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지난 주말 사촌 형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울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오랜만에 외할머니댁에 들러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의 어머니를 뵙게 되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이 저려온다.
하나 뿐인 나의 할머니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한 평생 의자로만 살아오셨는데
정작 본인이 편히 앉을 의자는 준비해 두지 않으셨다.

나는 의자가 아닌 넓은 평상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부모님, 동생
아직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내 반쪽과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마음을 나눈 정겨운 친구들
나의 소중한 모든 이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그런 넓은 평상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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