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어서 그런지 숨어지내던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이 하나 둘 씩 들려오기 시작한다.
80명이 채 되지 않는 동창들 중에 벌써 세 명이 사법고시를 통과하였고,
두 명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로스쿨에 합격을 하였으며,
여려 명의 경영학도들이 CPA에 합격하였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의대생, 한의대생들만 열 명 가까이 된다.
이 외에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공채에 합격한 친구들도 꽤 있다.
동창들이 성공하고 잘 나가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이겠는가!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 위축되고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열등감의 부활인가
계속 커져만 가는 상류집단에 대한 거부감인가
아니면 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지쳐버린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무슨 생각으로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으로 어디에 서 있는가
성공, 명예, 부
신념, 진실, 정의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아!
내가 원하고 꿈꾸어 왔던 나는
맑고 깊은 눈을 가진
지혜롭고 총명하며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이 없는
평온하고 고요한 모습이었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반성하고, 좀 더 현명해지자
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