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기들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와 행복하다.
올해는 여행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너무나 다양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골라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해준다.
앉아서 여러군데를 여행하는 기분!
그것은 책을 통해서 가능한 하나의 판타지다.

성석제의 '소풍'은 여행기가 아닌 산문집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여행기로 본다.
식당을 찾아가서 맛을 보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지 않는가.
오랜만에 성석제의 글을 만나는 감격도 무시할 수 없다.
맛깔나는 글을 조근조근 씹어먹는 맛있는 여행기.

자유로운 말투와 (꼭 친구한테 이야기 해주는 말투)
송경아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유쾌하고 재밌다.
그야말로 패션모델 '송경아' 가 뉴욕에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여자들이 읽기에 귀엽고 이쁜 여행기.

초보배낭여행자의 이야기.
그야말로 노플랜으로 하는 여행.
그 헤프닝을 구경하는 우리들은 즐겁고, 여행초보자들은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낯선 '알제리' 를 여행한다.
사진도 딱딱해 보이고 글도 딱딱해 보이지만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일이다.
섭취하면 좋은 영양분이 될지 읽어보기전에는 알 수 없다.
나는 왜 알제리라고 하면 빨간색의 앵두가 생각나는 것일까? (어릴적부터 계속 가져온 생각이다)

이 책도 여행기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작가의 방이나 서재를 구경하는 것도 여행이지 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딴 사람의 서재나 보유하고 있는 책에 무척이나
궁금하고 관심있어 한다.
어느 집에 놀러갔는데 책장이 있고, 그 책장에 책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면 그것만큼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있을까.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서재와 책장이라면?
아~생각만 해도 탐험하고 싶어 몸과 눈이 근질근질하다.

자전거 여행을 나름대로 많이 접해 봤다.
그리고 어느 여행보다 자전거 여행이 가진 매력을 좋아한다.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질색이다. (도보여행도 좋다)
이번 자전거 여행 장소는 '아메리카'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
하지만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간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일 거다.
그래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가 너무 생소하고 탐험할 곳임을 깨달게 된다.
"<나를 부르는 숲>의 번역자다운 유머러스한 문장이 빛을 발한다."
이 말에 더 읽고 싶어지는군.

커피보다 녹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애들은
"커피맛도 모르면서 어떻게 사노?" 하는 말을 종종한다.
커피맛은 모르지만 그애들이 모르는 녹차맛은 알기 때문에 발끈하지
않는다.
차=절 이라고 생각될 만큼 茶 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자연속의 사찰이 떠오른다.
풍경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기분좋은 고요함과 향냄새..자연속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정성껏 달여낸 차 한잔.
그 기분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사진이 실려있기 때문에 더욱 좋은 책이다.

'서재결혼시키기' 를 최근에 읽었는데 그 책에
현장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라고 나와있다.
그 작품속의 장소에 직접가서 읽는 맛!
그 맛이 어떨지 짐작이 가기에 더욱 공감가는 말이다.
이 책은 그것을 조금이라도 실현가능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 안의 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기.
한 손에는 해당 책을 가지고 가는 여행기.
그리고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읽는 느낌. 감개무량이다.
점점 예전의 장소가 사라지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얼른 실현해야하는 다급한 여행기이기도 하다.

나는 사찰을 찾아갈 때마다 생각할 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몸이 무력해질 때 그곳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것은 자연 속에 있고, 고요하고, 마음의 편안을 주는 그 분들이 있기
때문일 거다.
이 책은 표지부터 눈이 확 끌렸다.
그 안의 사진 또한 눈이 한참 머물도록 만들어준다.

일종의 단상을 엮은 사진집이라고 할 수 있다.
먼 곳이 아닌 우리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그 기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