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의 스물 한 번째 돌이었던 10일 어제,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전국을 환하게 밝혔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고 변명같지만 마음의 촛불만을 밝혔다. 바로 다음날인 오늘 계층론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 주위의 지인들로부터 지금 위치가 어디냐는 전화를 꽤나 많이 받았는데, 당연히 내가 현장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시험 때문에 나가지 못했다는 대답을 하기가 너무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학기가 끝나간다. 오늘은 계층론 시험을 보았고, 정치사회학 수업도 공식적으로는 종강을 하였다. 군 제대 후의 첫 학기여서 부푼 의욕을 가지고 출발을 하였는데 결승점에 다다르기까지 너무도 많이 넘어졌던 것 같다. 아니, 결승점에 다다르지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미시경제이론 수업을 중간고사 이후 완전히 포기하고 수업조차 나가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많이 걸린다. 경제학적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겁도 없이 수강신청을 한 것이 문제였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더라면 해낼 수 있었을텐데... 많이 나태했다. 또 정치사회학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무식함 그리고 사회학도로서의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의 부재를 절감했다. 물론 수업을 통해, 특히 학생들의 발표 수업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들은 많지만 전반적인 나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여 좌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특히나 동년배의 훌륭하고 똑똑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밟혔는데 자극이 많이 되었다.

  제대 후 첫 학기에 장학금 못타면 바보라는 소문이 있던데, 바보되게 생겼다. 학점을 떠나서라도 방향성 없이 표류했던 지난 4개월이 많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군대 안에서는 그토록 갈망하고 고대했던 학교 생활이었는데...

  지금 나에겐 커다란 전환점이 필요한 것 같다. 제대와 동시에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었다. 고민해보자,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더이상의 표류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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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ournelle 2008-06-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훈 ! ㅋ 친구는 참 생각이 깊은 것 같아. 이번 학기에 만난 몇몇 친구들 중 참 괜찮다라는 느낌을 친구로부터 받았어. 정치사회학 수업 하면서 많이 닦달하고, 혼냈는데 세삼 부끄러워지네. 고생 많았어요. 한 학기 동안... 종종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