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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을 대하면 두근두근하다.

그리고 그 작가의 매력을 알았다면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어진다.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어졌다.

현재 한국에 출간된 작품 중에 제일 먼저 쓰여진 책이다.

소재는 '초능력'

이 부분을 놓고 책을 읽느냐 마느냐 한참 고민을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분야가 SF 적 성향이다.

...............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담고 있는 이 책,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적이었다.

초능력 .   초(超)와 능력이 합해진 합성어.

초가 '뛰어넘을 초' 다.

소위 범(凡)인들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뜻만 보자면 '반에서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 , '남들보다 다리가 빠른 달리기선수' 를

가리키는 '평범한' 단어가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나 달리기선수도 초능력자라는 말이다.

흔히 초능력자라고 지칭되는 염력, 염동, 텔레파시, 천리안, 미래 예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단순히 달리기선수처럼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날 뿐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괴물 보듯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들의 어리석음으로,

염력, 염동 능력자는 '야바위꾼이나 도박꾼' , 텔레파시능력자는 '네고시에이터' ,

천리안능력자는 '양궁선수, 저격수'  ,  미래예지능력자는 '무당, 점술가'  로 무장하고  범(凡)인들과

세상을 살아가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하지 않는 범인들의 삶에 자기들의 능력을 숨긴채..

또한, 자기의 초능력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아라한장풍대작전' 이라는 영화도 그런 의미를 깨우쳐주지 않던가.

tv에서 본 '달인'이라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은 초능력자예요!" (붐의 제스처를 취하면)

.

책을 펼치자 마자 내 주위의 소리는 암흑으로 사라지고,

여름장맛비가 시끄럽게 울려퍼진다. 세찬 바람도 느껴진다.  오~우

빗속에 뚜껑 열린 커다란 맨홀이 보인다. 물이 콸콸 소용돌이치면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노란우산.

이쯤에서 나는 몸이 차가워지는 감각을 느낀다.  소름이 쫙~돋으며 극한 공포를 본다.

글솜씨가 뛰어나다.

처음부터 모든 감각을 다 느끼게 해주는 글이다.

코에도 비 비린내가 느껴졌으니..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불합리는 아주 잘 어우러진 형태로 공존한다.

'사이킥' 이라는, 사람의 마음속을 스캔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나오는데

그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비현실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사이킥이라는 초능력의 과다사용과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잡지기자 고사카의 목소리로 초능력이야기+사랑이야기+어느사건의 미스터리+그외 기타 등등

과 같이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면서 잘 버무려진다.

"초능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꿈이야. 어른들의 환상이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꿈을 꾸면 슬쩍 장난기가 동해서 그걸 이루어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그 애들은 냉정해. 거기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어른들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일까지는 생각하지 못 해.

애들에게 꿈이란 깨어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것인데 말이야."

VS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거기 있는 것입니다. "

.

읽는 내내 가슴 한쪽이 계속 아렸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에게 나를 이입시켜도 가슴이 아린다.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용의 형태가 말이다.

가장 가슴아팠던 용의 형태가,

모두가 가지고 있던 범인들의 능력중에 한가지가 도리어 소멸되었던 말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부이사장이나 비서는 병들어 있었고..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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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2006년 들어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올해에 좋은 추리소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에 홀딱 반한 작가가 있었으니 '13계단' 의 다카노 가즈아키 다.

13계단에서 보여줬던 꼼꼼한 구성력이 '유령인명구조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또한 13계단은 심각한 이야기속에 중간중간 유쾌한 인물과 상황을 집어넣어 읽는 재미도 더했는데,

여기에서도 그 요소는 빠짐이 없다.

강도가 조금 더 심하다고 해야하나?

음....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신(God),

지구에 착륙할 때 구조대 다운 우아한 모습이 아니라 지면에 그대로 충돌해서 아픔을 느껴야했던 그들,

구조대 중에 한명이 건물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도 '내버려둬' 라고 말하는 센스?

13계단이 사형제도를 다각도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자살을 다각도로 다루었다.

그리고 삶은 끝까지 살아봄직도 하지 않나 라는 화두도 가지고...

유령인명구조대는 자살하려는 사람안에 들어가 마음을 모니터하고

자살준비생 귀에 메가폰을 대고 큰소리로 설득하는 과정으로 구조를 한다.

이 단순한 구조법은 그들 나름대로 진보해 나간다.

처음에는 시일내에 100명의 자살자를 구조해서 '천국에 가자' 가  유일한 목표였지만,

갈수록 목표보다 자살희망자를 구조하는 그 과정이 구조대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리고 구조대 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들이었기에 그 과정속에 자기의 아픔을 치유하고 ,

자신들의 자살이 잘못된 것임을...괴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비단 자살이 아닌,

다른 수단과 방법이 있었음을 알아가게 된다.

.

죽으려는 인간의 마음은 생과 사의 틈새에서 이렇게도 간단히 동요하는 것인가.

누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살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 한번 쯤은 하지 않을까?

그 위험수위는 각자 다르겠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지만 자살은 결코 생각하지  않는 사람,

자살의 유혹이 다가오지만 강한 마음으로 이겨내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살해

하는 사람.)  사람의 맘을 찢는 괴로운 일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흔히 안 좋은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죽고싶다' 라는 말을 연발하지 않는가.

그것을 말로만 끝내는 법이 많기에 죽으려는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변덕이 심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불필요하게 두려워하고 있다고나 할까.

비관적으로 보이는 미래이기에 동시에 호전될 가능성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만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두렵고, 괴롭고, 비관적이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자살이 아닌 다른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자살은 미래가 없다!

다른 수단으로 이겨내고, 미래를 기다린다면, 그 가능성만으로도 살아간다면 ,

삶은 살아 갈 만 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저절로 끊어질 때가 온다.

속는셈 치고 그때까지 살아보면 밝은미래라는 보너스가 주어지지 않을까.

자살한 사람은 결코 가지지 못하는 그것 말이다.

 

"미래가 결정되지 않는 이상, 모든 절망은 착각이라는 거야."

.

한가지 주제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것도 이 작가의 강점인데

역시 여기에서도 '자살'을 놓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어두운 주제이지만 끝까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해주었던 이 책,

정말 좋았다.

여기에서 말했던 '천국' 의 정체를 알고 더 크게 미소 짓었던 이야기였다.

.

.

당신은 이미 거기에 있습니다.

 

*좋은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것은 슬픈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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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적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무료하게 서 있다.

그 때 내 뒷통수를 쌔게 강타한 핸드백.

어떤여자: "어머~미안해요! 내 친구인줄 알고..호호~"

그리고 총총거리며 사라지는 여자.

그 순간에 느끼는 것은 잠깐의 멍~한 상태..그리고 골을 흔들릴 정도의 아픔과 놀라움. 황당함.

그리고 약간의 분노다.

그렇게 핸드백으로 강하게 펀치를 날리고 총총거리며 사라지는 여자를 나는 책으로 만났다.

그 여자는 바로 작가다. (작가가 남자인거 같지만..뭐 상관없다..ㅎㅎ)

작가는 나를 위해 깊숙한 함정을 초기부터 파 놓았다.

p22에서 부터 나는 그 함정에 보기좋게 걸린 것이다.

'세리자와 기요시가 나를 선배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내가 일곱 살 위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현재 도립 아오야마 고교에 다니고 있고, 나는 그 학교의 졸업생이다. '

이때 부터 내 상상속의 주인공을 그려 이야기를 읽어나간 것이다.

그게 바로 작가가 흐뭇한 미소로 짜놓은 트릭인 줄도 모르고...

우선 이 책은 추리소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정만화표지와

                        추리소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로맨틱소설의 제목을 갖추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약간의 힌트를 준 것이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다른 추리소설에서 읽을 때처럼 추리한답시고 열심히 사건을 따라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진실' 이라는 제목의 파트에서 나는 강하게 핸드백을 맞고 순간 멍~해지고,

이때 까지 읽어내려 온 것이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이리저리 정신없다.

..........앗! 이럴수가!!...........................................헉!...................어떻게?..........뭐야.............이런 속았다!!!

이런 과정을 겪게 되며서 빠르게 읽어오던 속도가 갑자기 '진실' 파트에서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척추를 따라 흐르는 한줄기의 땀과 발개진 얼굴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에게 완벽하게 속았다는 분노. 분노이지만 왠지 시원한 분노?

너무 통쾌하게 속았서 시원한 분노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다. (어법에 안 맞지만..)

여타의 다른 추리소설처럼 읽는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에게 뒷통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작가는 또 한명 속였다는 고소한 미소를 짓으면서 당신이 '진실' 파트를 읽는 순간 뒷통수를 가격할 것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의 사회에 대한 편견을 깡그리 부수는 훌륭한 문제소설이라고 생각된다.

뒷통수를 맞고 나서 완벽하게 속았다는 그 생각에 잠을 이룰 수 는 없었지만 말이다.

소설중간에 ' TIE ' 라는 것이 우리의 편견을 깨부수라는 작가의 또 다른 힌트라는 것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두꺼운 페이지 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어나가게 하는 글솜씨를 가진 것도 매력.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의 찬란함 만을 좋아하지 말고 벚꽃이 진 후의 그 아름다움도 생각하자.

*주의사항: '진실' 파트 부터 훑어보면 안된다. 물론 그 파트 뒤로 모두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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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널 사랑해
교코 모리 지음, 김이숙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그렇게 존경하고 좋아하던 아버지였는데, 여타 다른 남자들처럼, 드라마에서처럼

아빠도 '바람' 이라는 것을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현재진행형.

적어도 1년 넘게 계속되어온..

이런일이 있으면 울고 불고, 엄마 놔두고 그럴 수 있냐고 원망에.. 복수심에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고 냉정한 자신을 보고 나 스스로도 놀랬다.

엄마나 오빠는 늘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서 나는 오늘도 거짓된 행동과 말만 하는 생활을 되풀이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 마음이 터지기 전에 무엇으로라도 풀고 싶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렇게 선택하게 되었다.

.

.

유키는

'엄마가 이런 짓을 저지른다 해도, 널 사랑한다는 걸 믿어주겠니?' 라는 쪽지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와 1년도 안되서 재혼한 아빠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간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늘 간직하며, 아빠를 자기의 시야에서 지워버리고 (아빠의 여자도..)

'난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거야' 라고 외친다.

사랑이라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서로의 사랑이 뒤틀어져 버리거나, 한쪽이 배신하거나 처럼.

그리고 서로 너무나 사랑하나 결국은 한쪽이 '죽음'으로 그 곁을 떠나기 때문에...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아무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거예요.

어느쪽이든 결국엔 아무것도 없을테니까요."

.

책을 읽다보면 유키의 아버지와 그 여자의 변명이 한 부분씩 나온다.

'우리도 그럴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다' 는 듯이...

우리 아빠도 그런 사정과 이유가 있었서 바람이라는 것을 피우는 것일까?

정말 애틋한 로맨스로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린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우처럼 보인다고 말한 소나무를 보러 갔었어.

그런데 그 소나무 앞, 방파제 옆에서 보니까 그 나무가 뭘 닮은 것처럼 보이진 않더구나.

거리가 문제 아니었을까.

사물을 잘 보려면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하는 거야."

이렇게 나도 딸의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으로서 ...멀리 떨어져서...

그들의..소위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일까....

상처를 딛고 사랑을 찾은 유키의 행로를 마지막에 그리며서, 눈물이 났다.

나는 유키와 같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가 아닌 23살 먹은 여자 '반어른'이다.

나는 아빠의 사랑을..이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 같은 것이 없으니까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아님 사물을 잘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지는 것 처럼

그 불륜적인 사랑을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일까..

.

아빠가 언젠가 '나는 너희 엄마가 아닌 딴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라고 나에게 털어 놓을때가 올까?

그 말을 하게 될 때,

아빠는 '그래도 널 사랑해' 라고 나에게, 엄마에게, 오빠에게 말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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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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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그리고 24시간이라는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 만만치 않은 페이지 때문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하루를 그렇게 많이 말할 수 있을까나?..ㅡ.ㅡ수다스러운 작가?인가 보군..음..)

두고 두고 꼭 읽어야지 하고 점 찍어놓았던 일본녀석이다.

 읽고 나서..아니,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어휴~부러워~" 였다.

이 학교가.. 이 애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보행제에 참가하는 그 하얀 무리들이 말이다.

왜 우리학교에서는 이런 행사가 없었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 되구만, 괜히 아무 죄 없는

교장선생님 욕(?)만 무지하게 늘어 놓았다.

그 행사에 그 청춘이 넘 좋아 보여 "나~돌아갈래~!!" 라고 여거푸 외치는 밤 중 독서였다.

하루에 다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페이지를 밤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이 작가의 달변에 최면이 걸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보행제에 참여 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밤이 지나 먼 동이 터올 때즘 이상하게도 책 속 이야기도 끝나 있었다. (오~우 타이밍 굿!)

책 속 주인공들이 단체로 교가를 부르고 깃발을 휘날리며 교문을 나설 때 나도 우리학교 교가를 부르고

상상속에 디자인한 우리반만의 특이한 깃발을 바라보면 그렇게 출발했다.

물론, 하얀 체육복이 아닌 밝은 야광연두색이었던 나의 추억의 체육복을 입고.

(헉~우리학년 체육복이 아무리 야광색이였다지만, 밤에는 안보이겠다..ㅜ.ㅜ

1학년은 노란색, 2학년은 어두운 남색이었다. 2학년은 야간보행할 때 죽음이군..)

야간보행하면서  저마다 숨겨진 고민들이 하나 둘 나온다.

아마.. 어둠이,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특별해서 그런가 보다.

갈등 축인 이복남매 도오루와 다카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하얀무리들

전부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그렇게 딱 기분 좋은 잔잔함으로 끝마무리를 짓는다.

다 읽고 나서도 가슴뭉클함이 오래오래 남아서 행복했다.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 그들의 우정, 청춘이 모두 다 아름다운 것은 인생의 선물이다.

나이가 들 수록 그 선물은 낡고 허름해지지만.. 추억이 있어 그래도 행복하다.

발과 다리가 아픈 대신, 엎드려 읽는다고 배와 척추가 아프다는 게 다를 뿐 나는 그들과 함께 있었다.

 

*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 "대체로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 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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