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소리죽여 우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것이라면 (..)

그러니까 너도 그럴지 몰라서. 너도 혼자 껴안은 무릎이 너무 딱딱하고

잔뜩 움츠린 어깨가 너무 아파서 그래서 더 울음이 긴 밤을

보낼지도 몰라서.'

이런 마음에 미향이는 세겸에게 인형하나를 건넨다.

꼬질꼬질 너덜너덜한 커다란 하마인형.

입이 앞으로 나와서, 안으면 꼬~옥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며..

그래서 위로받는 기분이라고.

"너에게 빌려줄께" 선심 쓰듯 안겨준다.

황당한 마음으로 하마인형과 홀로 남은 세겸.

결국은 안고 잠이 든다.

.

나에게도 하마인형과 같은.. 입이 나와, 나를 안아주는 듯한 인형이 있었다.

크기도 똑같이 크고, 갈색에다가 귀가 길쭉한 멍멍이 인형.

주둥이가 길어 내 어깨를 타고 등에 까지 덮혔다. 정말 폭~안긴 느낌.

시장에 갈 때에도 업고 다닐 만큼 그 존재는 컸다.

한 차례 이사하면서 멍멍이는 버려졌고, 새 인형에 솔깃해 슬픔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나 안을 때의 그 촉감과 냄새가 그리워졌고..

새 인형의 딱딱함에 진저리가 나서, 멍멍이 다시 갖다 달라고 늦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후 여러 인형을 안아봤지만, 멍멍이 만큼 만족을 주는 것을 만나지 못했고

수 많은 인형들이 버려졌다.

중학교 2학년때 쯤, 그 옛날 멍멍이 인형의 촉감을 가진 토끼인형을 갖게 되고

지금까지도 나의 울음이 긴 밤에 위로를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너무 더러워진 몰골에 이제 버리라고 난리인 가족들.

"니 나이가 몇 살 인데 아직도 인형을 그래 안고 자노...., 그거 버리면 예쁜 걸로 하나 사줄께."

"야, 세균이 득실거리겠다."

(깨끗히 빨아준다. 오래되서 털색이 초라해 보여 그렇지. 흥!)

그 존재의 위로는 아는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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