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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밤의 피크닉'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그리고 24시간이라는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 만만치 않은 페이지 때문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하루를 그렇게 많이 말할 수 있을까나?..ㅡ.ㅡ수다스러운 작가?인가 보군..음..)
두고 두고 꼭 읽어야지 하고 점 찍어놓았던 일본녀석이다.
읽고 나서..아니,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어휴~부러워~" 였다.
이 학교가.. 이 애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보행제에 참가하는 그 하얀 무리들이 말이다.
왜 우리학교에서는 이런 행사가 없었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 되구만, 괜히 아무 죄 없는
교장선생님 욕(?)만 무지하게 늘어 놓았다.
그 행사에 그 청춘이 넘 좋아 보여 "나~돌아갈래~!!" 라고 여거푸 외치는 밤 중 독서였다.
하루에 다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페이지를 밤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이 작가의 달변에 최면이 걸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보행제에 참여 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밤이 지나 먼 동이 터올 때즘 이상하게도 책 속 이야기도 끝나 있었다. (오~우 타이밍 굿!)
책 속 주인공들이 단체로 교가를 부르고 깃발을 휘날리며 교문을 나설 때 나도 우리학교 교가를 부르고
상상속에 디자인한 우리반만의 특이한 깃발을 바라보면 그렇게 출발했다.
물론, 하얀 체육복이 아닌 밝은 야광연두색이었던 나의 추억의 체육복을 입고.
(헉~우리학년 체육복이 아무리 야광색이였다지만, 밤에는 안보이겠다..ㅜ.ㅜ
1학년은 노란색, 2학년은 어두운 남색이었다. 2학년은 야간보행할 때 죽음이군..)
야간보행하면서 저마다 숨겨진 고민들이 하나 둘 나온다.
아마.. 어둠이,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특별해서 그런가 보다.
갈등 축인 이복남매 도오루와 다카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하얀무리들
전부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그렇게 딱 기분 좋은 잔잔함으로 끝마무리를 짓는다.
다 읽고 나서도 가슴뭉클함이 오래오래 남아서 행복했다.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 그들의 우정, 청춘이 모두 다 아름다운 것은 인생의 선물이다.
나이가 들 수록 그 선물은 낡고 허름해지지만.. 추억이 있어 그래도 행복하다.
발과 다리가 아픈 대신, 엎드려 읽는다고 배와 척추가 아프다는 게 다를 뿐 나는 그들과 함께 있었다.
*당연한 것처럼 했던 것들이 어느 날을 경계로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행위와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을 장소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뒤에 쌓여가는 것이다.
* "대체로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부드러움이란 건 플러스 부드러움이잖아.
뭔가 해준다거나.
그러나 너희들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주는 부드러움이야.
그런 게 어른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