으나 소용없었다. 이쯤에서, 영혼 없는 유령이라도 품음직한 의문이 든다. (1) 이주노조 합법화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1만여 미신고 이주노동자 가운데 하필 지도부 두명만 단속·감금되고 강제 출국당한 까닭은? 참고로,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서울지방노동청이 이주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건 부당하다며 신고필증을 내주라고 판결했다. (2) 정부 합동단속 이틀 만에 10여 명의 단속반원이 집 앞에 잠복하다 이들을 붙잡은 건 표적 단속일까, 아닐까?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사건을 이렇게 규정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적 노동권과 결사의 자유를 그들에게서 박탈하고, 전체 이주노동자들이 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려는 정부의 시도”라고.

반도 남쪽과 프랑스의 차이는 뭘까. 두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사라진 그날, 프랑스에선 5만여 명(주최 쪽 주장, 경찰 발표는 1만8천여 명)의 교사와 10대 고등학생들이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시위를 벌였다. 공공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교원을 대폭 감축하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 나라 학교의 학생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사와 교감들이 학생의 시위 참가를 막으러 나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다음날 서울시교육청은 중·고교 교감 670명과 장학사 222명 등 892명을 5월17일 촛불집회 현장에 내보내 학생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령이 보기에 학생부 교사들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경찰의 정보과 형사는 집회를 신고했다가 취소한 전주의 한 고등학생을 수업 중 불러내 겁주고, 임기를 보장받은 경찰청장도 시위대 겁주기에 여념이 없다. 카를 마르크스가 이 광경을 봤다면 이랬을까?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과 반도 남쪽의 인권을 걱정하는 촛불들이여, 단결하라. 잃을 건 사슬뿐이요, 얻을 건 세상이니.”

 

이주노조 토르너 림부 위원장이 결국은 강제 추방을 당하였다. 새로 들어서는 위원장마다 어김 없이 강제 추방이라니 이렇게 잔혹한 탄압이 또 어디에 있는가.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면서도 그들의 권리는 조금도 보장해 주려하지 않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가 정말 더럽다. 이번 사건으로 이주노조 운동이 주춤하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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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사는 사람들 -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
정순택 외 지음, 윤수종 엮음 / 이학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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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Minority)는 수적으로 적은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 수의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다. 예를 들면 대부분 사회에서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지만 남성과의 관계에서 여성은 소수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에서도 인구의 3/4이 흑인임에도 사회의 지배세력은 부유한 백인들이고 다수의 흑인들은 소수자다.

  누구든지 특정한 '권력의 배치 상황'에 위치하게 되면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남성과 여성과의 젠더 권력 관계에서 여성은 소수자다. 그러나 뉴욕의 부르주아 백인 여성과 케냐의 프롤레타이아 여성의 관계에서는 뉴욕의 여성은 '여성'임에도 다수자다.

  소수자는 표준화된 인간상을 거부한다. 이성에 입각해 설정된 '표준적 인간상'(백인-남성-어른-이성애자-자본가-권력자)은 표준적 척도로부터 이탈한 자들을 배제하고 타자화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수자를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규정하고, 조금 생각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소수자를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대상, 더 나아가 우리가 생각하는 표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끌어와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우리 시대의 소수자는 정말 다양하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트랜스젠더, 성매매여성 등 '우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그들은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동물처럼 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위의 책은 우리 시대의 소수자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알려주고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소수자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들은 정말 많다.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 불평등한 제도의 개선, 재정적 지원 등 어찌보면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소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주류적 척도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척도를 파괴하는 실천적 운동일 것이다. 소수자가 다수자의 질서에 편입된다고 해서 소수자의 문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천만의 말씀, 이러한 방식의 문제 해결은 또 다른 소수자를 만들어 낼 뿐이다.

  표준적 척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소수자가 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항의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연대'이다. 다수자/소수자, 동일자/타자의 경계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거대한 소수자들의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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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Minority)는 수적으로 적은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 수의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다. 예를 들면 대부분 사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지만 남성과의 관계에서 여성은 소수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에서도 인구의 3/4이 흑인임에도 사회의 지배세력은 부유한 백인들이고 다수의 흑인들은 소수자다.

누구든지 특정한 '권력의 배치 상황'에서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남성과 여성과의 젠더 권력 관계에서 여성은 소수자다. 그러나 뉴욕의 부르주아 백인 여성과 케냐의 프롤레타이아 여성의 관계에서는 뉴욕의 여성은 다수자다.

소수자는 표준화된 인간상을 거부한다. 이성에 입각해 설정된 '표준적 인간상'(백인-남성-어른-이성애자-자본가-권력자)은 표준적 척도로부터 이탈한 자들을 배제하고 타자화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수자를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규정하고, 조금 생각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소수자를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대상, 더 나아가 우리가 생각하는 표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끌어와야 할 대상으로 본다. 

우리 시대의 소수자는 정말 다양하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트랜스젠더, 성매매여성 등 '우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 그들은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동물처럼 사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래 다섯 권의 책들은 우리 시대의 소수자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알려주고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소수자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들은 정말 많다.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 불평등한 제도의 타파, 재정적 지원 등 어찌보면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소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류적 척도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척도를 파괴하는 실천적 운동일 것이다. 소수자가 다수자의 질서에 편입된다고 해서 소수자의 문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천만의 말씀, 이러한 방식의 문제 해결은 또 다른 소수자를 만들어 낼 뿐이다.

표준적 척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소수자가 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항의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연대'이다. 다수자/소수자, 동일자/타자의 경계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거대한 소수자들의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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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이맘 때였을 것이다. 당시 나는 이등병 중에서도 최고 막내였다. 그래서 온갖 잡일들과 심부름 도맡아 했는데 이 때문에 자유시간이 거의 없었다. 책은 읽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시집이었다. 무작정 건우에게 전화를 걸어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때 그가 보내준 것이 바로 안도현 선생님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었다.

소포로 책을 받은 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점호 전 짦은 틈을 이용해 책을 펼쳤는데 속지에 '웃자 -건우가'라고 씌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 위의 시가 펼쳐졌다. 행복했다. 절친한 친구가 쓴 글이라곤 '웃자'가 다였고, 겨우 3행 밖에 안되는 짧은 시였지만 이것들 때문에 길었던 군생활을 꾿꾿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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