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공간이 참 편하고 좋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눈치보며 글쓰지 않아도 되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네이버 블로그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박하고 깔끔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이 공간을 일기장으로 쓰기에는 무언가 2% 부족하지만
아무튼 차분하게 무언가를 정리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어제는 기분이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하늘에서 포근한 눈이 내려서였는지
군대간 절친한 벗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서였는지
가슴 설레이게 하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아서였는지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올 한해는 심장 뛰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어본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이성과는 높은 담을 쌓고 살았으며(쌓았다기 보다는 쌓여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제대로된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고
책에 파묻혀 저승세계의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지도 않았다.
나의 심장은 그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만 팔딱 팔딱 뛰었던 것이다.

어제의 두근거리는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미친척 사랑도 해보고 싶고
온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뛰어보고도 싶다.
이제는 장식용 심장이 아니라 진짜 뛰는 심장을 가지고 싶다.

아...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철없는 나는 이러고 있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이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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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솔직한 마음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고 싶은데
그 마음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12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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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기 전만 해도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전역하고, 한 해가 저물어가고, 25살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나 자신이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이상 어린척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하여 지인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어쩜 다들 이렇게 다른 삶을 살 수 있는지,
한 때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이었는데
누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있고,
누구는 머나먼 타국에서 회사원이 되었으며,
누구는 인턴으로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고,
누구는 방송국에서 발로 뛰며 일하고,
누구는 아직 대학에 남아 학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누구는 제 갈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시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풋풋하고 촌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반듯하고 점잖으며 철든
어딘가 모르게 우리 어릴적 어른들의 모습을 닮은
새로운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철든 어른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일인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눈에 그런 어른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마치 운명과도 같은...
내 시계가 아무리 느리게 움직여도,
결국 시간은 흐른다.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면,
나는 철들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
내가 철들기에 우리네 세상은 이미
충분히 무겁고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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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지난 주말 사촌 형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울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오랜만에 외할머니댁에 들러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의 어머니를 뵙게 되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이 저려온다.
하나 뿐인 나의 할머니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한 평생 의자로만 살아오셨는데
정작 본인이 편히 앉을 의자는 준비해 두지 않으셨다.

나는 의자가 아닌 넓은 평상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부모님, 동생
아직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내 반쪽과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마음을 나눈 정겨운 친구들
나의 소중한 모든 이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그런 넓은 평상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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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일은 나름 잘 해결된 것 같다.
물론 앞으로가 더 걱정이고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음악이 힘든 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지금은 그것만이 동생을 살아 숨쉬게 하는 이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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