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이맘 때였을 것이다. 당시 나는 이등병 중에서도 최고 막내였다. 그래서 온갖 잡일들과 심부름 도맡아 했는데 이 때문에 자유시간이 거의 없었다. 책은 읽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시집이었다. 무작정 건우에게 전화를 걸어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때 그가 보내준 것이 바로 안도현 선생님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었다.
소포로 책을 받은 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점호 전 짦은 틈을 이용해 책을 펼쳤는데 속지에 '웃자 -건우가'라고 씌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 위의 시가 펼쳐졌다. 행복했다. 절친한 친구가 쓴 글이라곤 '웃자'가 다였고, 겨우 3행 밖에 안되는 짧은 시였지만 이것들 때문에 길었던 군생활을 꾿꾿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