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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 1
조용 지음, 잠산 그림 / 호우야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대본집 나오길 기다렸어요. 보자마자 주문해버렸네요. 2권은 드라마 끝나야 나오겠죠?! >< 한장동화랑 엽서 구성품도좋고 향균마스크도 얼른 받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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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도 빨간 줄 긋고 싶어" 라는 제목은 나의 진실된 마음이다.

흔히 사회에 통용되는 범죄인이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빨간 줄에 동경을 갖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 부터.

시험을 치고 난 뒤, 선생님은 교실 안 자신의 책상에서 회색종이에 북북~동그라미와 선을 그었다.

빨간 색연필로. (나름 답을 한 흑연필은 빨간색앞에서 빛을 잃고 쓰러졌다)

충렬일기를 제출하면 그날 그날 일기의 오타와 의견을 빽빽하게 적으시는 선생님은,

빨간 펜으로. 오메,글자 먹었냐?글자 틀렸당께-돼지꼬리뻉뺑~지워!바꿔.

가장 내 일기장을 많이 차지한 이상한 기호는 띄워라! 붙여라! 였다.

1분단 첫째줄 오른쪽에 앉았던 조그만 소녀는 무수한 빨강을 훔쳐보며 두려움과 함께

동경을 느꼈다.

그때.. 부터 인가?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패대기 치며.. 돌려서 나오는 색연필에서 까서 쓰는 색연필로

다시 사달라는 요구에 엄마는 딸네미 궁둥짝을 패대기(?) 쳤지.

돌려서 나오는 색연필을 빨리 다~쓰기 위해 100원짜리 색칠하기 그림책을 많이 샀더랬다.

군것질의 유혹을 참아가며 기를 쓰고 색칠하던 어느날, 스프링과 텅텅 빈 플라스틱 깔데기를 들고

엄마에게 당당한 얼굴로 "까서 쓰는 색연필 사줘" 라고 말하게 되었다.

까는 색연필과 덤으로 빨간 펜까지 쟁취했지만,  어느 글자에 저런 부호를 써야 하는지 막막해서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세월이 흘러 신문의 간단한 오타는 알아채지만, 여전히 나는 빨간줄을 당당히 그을 수는 없다.

.

소설책을 읽어도  그 속에서 오타 뿐만 아니라 무수한 문법적 오류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장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의 글에 빨간 줄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정답을 매기며 보충설명을 꼼꼼히 적는 빨간 펜 선생이 있다.

부하직원의 잘못된 보고서에 상세하게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고 보고서작성의 팁을

적어주는 관대한 상사가 있다.

모든 분야에 빨간 펜을 날리는 이 사람들을 나는 동경한다.

.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는 어휘의 오류를 잡아주는 책이다.

그동안 무의식으로 쓰던 어휘의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국어에 지평을 열어준다.

주로 문제집을 사고,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야는 외국어다.

하지만 국어도 공부할 곳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각각의 어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문제 풀기가 있다.

나의 국어 실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본문제다.

열심히 필기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어쩔 뻔 했어!'  였다.

이미 많이 팔렸던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책을 읽은 독자의 수는 많을 것이다.

내가 이것을 보지 못함으로써 그들보다 국어실력이 떨어지는 열패감을 맛보아야 한다.

그런 쓰디 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빨간 펜을 들고 멋지게 북!북! 그어대는 그날까지.

 

*한글이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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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50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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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별 다섯개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도서관여행기의 최초이자, 도서관을 폭 넓게 생각하게 해주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아마도?)

어려운 첫 발을 디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별 다섯개는 오히려 적을지도 모른다.

가격이 약간 비싼 것도 그 노력을 생각한다면 두 눈 꼭~감고 인정해 줄 수 있다.

도서관 사진 찍는 제한의 유무에 따라 외국도서에 비해 사진양이 적다는 것도 이해한다.

(동방의 작은나라에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게 내버려두는 유명한 도서관은 흔치 않다)

사진의 기술이 없는 저자의 실력으로 사진이 어둡고 자세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노력이 보이기에

이 사진만으로도 고맙다.  자세하게 찍고 싶지만 도서관의 규정상 어려웠을꺼다.

아들까지 시켜 사진을 찍어오게 할 만큼, 될 수 있는대로 아름다운 도서관의 모습을 한 장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독자로서는 사진의 양, 크기, 화질이 아쉽다.  그리고 아름다운 도서관은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걸 다 소개하지 못했다는 것도..(대부분,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서관만 소개됐다.)

도서관여행기나, 순례기가 앞으로 많이 나와 이런 점을 보강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저자는 도서관에 열광하고 평생을 바쳐 공부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외국화보에서나, 외국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도서관여행기를 안타까워 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

(나도, 우리나라에 이런 류의 책이 없다는 것 알고 급실망했더랬다. 외국화보로만 잠시 엿 봤을 뿐..)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 사람들의 꿈이 '도서관순례' 라는 것도 나는 안다.

도서관순례을 하기 위한 정보가 정말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는 지푸라기 같은 정보도 없다고 생각하는데..ㅡ.ㅡ

그래서, 초반의 시도이기에 약간 엉성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즐거이 반겼다.

기특하고, 기특하다.

.

"나는 대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이유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도서관은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책 안에 담겨 있는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유럽등지에는 수도원도서관들이 많다.

내가 몇년 전에 읽었던 '장미의 이름'  책 안에서도 수도원안의 도서관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었다.

특히 수도사들은 '필사'를 했는데 ,  그 작업은 고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다고 여겨지지만, 책이 값지고 귀한 시절이므로 책을 개인이 소유하기란 어려웠다.

수도사들이 필사라는 걸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귀중한 자료가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보관되어 있고 읽는 장소 일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지적자료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멸망해도 도서관만 살아남아 있다면 언제든지 세상을 복구할 수 있는

막강한 힘도 가졌다.

외국의 도서관들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건물 자체가 예술이었고, 세월을 담뿍 담은 역사였다.

책 뿐 아니라 조각상, 위인들의 자료.물건들도 보관되어 있어 박물관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건축을 함으로써 언제든지 드나들수 있는, 개방되어 있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역할도 훌륭하다.

우리나라의 다 똑같은 직사각형의 도서관 건물을 생각한다면 어휴=3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우리는 도서관을 너무 등한시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중요한 존재를 찬밥 대우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 두곳을 실었는데,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이다.

언제쯤이면 이런 문화재가 아닌, 현재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도서관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들의 순위에 오를 수 있을까..

외국의 여러 유명한 도서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도 시작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다.

훌륭한 독서가와 사서,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도서관을 이룩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훌륭한 독서가와 사서, 책을 아주~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도와줘야 하며, 정보가 무지 부족하다.

언젠가 국내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으면 한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오고,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얻어오는 그 소중한 체험과 지적자료를 생각한다면

우리도 아름다운 도서관을 많~이 만들 수 있을거다.

나에게 도서관은 삶의 일부며, 스승이다.

그리고 가슴이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이 곳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나의 꿈*

도서관순례

자그만하고, 특색있는 서점 운영

나의 도서관 건립 - 작지만, 자연속에 있는 편안한 그런 곳.

                                   평생 내가 읽어 본 책 중에 좋은 책만 모아두고, (아님 읽은 순서대로 진열하거나..)

                                   내가 썼던 독후감, 안경, 책상도 전시해 놓고 싶다.

개인도서관 많이 생겼으면.. 각자의 개성 강한 '나의도서관' 들이 많이 생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방문해서 그 주인장의 독서이력을 살펴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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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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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라는 것은..무를 먹기 알맞은 크기로 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다음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버무려 담근, 김치의 일종이다.

밥맛 없는 이른 아침, 

손에 잡히기 쉬운  깍두기을 꺼내 우적우적 씹어 시린 속으로 떠나보낸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끼니에 일조를 하는 깍두기는 인생의 편린와 닮아있다.

각자 크기가 다른 모난 조각에 슬픔과 고난으로 푹 절여진 다음,

세월이라는 알록달록한 양념을 한 인생.

그렇게 우리는 매일 아침, 깍두기 같은 인생을 부여잡고 하루를 시작한다.

정이현은 하루를 시작하는 복잡다단한 도시를 '달콤하다' 라고 명시했다.

제목에 부아가 치민~ 삐뚤어진 나는, 

" 이 시린 도시속을 왜 달콤하다는 거지? 시리다 못해 신물이 올라오는데.." 라고 투덜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정이현이 만들어낸 '오은수'도 나와 마찬가지로 시린 속 부여잡고

살아가는 여인네였다.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달콤의 의미는 '감칠맛이 돌 정도로 알맞게 달다'  다.

그러니까 '달다' 보다는 약하다.

시린 도시속에서, 달지는 않지만 달콤한 맛이 필시 있다는 게다.

푹 익어, 신 맛이 강한 깍두기가 감칠맛을 내는 것처럼.. 딱 그정도 달콤함 말이다.

인생은, 신 맛 속의 그 달콤함 때문에 살 만 한건지도..

.

이 책은 감정이입이 잘 된다.

나와 같은 여성이고, 도시속에 살아가며, 얼 비슷한 고민과 갈등으로 괴로워 한다. 그리고 사랑도 한다.

나와 닮은.. 아니 이 시대의 20.30대의 모습을 닮은 '오은수'라는 캐릭터는 남 같지 않다.

대사 하나도, 독백도 모두가 내가 내뱉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어가는 '오은수' 은, 어느덧 '나' 로 바뀌어 있었다.

혹자는 '로맨스소설과 다름이 없다' 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맨스소설이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 난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30대의 인생에서 30대의 인생으로 끝나서 좋다.

사랑은 이 책을 구성하는 요소일 뿐이지 전체가 아니다.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을 거다. ㅡ.ㅡ;; 흥!

영화: 여자, 정혜

드라마: 연애시대

만화: 사랑의달걀 1-4(완)

위의 세가지 이야기들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 도 맘에 들 거라 생각한다.

사랑을 요소로 품고 있지만, 여자의 인생도 담고 있는 좋은 이야기들.

.

마음이 시리다.

잘 익은 깍두기 꺼내서 우적우적 맛있게 씹어먹고, 시린 세상속 잘 견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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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배미의 사랑 어두운 기억의 저편 우리들의 조부님 포구의 영혼 외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40
박영한.최인석 외 지음 / 창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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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비에서 출간한 '20세기한국소설50' 중에

40번째인 이 책을 먼저 선택한 것은,

'구성된 작가 중 아는 사람이 없다'  라는 이유 때문이다.

(딴 편수에는 꼭 아는 사람, 아는 작품이 하나라도 끼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리즈로 출간된 책은 그 특유의 '딱딱함' 때문에 멀리했다.

'한국소설' 이라면 국어라는 과목때문에 억지로 취해야 했던 먼지 덮힌 글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시절, 학교에 몰래 잠입한 책장수의 언변에 속아서 산 지지리도 억울한 책의

형태가 한국소설시리즈였다.

......그 편견이 깨졌다. 왕창!

우리나라의 좋은 중,단편소설을 알리고자 한 기획이

정~말 칭찬에다가 존경까지 보탤 정도로 좋다.

그리고 외국소설에 입맛이 길들여진 내 입안에 사탕을 넣은 것처럼 달콤한 한글 맛을 깨우쳐 준

것도 이 책이다.

우리가 흔히 좋고, 재미있는 책을 접했을 때, 읽는 도중 혀 안으로 달콤함이 맴도는 것을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봤을리라 생각한다.

'책이맛있다' 라는 표현이 생긴 것은 여기에서 은유됐으리라.

이 중,단편집을 읽었을 때 나의 입 안에서는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

어두운 기억의 저편

이 이야기는 추리의 형식이다.

내 머리에 타격이 가해진다.

'엉? 딱딱한 한국소설에 추리라니.'

늘 고루하기만 하다고 생각한 한국소설의 편견에 금이 쩍! 간다.

남자가 여관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아무런 기억이 없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중요한 내 서류가 들어있는 가방은 어디에 있는지..

남자는 전날에 술을 먹었다. 그들은 취기가 모는 대로 걸었다.

역추적을 하는 남자. 그는 어제저녁의 그를 만나러 갔다.

같이 술 마셨던 신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의 어제 모습을 듣는다.

신대리도 그 가방의 행방을 모르고.. 마지막 술집에서 깨고 부수고, 시시꺼렁한 농담따위를 거넨 남자의

어제행동을 말해준다.

그 말을 들으니 술 취했을 때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여러 개의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존재도 하나의 명제도, 하나의 결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겨우 가방 때문에 많은 그의 존재 중 하나를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과 여러 사람과의 대화로 계속 추적해 나갔다.

"미안하지만 말이오."

"어머 천사 같은 남자네. 그런 말 들어본 지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감격했어요. 왜요?"

추리 형식의 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남자는 술만취-> 가방찾기->낯선 나의존재 발견 ->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상처를 발견 한다.

그는 유리잔에서 위스키를 진하게 섞어 마셨다. 세 잔을 거푸 마셨다. 사위가 고요한 밤에

혼자 마시는 독한 술. 그것은 복받치는 설움을 혹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욕망을, 사랑을

잔잔하게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던 것이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던가.

우리가 술을 먹고 취한 그 모습이 진정 나의 존재일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든 것 잊은 듯 살아가지만 나의 또다른 존재는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아픈 나의 기억은 잊은 게 아니라, 나의 또다른 존재가 여전히 기억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우묵매미의 사랑

어느날 신문을 읽고 있었다.

'소설가 박영한 머나먼 곳으로..'

그게 2006년 8월 23일 이었다.

내가 아직 글로 만나지 못한, 생을 마감하는 작가가 늘어가고 있다.

박영한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쿠웨이트 박' 과 '은실네'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었다.

'왕룽일가' 라는 드라마는 당시, 내 나이가 어려 최주봉씨가 역할을 맡은

'쿠웨이트 박'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점점도시화에 물들어가는 시골배경이라는 것과 함께..

우묵매미의 사랑은 연작중의 일부란다.

이 연작에는 사랑,  그것도 불륜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불륜의 사랑이야기가 더럽고 추잡한게 아니라 '순박' 하고 재밌다.

식탁이 멋있었다. 조그만 꽃모종 비닐 화분을 켜켜이 담아두던, 구멍이 많이 뚫린 노란 플라스틱 곽대기를

뒤엎은 게 우리의 식탁이었다. 우린 그 식탁에 소주병이며 새우깡에다 꽃이 핀 화분을 올려다놓고

기분을 냈다. 침구도 멋있었다. 쇠똥 냄새가 좀 나고 가운데 불탄 자국이 시꺼먼 두 장의

가마때기가 우리들의 침구였다.

키가 작고 귀여운 미싱기술자 유부남 '배일도' (키가 크고 말이 험한 아내한테 종종 맞는다) 와

어쩌다 집에 돌아오는, 딴 사람에게는 약자고 마누라한테만은

강자인 남편에게 두들려 맞는 '미스민' 의 불륜적 사랑이다.

"만약 오늘 밤 함께 지내게 되믄 우린 다시 못 만나요. 다시 만나기 위해서 헤어진다는 거, 잊지 말아요.

순간적인 쾌락을 못 잊어서 이별을 재촉할 필욘 없잖아요?"

두 사람은 사랑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서울의 여관에 조촐한 살림을 마련하지만,

결국 배일도는 마누라한테 들켜 걸레쪼가리가 된다.

미스민과 헤어지고 마누라와 혼인신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배일도는 눈물짓는다.

(마누라와 아직 혼인신고를 안했다.)

시일이 지나고 배일도를 찾아온 민공례.

다시 사랑을 불태우려고 반기는 배일도에 비해 민공례는 사랑이 식었다며 찬바람을 풍긴다.

배일도 : "...우리들의 사랑은 비록 초라하고 가난한 것이었지만, 백 년 천년, 십만 년 후에도 언제든,

내 가슴속을 뜯어서 들여다보라. 그 속엔 미라와도 같이 수백만 년을 견뎌낸 알짜배기의 단단한 사랑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건 이 세상의 그 어떤 보석과도 맞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아느냐, 이 머리 나쁜 여자야?"

민공례 : "있잖아요..나, 요기 바로 이 자리에...몇 번 왔다 간 줄 알아요?"

(...........) "길 가다 지호 아빠랑 비슷한 남자 뒤꼭지만 봐도 가슴이 퉁 내려앉을 지경이었으니까 말예요.

미치구 환장하도록 좋아했죠. 미라 겉은건 상대도 안 돼요. 미라가 다 뭐예요? 주인집 전화벨 소리에두

깜짝깜짝 경기를 일으킨 정돈데요 뭘. 하루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은 줄 알아요?

세상에 이런 병신스러운 여자가 어딨겠어요."

결국 민공례는 배일도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뼈아픈 거짓말.

이 이야기는 불륜이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아플까?

우리들의 조부님

이번에는 빙의다!

할아버지가 몸져 누웠다. 친척들이 이제는 갈때가 되셨다고 운명할때를 기다리고 있다.

웬 걸~ 눈이 초롱초롱 , 굽은 등을 쭉 펴면서 할아버지는 일어났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니다.....아버지다!!!!!!

아버지는 억울하게 공비로 몰려 마을청년 여덞명과 죽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몸을 빌려 그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

내가 마을 구장을 죽인 게 아니라는 하소연과 사건의 정황을 그대로 재연한다.

두려움에 떠는 구장 아들과 노망든게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어쩐지 이상한  마을 사람들과 종조부.

마지막 재연,

일부러 '나'를 따로 불러 아버지가 죽었던 장소로 데리고 가는 할아버지의 몸 속 아버지.

마을 사람들도 그 공터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지켜봐라' 면서 '나'를 밀어낸다.

마을 사람들이 모이자 이리저리 도망치는 아버지.

그러자 종조부는 마을청년들에게 아버지 령이 들어있는 할아버지를 잡으라고 한다.

잡혀 온 아버지는 마을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뭔가를 말하는 듯 아들을 바라보는데....,

그러다 아버지의 령은 잠잠해지고 할아버지는 운명하신다.

사람들과 떨어져서 바라본 '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 '뺄갱이를 잡아서 처단하자' 가  있었고 간첩신고 포스트도 사방팔장 있었다.

시국이 불안정하던 그때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했고 공비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그것이 아버지가 말하고 싶은 것.

나를 죽인 사람은 이 마을사람들 전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빙의가 아닌,

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아들의 원한을 풀고자 마지막 힘을 태운 건지도..

포구의 황혼

북쪽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향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있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내 피 같은 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더 그리워 한다.

이 당연한 그리움은 누군가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남쪽의 가족들이다.

"난 휴전선만 뚫리면 그날루 고향으로 달려갈 거야." 가 입버릇인, 북쪽에 가족을 두고온 아버지

이야기다.

남쪽의 가족들에게 무뚝뚝한 아버지가 미워, 북쪽가족사진을 찢어버린 어린아들.

아버지는 그 아들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고 당장 나가라 한다.

가출해서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가 그 조각난 사진을 정성스레 흰종이위에 붙이는 것을 보고

더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다.

아버지의 그 그리움 때문에, 그 행동때문에

아들의 삶은 먹구름이었고 불행이었다.

세월이 흘러 간경변증과 실어증에 걸려 있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접적으로

아들의 고기잡는 배를 한 번 타고 싶다는 희망을 표시한다.

고기잡는 목표해역에서는 날씨가 맑을 때 '북' 을 어슴푸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자!..아버지는 라면 상자를 배에 싣고 같이 출항 한다.

단순히 라면상자 인 줄 알았던 그 상자가 ............................................

이것 보고 울었다. ㅠ.ㅠ

인형만들기

삐까뻔쩍 한주기업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갇힌 사람은 관리부의 조경현 차장과 전산실 오퍼레이터 민영주.

이 고장난 엘리베이터를 두고 두 세력이 충돌한다.

회사의 권력층 vs 파업중인 용원들

회사의 권력층은 어찌됐든 '회장님이 오실 때까지 ' 엘리베이터을 고쳐나야 되고,

파업중인 용원들은 '우리의 요구조건을 들어줄때까지'  엘리베이터를 고칠 수 없다.

이 들의 싸움에는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갇힌 두 사람이 배제되어 있다.

오직 자기의 입장에서 오직 자기의 충족을 위해 싸울 뿐이다.

"전 갇혀서 사는 데 익숙해요. 감옥 같은 데에 갇힌 사람들은요, 그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소일거리를 만든대

요. 머리카락으로 인형 같은 걸 만든다거나, 잇솔 토막으로 아주 정교하게 여자의 몸을 조각한다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되죠? 하지만 갇힌 사람들에게는 그건 아주 당연한 생활 방법이에요.

어쩌면 유일한 생활방법인지도 모르구요. 제가 카페에 나가 컴퓨터 가게를 마련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전 머리카락으로 인형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게 완성이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다른 할 일이 없는 걸 어쩌겠어요?"

우리의 사회를 반영하는 말이 아닐까?

서로의 이익으로 소외되는 층이 생긴다.

서로의 이익의 추구로 숨 막히는 이 사회는 고장난 엘리베이터의 공간과 다름이 없다.

그 소외된 공간에서 우리는 그래도 숨을 쉬어야 한다.

숨을 쉴 수 있는...소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민영주가 회사를 다니면서 술집에도 나가는 것 처럼.

민영주를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민영주의 소일거리, 숨을 쉴 수 있는 소일거리다.

파업중인 용원들 사이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두사람을 구하자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언제 엘리베이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구하자라는 목소리가 이겨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고침' 으로 정상 가동된다.

승강기 바닥에 검게 반짝이는 물체가 떨어져 있었다.

경현은 무심코 그것을 집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떨어뜨렸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 허리는 잘록하고,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게 발달한,

늘씬한 여자의 누드 인형이었다.

노래에 관하여

슬프다......슬프다......한없이 슬프다.........

이게 나의 감상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귓속에 울려 퍼진다.

김광석의 노래는 흥겨운 멜로디 일지라도 슬프다.

그 노래를 들려주던 김광석은 자살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와 모질게 두들려 맞고 훈련받는 이들.

이들은 이렇게 끌려와 공포를 체험할 만큼 죄를 짓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세상.

"어딜 가건 우린 아직 사람이 아니고, 이 세상은 아직 세상이 아닌데."

(.....)

"이번에....깨달았어...우리가 짐승이 아니라면 이게 도대체...."

"짐승 같은 생활이었어.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달라져. 기분도 생각도 다 달라질 거야. 걱정 마."

"밖? 어디가? 다 굴속인데......."

굴속을 벗어나가고픈 열아홉살 순식은 죽음을 택한다.

수용자들은 담요를 펴고 누웠다. 신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아하, 내가 저 들판에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에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그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었다. 이곳은 아직 세상이 아니었다.

...................................................................................ㅠ.ㅠ

그래서 김광석은 굴을 벗어나 하늘로 갔는가 보다...

.

이렇게 좋은 우리 소설, 이제는 많이 읽고 싶다.

아~또..울컥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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