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문학 - 세상과 소통하는 희망의 인문학 수업
고영직 외 지음 / 이매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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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가출쟁이 - 하이타니 겐지로 동화집
하이타니 겐지로 글, 김고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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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 동화집 <우리집 가출쟁이>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은 바로 일본의 '오키나와'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오키나와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된 것도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때문입니다.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정리한 후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많은 작품이 오키나와, 그리고 아와지섬을 배경으로 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좋아요를 비롯하여 <태양의 아이>, <내가 만난 아이들>, <하늘의 눈동자> 그리고 <하이나티 겐지로의 시골이야기>(전 5권) 시리즈 비롯한 40여 작품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미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쓴 여러 작품을 읽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서평'을 써서 사람들에게 소개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하이타니 겐지로 동화집 <우리집 가출쟁이>는 최근에 나온 신간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양철북에서 나왔구요, 번역은 햇살과 나무꾼이 맡았습니다. 햇살과 나무꾼은 양철북 출판사와 함께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작품 대부분을 번역한 어린이 책 전문 기획실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어보니 <우리집 가출쟁이>는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학교 저 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들의 마음이 잘 드러난 책 이기도 하고, 또 그 시기 아이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는 어른에 비하여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어린이도 어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저 마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어린이들도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집 가출쟁이>에는 '우리집 가출쟁이'를 비롯한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씌어진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 주인공들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실제로 가르쳤던 어린이거나 '태양의 아이' 유치원 아이들 이라고 하네요.

첫 번째 이야기인 '공중 제비로 날이 저물고'에도 마음 따뜻한 선생님 이야기가 한 장면 나옵니다. 유치원 입학식이 열리는 날, 초임 교사인 유코 선생님은 무심코 아이들에게 입학 선물은 모두 뒤쪽에 서 있는 엄마에게 맡기라고 말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유키만 선물을 안고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어느 교실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입니다. 어느 교사나 할 수 있는 실수이지요.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별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습니다. 사실은 함께 온 어른에게 맡기라고 했어야 하는거지요. 바로 이런 장면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것 때문에 저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작품을 좋아합니다.

'도코의 요트'에도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대목이 있습니다. 주인공 도코네 집은 시장안에 있는 꽃 가게입니다. 사람들은 도코에게 늘 집에 항상 꽃이 있으니까 좋겠다고 말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도코의 속 마음은 다릅니다.

"도코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은 생선 가게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요. 도코가 좋아하는 참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과일 가게가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도코가 좋아하는 멜론이 있거든요. 또 고구마 조림이 있는 반찬 가게가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가져보았을 것 입니다. 이를 닦을 때마다 각각 다른 향기를 상상하고, 친구들과 수업을 하다가도 혼자서 머릿 속에 있는 수 많은 원숭이와 뛰어노는 일, 아이들만 가능한 일이지요. 이런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말썽꾸러기 혹은 엉뚱한 아이 취급을 하게 됩니다.

친구 레이코가 죽은 카나리아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보고 온 도코는 이웃집 닭 가게에서 수 십개의 닭머리를 들고 나와 동네 공터에서 장례를 치르 줍니다. 닭머리를 한 구덩이에 넣지 않고 수 십개의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흰카네이션을 심어 둡니다. 모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런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도코는 유괴를 당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무사히 풀려나옵니다. 저는 '태양의 집 유치원'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도코의 요트와 같은 작품으로 승화시킨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을 떠 올려봅니다. 아마 모두 한 아이의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교사들에게 전해들은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묶어 '도코'라는 귀여운 주인공을 상상해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표제인 '우리집 가출쟁이'에서도 재미있는 한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마사토는 유치원 시절부터 속상한 일이 있으면 집을 나가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고 돌아옵니다. 이른바 가출입니다. 마사토 엄마는 아이가 집을 나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내버려두는 참 대단한 엄마입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던 날, 반대말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반대말이 뭐냐고 묻냐 한 참을 생각하던 마사토는 손을 들고 발표를 합니다.

   
  "왜 그러니, 유키?"
아니! 유코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유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왜 그래? 무슨 일이니?"
"나...... 나......"
"응 그래, 말해 봐요."
"나, 엄마 없어"
유키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떨어졌다.
유코 선생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1학년인 마사코는 반대말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 것 입니다. 어느 교실에서나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지요. 그리고, 마사토는 지겨운 수업을 견딜 수 없어 오줌을 누러 화장실로 가 버립니다. 이 일로 마사토와 엄마는 크게 다투게 되지요.

또 다시 집을 나온 마사토는 친구 덜렁이를 만나서 선생님 놀이를 합니다. 학생이 모자라 냉이, 빈깡통, 달팽이껍데기, 마른 지렁이, 볼펜 뚜껑을 모두 학생으로 삼습니다. 그리고는 반대말 수업을 합니다. 

   
  "마사토사마 "  
   

1학년인 마사코는 반대말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 것 입니다. 어느 교실에서나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지요. 그리고, 마사토는 지겨운 수업을 견딜 수 없어 오줌을 누러 화장실로 가 버립니다. 이 일로 마사토와 엄마는 크게 다투게 되지요.

또 다시 집을 나온 마사토는 친구 덜렁이를 만나서 선생님 놀이를 합니다. 학생이 모자라 냉이, 빈깡통, 달팽이껍데기, 마른 지렁이, 볼펜 뚜껑을 모두 학생으로 삼습니다. 그리고는 반대말 수업을 합니다.

   
  마사토 선생님이 가슴을 쭉 펴고 말했습니다.
"반대말 공부를 합니다."
마사토 선생님이 지렁이를 가리켰습니다.
"지렁이."
지렁이가 대답했습니다.
"마사토사마"
마사토사마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좋아요."
이번에는 볼펜 뚜껑을 가리켰습니다. 볼펜 뚜껑도
"마사토사마"
하고 말했습니다.
"좋아 좋아"
마사토 선생님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냉이도 빈 깡통도 달팽이도 모두 마사토사마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사토 선생님이 또 다른 반대말을 물어보자 지렁이는 "이렁지", 뚜겅은 "껑뚜", 냉이는 "이냉"하고 대답합니다. 반대말을 처음 공부하는 아이들 중에는 이런 기발한(?) 대답을 하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다른 이야기들도 모두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어른들의 마음(바다에 있는 건 내일 뿐)과 귀신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겐의 귀신)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쓴 책은 대부분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 어린이의 세계에서 상냥함의 원류를 찾고 싶은 어른들, 크고 작은 상처를 딛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린이 날이 있는 5월에 나온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새 책 <우리집 가출쟁이>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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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5-2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마사토사마... ㅎㅎ
 
일주일 만에 흙집짓기 - 원형흙집짓기
고제순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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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제순이 쓴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

지구상에 살아있는 것 중에서 제 살집을 제 스스로 짓지 못하는 동물은 아마 사람뿐이지 싶다.

언젠가 돈이 많이 생기면 좀 더 근사한 집을 지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해보았지만, 내 손으로 내가 살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정호경 신부가 쓴 나무집 짓는 이야기 <손수 우리 집 짓는 이야기>를 읽고 처음으로 집을 지어야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나무집이든, 흙집이든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는 이야기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그때부터 늘,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내 살 집을 지어보리라 하는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 고제순이 쓴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이러한 꿈을 꾸는 이들에게 새, 벌, 거미처럼 사람도 제 살집은 제가 짓는 것이 좋으며,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씌어진 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서점가에 유행했던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000만큼 할 수 있다> 처럼, 일주일만에 후딱 흙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한 번도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못해 본 사람들에게 제 살 집은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 그리고 흙집 짓기의 기본기를 익히는 데 필요한 최소 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흙집 건축을 위한 실용서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책 1, 2부에는 철학을 공부한 지은이가 어떻게 시골에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흙집을 짓고 사는지, 흙집을 짓기 위하여 어떻게 준비하였는지, 그러다가 마침내 흙집 짓기 강좌를 개설하게 된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 흙집을 짓고 사는 것이 그냥 흔해 빠진,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사는 시멘트로 집을 짓고 사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3부부터는 흙집 짓기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실용서로서도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일주일만에 명상홀이나 사랑방, 주말주택으로 활용할 만한 3평 원형 흙집 짓기를 통해서 제 손으로 집 짓는 법을 익힐 수 있는 흙집 짓기 교재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일주일만에 흙집을 짓는 과정을 작업 공정별로 나누어 풍부한 실제 작업사진과 공정에 따라 필요한 자재와 공구까지 꼼꼼하게 정리하였다.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첫째 날, 기초바닥, 기초 돌쌓기, 둘째 날, 아궁이 만들고 구들장 놓아 바닥 만들기, 셋째 날, 원형 벽체 쌓고 차문, 문틀 만들기, 넷째 날, 도리목 대고 찰주 세우고 서까래 걸기, 다섯째 날, 평고대 및 천장 공사, 여섯째 날, 덧서까래 걸고 처마 설치, 일곱째 날, 너와 만들고 너와 얹기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외부벽체 마감하기, 내부와 방바닥 미장하기, 기단 만들기, 굴뚝, 통창, 창문, 출입문 달기, 벽체, 바닥 마감하기, 전기콘센트 달기 등 흙집 마무리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책 4부에는 일주일만에 원형 흙집을 지은 후에 살림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살림집 지을 때 꼭 필요한 지침을 정리하여 두었으며 마지막에는 흙집 짓기 강좌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생태건축, 민중건축 원칙 - '흙처럼 아쉬람'의 교육목표

흙집 학교 '흙처럼 아쉬람' (www.mudashram.com)은 생명문화운동 차원에서 운영되는 일종의 대안건축 학교이다. 흙처럼 아쉬람의 교육목표는 생명건축, 민중건축의 철학을 담았다. 아래가 그것이다.

1. 초보자도 쉽게 손수 자신의 집을 짓는다.
2. 튼튼한 집을 짓는다.
3. 생태적인 집을 짓는다.
4. 건강한 집을 짓는다.
5. 창의적인 집을 짓는다.
6. 에너지 절약형 집을 짓는다.
7.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짓는다.

몸, 마음 영혼이 조화로운 흙집 짓기

건축이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출강을 하며 살던 지은이가 시작한 흙집 짓기는 당초 직업으로 삼을 일도 아니었고 돈을 벌기 위하여 시작한 일도 아니었으며 더군다나 지금처럼 흙집 짓기 강좌를 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신조차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의 흙집 짓기는 '뭔가 잘못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행복한 삶이란 삶의 세 가지 영역 즉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로운 삶"이며, 그것은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평화롭고 영혼이 기뻐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는 바로 흙집을 지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고 영혼이 조화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육체노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집 짓는 현장에는 이론과 실천이 따로 놀지 않는다. 생각고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다. 지행합일의 현장이다."(본문 중에서)

저자에게 "흙집 짓기는 일종의 자기 수행의 도장"이며,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먹물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의 방주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집 한 채 지으면 십년은 늙는다"고 하는데, 그는 "집 한 채 지으면 십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고제순은 1995년 삶의 전환을 결정하고 난후 생태적인 식(食), 주(住), 의(醫) 생활에 대한 홀로서기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출퇴근 농사와 자연농업에 대한 공부로 먹거리 자급자족을 시작하고, 통나무 집짓기, 전통가옥 공부, 주말 가족 건축 기행 통해 "서민들이 손수 지을 수 있는 초가집, 너와집 형태의 살림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직접 흙집 짓기를 하면서 벽체와 천장, 창문, 출입문 단열문제만 해결하면 흙집도 훌륭한 살림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새, 벌, 거미가 집짓는 관찰하며 자연건축, 생태건축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이런 과정에서 살림집 짓기의 네 가지 기본방향을 정한 것이다.

흙집 짓기를 통해 배우는 자연의 이치

살림집 짓기 기본 방향으로 ①가능한 한 손수 짓는 집, ②자연을 닮은 집, ③튼튼한 집, ④생명과 에너지가 통하는 집으로 정하고 흙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 손으로 집을 지으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누구나 자신의 살림 손수 지을 수 있다는 사실'과 '생각만 바꾸면 창조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지해 있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요, 흐름은 움직임이며, 움직임은 살아 있음이며, 살아 있음은 생명이다. 생명은 에너지이며, 에너지는 무엇인가를 창조한다. 따라서 생각한다는 것은 창조적 생명 에너지의 활동이다. 진정 간절히 원하면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고 행동은 원하는 현실을 창조한다."(본문 중에서)

결국,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으면 집짓기를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을 살리는 살림집을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수많은 생명체들 중에서 콘크리트에서 사는 생명체는 아마도 지구상에 인간이 유인한 종일 것"이라며 "어떤 생명체도 콘크리트에 둥지를 틀고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물은 없다. 그곳은 생명의 터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읽다보면, 흙집 짓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초 공사에서 모심과 섬김을, 구들 놓기에서 음양의 조화를, 흙벽 쌓기에서 생명에너지의 소통을, 찰주를 통해 만물여아일체의 이치를, 천장을 통해서는 하늘과 땅의 에너지를, 숯 깔기를 통해서는 비움의 삶을, 지붕을 통해서는 조화로운 삶이라는 삶의 지혜도 덤으로 배울 수 있다.

2004년 8월부터 흙집 학교 '흙처럼 아쉬람'을 운영하고 있는 지은이는 여러 해 동안 흙집 짓기의 경험을 쌓으면서 결국 건축가 없는 건축, 민중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흙으로 제 살집은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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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양식
홍근수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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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근수 목사 묵상집 <일용할 양식>

2012년에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는다고 하지요. 몇 년전 전시작전통제권 논의 중지를 위한 기독교 지도자 서명운동에 전국에서 1만 5천명의 목회자가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서명운동을 주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는 이 달 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유보 촉구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구요.

그들은 집회에서 "전작권 논의 중단하며 한미동맹 강화하고, 사학악법 개정해 종교자유 보장하며, 민주주의 지켜내어 시장경제 살려내자" 외쳤습니다.

또한, 어느 신학과 교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기독교와 토착 문화, 기독교와 타 종교와의 조화를 강조했다는 이유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문제제기를 수용한 대학으로부터 재임용을 거부당한 일도 있습니다.

MB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소속된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코드 인사와 국정농단도 기가 막힌 일이기도 하였구요. 사실 이런 일들은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모습을 잘 나타내주는 여러 가지 사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이 같은 보수적인 한국기독교 보편적 흐름과는 반대되는 기도와 명상이 담긴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홍근수 목사가 쓴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는 통일운동가이자 신학자인 문익환의 제자이기도 하고, 사회운동가로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공동대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1991년에는 스승인 문익환 목사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어 감옥살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쓴 <일용할 양식>은 가정예배와 매일 매일의 성구 명상에 적합하도록 쓴 책입니다. “찬송과 본문을 일별로 실어 가족들 간의 가정예배가 가능하도록”씌어진 책입니다. 저자가 밝히는 책을 쓴 이유는 가정예배서나 성구 명상집 같은 것이 없어서 불편을 느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기독교 서적을 파는 전문서점에 가보면 가정예배서나 성구 명상집은 너무 많아서 불편할 만큼 많습니다. 다만, 홍근수목사 쓴 <일용할 양식>과 같은 제대로 된 책이 없을 뿐입니다.

홍목사님 책에는 동네마다 세워진 십자가 아래에 있는 교회에서 주일마다 듣는 뻔한 설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습니다. 저자가 명상집이라고 밝혔듯이 날마다 읽고 명상하고 깊게 성찰해야하는 성경구절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서적 견해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성서적 견해 담아

평화와 통일을 저자의 깊은 고뇌를 바탕으로 씌어진 매일 매일의 성구와 기도 명상문은 흔히 ‘명상’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자신의 내면을 드려다 보는 그런 성찰의 글이 아닙니다. 마치 9시뉴스 혹은 일간신문 머리기사를 보는듯한 주제들, 이라크전쟁, 주한미군 철수문제, 북한핵문제, 미국의 대북정책, 남한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통일방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명상과 기도 글이 대부분입니다.

<제국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을 인용한 명상은 “그 때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지적을 많이 행한 마을들이 회개하지 않으므로 꾸짖기 시작하였다(마태복음서 11:20)” 라는 성서 구절을 읽고, 전쟁을 일삼는 부시행정부하 미국의 세계체제론를 짚어 본 후에 다음과 같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합니다.

“정의로운 하나님, 당신 앞에서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차별이 없습니다. 불의를 일삼은 초강대국 미국은 악한 바빌론화 하였습니다. 미국을 긍휼히 보시옵소서. 아멘”(본문 중에서)

삼월 마지막 날, 대미의존적인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역설하는 명상은 다음과 같은 기도로 맺고 있습니다.

“능력이 많으신 하나님, 우리 한국인은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습니다. 이 못나고 아둔한 국민을 용서하소서.”(본문 중에서)

이런, 명상과 기도를 읽다보면,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살이를 한 이른바 ‘급진적인 운동권 목사’라는 평가보다는 “신학은 진보적으로, 그러나 신앙은 보수적으로”라는 그의 평소 마음가짐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기독교적인 삶의 철학을 새기며 예수의 삶을 따라가는 생을 살아가자고 언제나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참으로 목회자인 홍근수 목사는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는 한국인들을 긍휼히 여길 뿐만 아니라 하나님보다 미국을 더 믿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의 삶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

예수의 삶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명상문 중에 재미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과학자와 기독교인을 관찰하여 비교해본 결과, 과학자는 평소에 매우 어리석고 바보 같지만 실험실에 들어가면 한 치의 에누리도 없으나, 기독교인들은 예배할 때는 거룩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평소에는 에누리 없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했습니다.”(본문 중에서)

홍근수 목사의 <일용할 양식>에는 이런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지극히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곳곳에 베어 있으며, 삼일절, 4.19,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는 그날을 기념할 만한 명상문과 성구와 기도를 가려 실어놓았습니다.

진보적인 신학자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법, 성서를 이해하는 법, 그리고 성서를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까지 매일 매일 읽고 명상하고 기도하도록 씌어진 책이라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가정예배와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명상을 위해 쓴 책이라고 하지만, 신앙의 깊이가 웬만해서는 가정예배를 드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신앙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가정예배와 매일 매일의 명상이 아니더라도 사랑과 정의, 평등와 평화의 세상을 위하여 살았던 예수의 삶을 따르려는 신앙인들에게는 좋은 나침반이 될만한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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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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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오마바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확대한 이 전쟁을 '아프팍전'이라고 부른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치른 후 '스와트 계곡'에 자리잡은 탈레반을 소탕하는 대규모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탈레반에 대한 묵인에서 소탕으로 돌변한 파키스탄 정부 정책은 사실상 이 나라를 내전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군이 스와트계곡에 대한 대공세를 강화하면서 북서 변경주에서 탈출한 난민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미 55만명의 난민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단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최근 스와트 계곡과 인근 샹글라 지역에서 200명의 탈레반 무장대원을 사살하였으며, 주요 근거지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군의 폭격 수위와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민간인 사망이 급증하고 반미 감정도 함께 치솟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에서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2천명을 넘었고, 올 해도 벌써 1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울러 미군 공습과정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미감정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는 것.
 
<세잔의 차>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 이른바 탈레반 활동 지역을 넘나들며 학교를 세우는 중앙아시아협회(CAI)리더이자 활동가이다. 어쩌면, 그는 미군 폭격이 시작된 스와트 계곡 인근에서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조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할 것이라고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는 아픔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잔의 차>에서 미사일과 폭탄이 결코 테러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하였다.
 
"제가 아는 바로는,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114기 발사했죠. 이 미사일 1기에 레이시언 유도 시스템을 더하면 아마 비용이 약 8만 4천 달러쯤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돈이 있으면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30년 동안 균형 잡힌 교육을 할 공립학교를 열 몇 곳 세울 수 있어요. 어느 쪽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본문 중에서)
 
폭탄과 미사일은 결사항전의 반미감정만 불러일으켜...
 
<세잔의 차>는 히말라야 기슭 외딴 마을에 세계 강대국들이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리고 동안에 맨 땅위 흙먼지 투성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학교를 세우는 그레그 모텐슨의 일대기이다.
 
그 남자는 지금까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오지 마을에 78곳의 학교를 세웠다. 유명한 등산용품 상표이기도 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를 등정하다 조난당한 이 남자는 히말라야 발치의 작은 마을 코르페 사람들에게 구조 받아 가까스로 살아난다.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K2 등정에 나섰던 등반가는 코르페 마을 사람들의 친절과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한 후에 마을 사람들에게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마을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 약속은 그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미국으로 돌아온 모텐슨은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껴려하는 병원 야간 근무를 자처하고 집세 낼 돈도 아까워 오래 된 중고차 안에서 생활한다.
 
코르페 마을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처음에는 낡은 타자기로 나중에는 매킨토시를 이용하여 정치인, 사업가, 배우 등 유명인사 580명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답장과 함께 100달러를 보낸 사람은 단 한명 뿐이었고, 모텐슨이 지원금을 요청했던 16개 재단에서 신청이 거부되었음 알려왔다.
 
학교를 짓기 위한 모금이 난항에 부딪친 어느 날, 과학자이자 산악인 이었던 장 회르니로부터 1만 2천 달러를 지원 받게 된다. 코르페로 가서 약속한 학교를 짓기 위해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다. 평생 동안 모은 산악 등반에 관한 책과 아버지가 물려 준 책을 팔아 6백 달러, 산악장비를 처분하여 5백 달러, 그리고 1년 동안 잠자리를 제공해 준 낡은 중고차를 팔아 5백 달러를 마련하였다.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그는 학교를 짓는 데 필요한 목재와 자재를 실은 트럭과 함께 코르페 마을을 찾아가지만 새로운 난관이 그를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를 짓기 전에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다리를 먼저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리가 없으면 학교를 지을 수 있는 자재를 운반할 수 없었던 것이다.
 
K2 등정보다 더 힘든 학교 건립
 
예상치 못한 장벽에 막혀 첫 번째 학교 공사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모텐슨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겪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그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전에 일 하던 직장에서는 그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당장 잠자리조차 해결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그에게 닥치게 된다.
 
장 회르니는 절망에 빠진 그에게 다시 한 번 다리를 만들 돈 1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면서 되도록 빨리 학교를 완성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리를 완성하고 장 회르니의 추가 지원을 받은 모텐슨은 하루 빨리 학교를 짓기 위하여 코르페 마을 사람들을 재촉한다.
 
코르페 사람들을 재촉하는 바로 이 장면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잔의 차' 이야기가 나온다. 발티스탄 코르페 마을 지도자인 하지 알리는 서둘러 학교를 짓기 위하여 사람들을 재촉하는 모텐슨에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다."(본문 중에서)
 
하지 알리는 모텐슨에게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학교를 짓는 것 못지않게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던 학교 공사는 또 한 번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탈레반에 납치당하고, 종교재판을 넘어서다
 
마피아 보스와 다름없는 이슬람 지도자 하지 메디가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 학교를 세우는 대신에 마을에서 가장 큰 숯 양 열 두 마리를 대가로 요구한다. 파키스탄 산간 마을에서 숯 양은 맏아들과 훌륭한 소와 애완동물을 합한 것과 같은 존재였고 한다.
 
코르페 마을 지도자 하지 알리는 이슬람 악당에게 숯 양 열 두 마리를 내준 후에 기운 잃은 마을 사람들을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로 설득한다.
 
"슬퍼하지 말게. 그 양들이 잡아먹힌 뒤에도 이 학교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야. 하지 메디는 오늘 먹을 것을 가져갔지만, 우리 아이들은 영원히 교육을 받는 걸세."(분문 중에서)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하지 알리는 아름다운 '코란'을 읽을 수 없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마을 아이들이 코란을 읽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고 말 한다. 그러나, 어려움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책의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가 세워지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인 와지리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되어 하여 죽음 직전에 이르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모텐슨의 교육사업이 코란에 위배된다고 선언하지만, 그는 이슬람 재판을 통하여 자신의 사업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낸다.
 
모텐슨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장 회르니가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996년 12월 10일 2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가 완공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장회르니는 지난 50년간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K2 등반 코스인 카라코람에 학교를 세운 것이라고 고백한다.
 
장 회르니가 남긴 100만 달러에 달하는 기금은 이후 파키스탄에 학교를 세우는 사업의 밑 거름이 된다. 코르페 마을에 첫 학교를 완성한 후에 산간마을에 학교와 여성센타를 꾸준히 지어 지금까지 80여 곳의 학교를 지었으며, 매년 3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폭탄 대신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
 
9.11 사건 이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미국을 휘감을 때도 모텐슨은 사람들에게 폭탄이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설득한다.
 
"테러를 무찌르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테러범들이 존재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곳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생산적인 시민이 되는 것과 테러범이 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교육이 그 열쇠라고 생각합니다."(본문 중에서)
 
이슬람교도 전체를 테러범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테러가 발생한 것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어느 날 별안간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할 만큼 밝은 미래가 주어져야 테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잡지 <퍼레이드>와의 인터뷰기사는 모텐슨을 유명 인사로 만들었고 10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금해 주었다. 퍼레이드 인터뷰에서 그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테러를 막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무력만으로 테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는 9.11 이전보다 더 안전해지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의 유산을 남겨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 전쟁을 최종적으로 이길 방법은 폭탄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목숨을 구해 준 오지 마을 사람들에게 약속대로 학교를 지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일이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는, 학교를 세우는 한 가지 일에 매달렸지만, 결국 폭탄이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하는 일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세잔의 차를 함께 마셔야 비로소 가족이 된다
 
이 책 <세잔의 차>의 주인공 그레그 모텐슨은 어린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비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자선을 위하여 생애를 바친 마더 테레사나 국제구호단체의 관점으로 히말라야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을 구해준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 빚을 갚으러 갔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베풀어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었다.
 
이것이 바로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레그 모텐슨의 학교 짓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세잔의 차>에는 그가 히말라야 자락에서 '기적'을 이룬 고난의 시간이 상세하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추천의 글에서 류시화 시인은 겨우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에 무슨 기적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 <세잔의 차>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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