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기 전만 해도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전역하고, 한 해가 저물어가고, 25살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나 자신이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이상 어린척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하여 지인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어쩜 다들 이렇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
한 때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이었는데
누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있고,
누구는 머나먼 타국에서 회사원이 되었으며,
누구는 인턴으로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고,
누구는 방송국에서 발로 뛰며 일하고,
누구는 아직 대학에 남아 학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누구는 제 갈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시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풋풋하고 촌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반듯하고 점잖으며 철든
어딘가 모르게 우리 어릴적 어른들의 모습을 닮은
새로운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철든 어른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일인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눈에 그런 어른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마치 운명과도 같은...
내 시계가 아무리 느리게 움직여도,
결국 시간은 흐른다.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면,
나는 철들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
내가 철들기에 우리네 세상은 이미
충분히 무겁고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