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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들
루이제 린저 지음, 전유정 옮김, 김혜진 그림 / 월간싱클레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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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 사람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사건을 예언해 준다고 믿고 있는 꼬리별이 나타났다. 전쟁이나 불행, 중요한 사람의 탄생 같은 것을 알려주는 별 말이다.

천문학자들의 예측보다 빨리 나타난 꼬리별을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치하는 왕의 아들인 열두 살 멜히오르가 맨 처음 발견하였다.

선생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아버지인 왕은 망원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꼬리별을 아이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꼬리별은 예언의 징표다. 서쪽에 있는 먼 나라에서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데, 그 왕은 왕국도 군인도 재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상 모든 왕들의 왕이 된다는 예언 말이다.

새로 태어나는 모든 왕들의 왕을 만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 왕은 별을 쫓아 순례단을 이끌고 서쪽으로 길을 떠난다. 꼬리별은 세상을 평화로 다스릴 평화의 왕이 태어날 것임을 알리는 징표이다.

그러나, 꼬리별은 열두 살 소년에게도 어서 함께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고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그날 밤, 열두 살 왕자는 꼬마낙타를 타고 순례단을 쫓아 길을 나선다. 다행이 사막의 바람이 순례단의 흔적을 지워버려도 꼬리별은 계속 길을 일러준다.

부모 몰래 꼬리별이 알려주는 대로 길을 나선 멜히오르. 그러나 꼬리별이 길을 알려주는 아이는 한 명이 아니다. 멜히오르는 모래 폭풍을 뚫고 도착한 오아시스에서 시리아의 왕자 발타자르를 만난다. 두 소년은 서로 상대방이 꼬리별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으러 가는 길임을 알게 된다.

꼬리별이 새로운 왕이 태어나는 곳을 향해 길을 이끌어주는 또 다른 한 명은 ‘카스피리나’. 이집트에서 온 카스피리나는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천문학자의 딸이다. 꼬리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흑인 소녀인 ‘카스피리나’는 멜히로르와 발타자르처럼 꼬리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왕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나 가정교사처럼 두 소년을 독려하고 다독이면서 꼬리별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새로운 왕을 찾아가는 길을 이끌어간다.

<별은 쫓는 아이들>은 멜히로르 왕자, 발타자르 왕자와 카스피리나. 이렇게 세 아이가 사막을 지나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평화의 왕'을 만나러 가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가 흑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여자 아이라는 사실은 백인, 그리고 남성이 중심이 된 기독교 문화권 독자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이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 이야기는 몇 구절에 불과하지만, 루이제 린저의 상상력이 보태져 <별을 쫓는 아이들>은 150여 쪽이 넘는 긴 이야기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별을 쫓는 아이들이 찾아가 만난 새로 태어나는 왕은 ‘평화’의 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 아이는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란다 ! 아이의 왕국은 이 땅도 그 어느 땅도 아니야. 아이는 영토도 왕관도 권력도 재산도 원하지 않을 거란다. 이 아이는 단지 평화와 정의만을 따를 거야.”(본문 중에서)

이스라엘에 새로 태어난 왕의 어머니가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녀는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의 왕들이 새로 태어나는 ‘왕’을 경배하며 바치고 간 금화와 금단추 역시 받을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하라고 이른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그냥 버리는 거라고 일러준다.

“버리렴. 너희를 욕심 가득하게 만들고, 질투하게 하고, 인정 없이 만들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버리렴. 금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금을 원하게 될 거야. 밤이건 낮이건 어떻게 하면 더 모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거고, 도둑에게 금을 뺏길까봐 두려워 잠도 못 자게 되지. 결국 마음에 병을 얻게 된단다.”(본문 중에서)

평화의 왕을 낳은 어머니는 별을 쫓아 온 아이들에게 또 다시 좋은 왕이 되라고, 평화의 왕이 되라고 당부한다.

“부디 좋은 왕이 되어서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죄 없는 사람들도 죽이지 말거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지 말아라. 이 아이처럼 평화의 왕이 되어라. 그리고 잊지 말아라. 너희들이 이 평화의 왕을 만났다는 사실을.”(본문 중에서)

두 왕자는 평화의 왕이 되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천년 전 새로 태어난 ‘평화의 왕’을 믿고 따른다고 신앙고백을 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고 가난한 사람에게서 빵과 집을 빼앗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수 많은 미국 대통령들은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예배 때마다, 이천년 전 새로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가르쳐 준 기도문을 암송하는 최고 지도자가 있는 이 나라에서는 가난한 세입자들의 집을 빼앗는 과정에서 여섯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 했다.

<별을 쫓는 아이들>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루이제 린저가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절실하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지구촌 곳곳의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세상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해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는 성탄절,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이천 년 전 이 땅에 온 ‘평화의 왕’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루이제 린저가 지닌 문학의 힘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를 가슴 따뜻한 평화의 메시지로 바꾸어 우리에게 전해준다. 

독일의 대표적인 반나치 여류작가인 루이제 린저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통해 이 땅에 ‘정의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이야기를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 썼다.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 작가로 평가받는 루이제 린저는 우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생의 한 가운데>라는 작품이 오래 전에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고, 그보다 후에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납치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록 <상처 받은 용>을 쓴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북한 기행을> 비롯한 한국관련 저서도 많이 집필했다고 한다.

이북과 이남을 모두 여행한 루이제 린저는 한반도를 가리켜 ‘천의 얼굴을 지닌 산의 나라’라고 극찬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전에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 금강산 등 명승지를 둘러보고 산과 나무의 어울림에 반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루이제 린저가 김일성 주석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작가의 이런 이력 때문에 <생의 한 가운데>를 제외한 그녀의 작품이 남한에 널리 번역되어 소개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독일 작가가 전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천 년 전 새로 온 ‘왕’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만나보시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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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공양희 옮김 / 민들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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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산청간디학교로부터 출발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역사는 10년 만에 100개가 넘는 전일제 대안학교가 생겨났고,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홈스쿨링 그룹이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만든 대안교육 10년 백서를 보면, 2007년 현재 전국에 있는 전일제 대안학교 수는 대략 110여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대안학교 상근 교사 수는 899명, 그리고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5179명리라고 한다.


정부가 독점하는 학교교육의 주도권 밖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공동체 교육이 일루어지는 큰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지만, 대안학교 다니는 학생 수는 전체 초, 중, 고, 특수학교 재학생의 0..7%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대안학교는 특별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유별난 학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대
안학교가 유별난 학교로 인식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다양성 때문이다. 100개가 넘는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그룹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거나 지금 새롭게 시작하고 있거나 상관없이 학교나 가정의 숫자만큼 가지각색이다. 

“인간적인, 자유의, 열린, 새로운, 대안의, 전일적인, 민주적인, 공동체적인 같은 말들이 이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걸치고 있는 형용사들이다. 어떤 이들은 좀더 조직적이고 또 몇몇은 창조성고 자유로운 표현에 역점을 두며, 또 어떤 이들은 사실상의 민주적 과정을 중시한다. 어떤 이들은 완강할 정도로 비정치적인데 반해 일부는 이런저런 정치적 실천과제를 갖고 있기도 하고 좀더 학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을 띈 학교들도 있다.”(본문 중에서) 

대안교육은 이런 다양한 방법론적 차이, 온갖 철학과 이데올로기가 제 나름의 빛을 비추는 이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테마는 ‘교육을 하는데 올바른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흐름 중에 세계 여러 곳의 대안학교에 영감을 주는 몇몇 대안학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국 뉴욕주 알바니시에 있는 ‘프리스쿨’이다.

프리스쿨 30년, 두려움을 이기는 치유의 공동체

프리스쿨은 1969년 뉴욕주의 중심부에 메리 루와 4명의 아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가 쓴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는 바로 프리스쿨의 30여년 역사 중 내밀한 장면을 담은 기록물이다.

프리스쿨의 오랜 구성원 중 하나인 크리스는 이 책을 통해 학교의 심층 역사와 학교를 넘어선 지역 공동체 속에서 학교의 역할, 그리고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다양한 대안으로서의 프리스쿨의 모습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삶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인 공격성, 인종과 계급, 영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가 어떻게 개교하였고, 몇 년 후에는 학생 숫자가 얼마나 늘었고 하는 방식으로 외형과 규모를 소개하는 내용은 행간을 통해 조금씩 드러날 뿐이다. 대신 크리스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변화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모두 13장으로 나누어진 각 장에는 대부분 주제에 맞는 등장인물이 있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프리스쿨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도왔는지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것은 그가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스스로 ‘라이히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라이히언이다. 무슨 뜻아냐 하면, 젊은 시절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제자였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빌헬름 라이히의 이론에 한때 깊이 몰두했다는 뜻이다....... 더 최근 들어서 나는 프로이드의 또 다른 제자였던 칼 융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그는 라이히에게 아이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키움으로서 불행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융에게는 원형적이고 신비적인 차원이란 측면에서 삶을 검토하는 참뜻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스로 반아카데미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리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지만, 자기들끼리 살아가기 위해 짜놓은 직업적 전문어로 요란한 세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교육관은 삶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고 또 삶이란 반드시 우리 모두에게 그 자체가 지닌 교훈을 가져다준다는 개인적 신념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이 책은 그의 이런 교육관을 근거로 하여 그가 프리스쿨을 통하여 만난 아이들과 그 아이들로 인하여 배운 것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그는 교육이란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 한다. 충분한, 공기, 물, 햇빛이 들도록 보살피고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지만 최종산물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대안학교의 의사결정구조

저자인 크리스는 프리스쿨의 설립 초기에 여러 가지 혼란을 격은 끝에 두 가지 중요한 의사결정구조와 한 가지 원칙이 정착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학교 설립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열띤 토론을 거친 뒤 학교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만이 나날이 시행되는 학교의 운영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는 합의를 본 일이다.

두 번째는 학교의 구성원은 누구라도 갈등을 해결하고 싶거나 학교의 방침을 바꾸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든지 자기 입장을 옹호해 줄 충분한 지지자를 모으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도 낡은 규칙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전체회의 제도를 프리스쿨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학교내의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몫을 지니고 스로 책임지고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로 기능하도록 해주는 장치가 되었다고 평가 한다. 실제로 오늘날 자유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전체회의’제도를 가지고 있다.

초기 학교 설립과정에서 배운 한 가지 원칙은 바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사회경제적 계층이 서로 다른 부모들이 가진 기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운영원칙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프리스쿨은 오는 아이를 막지 않고, 떠나는 아이를 잡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프리스쿨로 올 때 자기 스스로의 결정으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프리스쿨을 떠날 때는 자기결정을 통해 선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프리스쿨의 교육과정은 자발성, 자기주도성을 가지도록 돕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고유한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돕는 것이 교육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네모난 나무못인 아이들을 똑같은 둥근 구멍으로 쳐 넣으면 그대로 같은 모양의 둥근 못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무마사토’라고 하는 공격성향을 가진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둥근 못으로 만들지 않고, 네모난 못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크리스와 프리스쿨 구성원들은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도 얼마든지 평범하고 건강한 생활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빌헤름 라이히의 영향을 깊이 받은 크리스지만 ‘한 번 굽은 나무는 절대로 바로 자라지 못한다’는 비유는 적절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굽은 나무들은 절대로 바로 자라지 못한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렇지만, 그 나무들이 병이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않으면 그들도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그 불리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다........ 비록 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긴 해도.”(본문 중에서)

어떤 학습과 행동에서 심각한 장애를 가졌던 열두 살 제시가 목공 도제 수업을 통해 부서진 책상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은 굽은 나무도 놀라운 방식으로 온전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에 해당된다.

결국 아이들에게 ‘치료의 학교’란 아이들 내면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던 그 무엇을 외부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실수를 실패 경험하면서도 자기 사진을 다시 올바르게 가다듬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에 빠진 아이들,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

특히, 이 책은 두려움과 배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와 프리스쿨 구성원들은 두려움이 있는 곳에서는 결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거듭 강조한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이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가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은 두뇌가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며 자동적 생존반응이라는 옆길로 가게 한다. 두려움은 부모가 자식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올바르게 사고하지 못하게 막는다. 두려움에 질린 부모들은 다시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두려움에 빠진 교사들이 좌지우지 하는 교실로 돌아온다.”(본문 중에서) 

상과 벌에 기초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발성을 지난 사람들이나 활동 그 자체에 만족을 얻는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능률이 떨어지는데, 이것은 벌과 같은 부정적인 수단이 ‘두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을 걷어내는 해독제는 ‘신뢰’이며, 아이들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신념을 갖고 전폭적인 믿음을 보여줄 때 훨씬 빨리 또 쉽게 배우고 그 배움은 특정한 기간 안에 끝나지 않고 평생을 두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삶을 농축하는 교육, 아이들이 가진 창조성, 텔레비전이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나쁜 영향,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과 이해, 기도와 염원을 담는 영성교육에 관한 경험을 담고 있다. 또한 인종과 계급 갈등 문제,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를 허물어라

특히,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를 허물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말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고, 교사는 아이들을 통해 다시 배운다는 것이다. 미술시간에는 기술과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읽기를 가르칠 때는 책을 읽는 행위가 지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모델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교사란 완전히 전일적인 모델이지 단순한 감독자나 학급관리자가 아니라는 명제는 곧 교사가 스스로 도달한 지점보다 학생들을 더 멀리 이끌어가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들은 교사의 삶을 모델로 삼아 배운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사는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모델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프리스쿨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인 크리스는 바람직한 공동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동체를 이루는 데는 수천 가지 길이 있다. 아이들이 읽고 쓰고 그리는 법을 익히는데 수천 가지 길이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여기서 기억해 두어야 할 사실은 무엇보다 공동체는 어떤 특정한 마음 상태를 말한다는 점이다.”(본문 중에서)

30년 이상의 프리스쿨 경험을 담은 이 책의 정수는 바로 이 대목이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는 수천 가지 길이 있지만, 결국 공동체는 특정한 마음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이 책은 누가 읽어야하는가?

“이 책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과 머지않아 그 시기를 맞이할 부모들에게 가치 있는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지금 가르치는 역할을 맡고 있거나 그런 부름에 답해볼까 생각 중인 사람들, 자기들만의 고유한 학교를 이미 열고 있거나 또 그런 학교를 꿈꾸는 단체나 개인들, 현재 아이들의 교육을 학교가 아닌 집에서 펼치고 있거나 미래에 그런 움직임에 도전해 보려 하는 사람들, 나아가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전인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데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의미가 있었으면 싶다.”(본문 중에서) 

저자의 바람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직접 책을 읽어보니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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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대의 좌절 -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엮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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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본 것은 20여 년 전 대학 시절 당시 마산지방법원 재판정이었다.  당시 그는 변호사 신분이었다. 그 날은 훗날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통일중공업 노조위원장 문성현 사건 재판이 열리던 날이었다. 서울 상대 출신 지식인 청년(문성현)이 노동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과 이 땅의 노동현실과 민주주의에 대해 격정적인 최후 변론을 하는 노무현 변호사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이 건설될 무렵 어느 가을날, 수출자유지역에서 열린 마창노동자 집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악법철폐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던 노무현 변호사를 기억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악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연설을 듣던 노동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외치던 그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이때만 하여도 아무도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둔 어느 날 밤, 창원에 있는 모 복지관 회의실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대통령 후보 노무현을 만났다.

노무현에 대한 기억 몇 가지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당선했고, 개표 방송이 있었던 그날 밤, 당선 확정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기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의 승리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와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종필과 손잡은 DJP 연합과 같은 비겁(?)한 방식이 아니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초기 여론조사 결과를 꾸준히 뒤엎고 마침내 당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정치를 왜곡해왔던 기득권구조인 보수언론, 지역주의, 그리고 재벌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축적한 정치 자산으로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진보, 개혁 진영에서 일하던 여러 선배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기대를 키웠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의회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그런 기대가 현실이 되는 줄 믿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필두로 하는 4대 개혁입법 실패, 그리고 대연정 제안으로 개혁세력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지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타결이라는 어이없는 짐을 지워놓고 임기를 마쳤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과 진보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한국사회에 실현시키는데 실패하였다.  


촛불집회의 성공과 노무현정부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에 소속된 구갑우를 비롯한 13명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노무현 시대의 좌절>에서 필자들은 "촛불집회의 찬란한 성공과 이후 우여곡절의 직접적 원인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노무현정부의 실패는 정권 담당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진보개혁진영의 많은 인사들이 노무현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누구도 노무현정부의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진보개혁진영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본문 중에서)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바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을, 뼈저린 성찰을 시도하는 책이다. 자칫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무지로 인하여 노무현 시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책실패를 부인하는 노무현 시대 사람들에 대한 정면 비판을 시도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연구회 구성원 중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의제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책임을 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비판하되, 마치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대하지 말자"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실력부족을 감안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구상하기 위하여 '실패'라는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냉정한 성찰과 비판적 평가가 필요한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진보개혁진영에게 다시 기회를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들은 진보개혁진영이 단순히 '이명박 때리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다시 집권하는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담아 이 책을 쓴 것이다.

노무현 정부, 주체 역량이 부족했다

이 책에서는 노무현 정부를 평가하는 틀을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하는데, 시대 과제, 대외정세 그리고 주체 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즉, 시대 과제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부합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는가? 그리고, 한국이 세계체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로 인한 경제, 외교안보 제약을 고려하여 평가하자는 것이다.

특히, 주체 역량과 관련하여서는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을 적용하는 평가기준을 세웠다.

▲ 집권세력 내 핵심집단을 지원하는 개혁적 지식인 집단의 결속력과 준비정도▲ 정치적 행정부와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파워블럭의 정책 수립 및 지원능력▲ 핵심집단이 마련한 국정목표와 그 실현을 위한 정책패키지 준비 정도▲ 정치적 행정부의 관조조직에 대한 통제력 행사 여부와 적절성▲ 다양한 이념적, 계층적, 지역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 보수신문과 반대세력의 방해를 무릅쓰고 국민적 지지와 합의를 이끌어냈는지 여부

저자들의 평가는 냉정하고 날카롭다. 노무현 정부는 "개방의 조건하에서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실현하는가"는 시대 과제를 막연하게 인식하였으나 국정과제와 국정목표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였다고 평가한다.

또한 대외정세 측면에서는 '지나친 의욕'과 '외교적 수모' 사이를 오가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다는 것이다.

"국방백서에서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었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자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라크에 파병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또한 동북아균형자론을 제기했다가 강대국들을 자극하기만 한 채 이내 철회하고 말았다."(본문 중에서)

뿐만 아니라 집권 후반기 동북아시대구상도 집권후반기 일방적인 한미FTA 추진으로 퇴색함으로써, 외교안보와 통상 전략의 부재로 대외정세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주체 역량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시대적 과제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명확하게 기획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외정세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체적 측면에서도 집권세력의 미약, 정책패키지 준비 부족, 실행능력 취약,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적 능력 부족 등으로 이익 갈등과 관료조직, 반대 세력의 저항 등을 극복하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본문 중에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에 힘입어 승리를 재취할 수 있었고,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진보개혁세력 전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개혁에 성공할 기회가 없었나?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쓴 저자들은 "구조적 조건에 대응하는 핵심집단의 구성, 정책수립 및 집행능력, 정책정당의 준비 등에서 노무현정부의 주체적 역량이 대단히 미약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주체 역량이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집권기간 전체를 돌아보면 최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다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집권 후 1년 이내에 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기간 노무현 정부는 4대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을 포기하는 등 지나친 탈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시간을 낭비하다가 보수세력의 반격을 받아 탄핵을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탄핵 후 총선 승리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힘겨루기에서 실패함으로 시대 과제에 부응하는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잃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넓은 의미의 진보개혁세력을 포용하면서 개혁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는 대신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대연정을 통해 교착상태를 돌파하려다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는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예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집단의 주체 역량부족에서 기인되었다는 주장이다. 직접 책임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있지만, 넓게 보면 진보개혁세력 모두의 실패라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바로 이런 평가 틀을 가지고, 정치전략, 동북아 정책, 통일, 외교, 안보정책, 성장과 분배전략, 복지정책, 노동정책, 비정규직 정책, 주택정책, 지역정책,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쓴 글이기 때문에 주제에 따라서는 생소한 자료인용과 다소 어려운 내용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넓은 의미에서 진보개혁진영 모두의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는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성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실패, 진보개혁세력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

"진보개혁세력은 당위적 주장을 타성적으로 반복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복합적 정세 속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치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본문 중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이나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구호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이 "세계화와 분단체제의 동요라는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비전과 노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명박의 실패가 저절로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좌절>은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뼈저린 성찰의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의 승리를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라고 믿고 가슴 벅찬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사람들이, 참으로 파란만장한 지난 5년의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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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
닐 스티븐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동녘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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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은 어떤 것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선택하였다.

책을 기획한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적인 건축물에 대해 아는 것은 이제 교양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이런 건축에 대한 교양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적인 건축물 50개를 선별하여 핵심적인 설명만 간략하게 간추려놓은 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이라고 한다.

"무겁고 딱딱하지 않으면서 한 눈에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들의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 쉽고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선 이 책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는 50개의 건물 대부분이 낯선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엄선된 50개 건물 가운데, 직접 눈으로 본 것은 타지마할과 영국국회의사당 건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하여 사진책이나 그림책을 방불케 할 만큼 아주 빼어난 삽화를 담고 있다. 어쩌면, 실제 현장에 가서 건축물을 보더라도 이 보다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한 사진과 그림을 바탕으로 씌어져있다.

위대한 건축물을 담은 빼어난 사진과 그림

그렇지만, 역시 단 한 번도 실물을 본 적 없는 건축물에 대하여 작가의 눈과 마음을 빌어서 사진과 그림으로만 만나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쓴 닐 스티븐슨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영국 맨체스터에서 사거 스티븐슨과 함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한다.

영국 출신의 건축가인 닐 스티븐슨은 도쿄에서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단게 게조와 함께 작업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런 인연 때문에 그가 쓴 이 책에는 단게 겐조의 작품인 도쿄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하여 이세 신궁, 카츠라 이궁, 간사이국제공항 터미널 같은 일본 건축물이 포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출 50>은 지난 3500년 동안 건축이 발전해 온 중요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문 신정, 타지마할에서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건축물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한 건축 작품들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보통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이야기 속에서 재미를 느끼며 대상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건축물 지붕이나 기둥과 같은 건축물의 기본적인 명칭에서부터 출발하여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편집이다. A4 양면을 합쳐놓은 판형에 큰 건축물 사진을 펼쳐놓고서 군데군데 표시를 하여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적어 두었다. 건축물의 주요지점으로부터 지시선으로 표시해서 건축물의 구조와 구조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편인 '파르테논 신전' 편에서는 '엔타시스'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기둥들은 전체 높이의 2/5 정도 되는 부분이 볼록하게 부풀어 있다. 이것은 일자형 기둥이 측면에서 오목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바로잡아 준다."(본문 중에서)

또한 전체 사진에서 작게 보이는 부분을 따로 확대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 건물에 새겨진 '파르테논 프리즈'에 대한 해석을 별도로 상세하게 담고 있다.

"대리석 판에는 아테네 기사들의 행렬, 신과 신화적 인물들 사이의 다툼, 그리스인들과 아마존들의 영웅적 전투 장면들과 트로이의 공격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진 속의 프리즈에는 아테나를 기리는 파나테나이아 축제를 위해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숭배자들의 행렬을 주제로 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파르테논 신전에서 모셨던 아테나 조각상 그림과 무너지지 않은 파르테논 신전을 포함하여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을 함께 싣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건축물을 세운 정치인이나 혹은 건축가의 간략한 일대기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두 쪽에 담은 세계 최고 건축

전체적으로 이 책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건축의 중요한 주제들과 영향, 그리고 구조적 특징들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생경한 용어들과 구조에 대한 설명들이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세한 용어해설과 찾아보기, 사진자료 목록표 등을 보면 오히려 일반 독자들 보다는 건축을 공부하고자하는 특히, 역사적 건축물을 공부하고자하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기초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위해한 건축 50>에 선정된 건축물을 직접 볼 기회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압축하여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을 짓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나 건축물에 나타나는 건축사적인 특징이 건축물들을 관람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도대체 그 시대(100~ 3,500년 전)에 저런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수 있었을까'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건축물이 지어질 당시의 사회역사적인 배경이나 구조적 결함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설계 그리고 새로운 건축 소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건축 양식에 대한 기초 지식을 잘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닐 스티븐슨이 쓴 이 책으로 인해 눈 직접 보고 온 타지마할이나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에 대하여도 "와 ~ 대단하다"는 단순 감탄을 넘어서 '건축을 작품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이 책에 실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보러 떠나는 여행자들은 아마 이만한 간결하고 알찬 안내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 50

아문신전, 카르나크/ 파르테논 신정/ 콜로세움/ 판테온/ 이세 신궁/ 성 소피아 대성당/ 티칼 제1호 신전/ 카주라호의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 피사 대성당/ 더럼 대성당/ 앙코르와트/ 크라크 데 슈발리에/ 노트르담 대성당/ 알람브라 궁전/ 피렌체 대성당/ 천단/ 킹스칼리지 예배당/ 산 피에트로 교회의 템피에토/ 성베드로 대성당/ 성바실리 대성당/ 빌라 로톤다/ 하드웍 홀/ 가츠라 이궁/ 타지마할/ 포탈라 궁/ 세인트 폴 대성당/ 하워드 성/ 로열 파빌리온/ 알테스 무제움/ 영국 국회의사당/ 수정궁/ 터빈건물, 므니에 공장/ 사그라다 파밀리아/ 글래스고 미술학교/ 갬블 하우스/ 로비 하우스/ 드로고 성/ 슈뢰더 하우스/ 빌라 사부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빌라 마이레아/ 판즈워스 저택/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퐁피두센터/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홍콩 상하이은행/ 슐룸베르거 케임브리지연구소/ 아크/ 간사이 국제공항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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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 2009-01-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관성있게 써주세요.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
우리교육 엮음 / 우리교육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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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교육에서 엮은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

‘속 터지는 교육정책’을 진단하는 YMCA 시민논단에서 한국해양대학교 김용일 교수는 “ 2MB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는 해법은 결국 학교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특히, 전교조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물론, '3불(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정책' 폐지도 막아야 하고, 역사교과서 왜곡도 내버려둘 수 없지만, 학교 현장에서 날마다 이루어지는 수업과 학생, 학부모와 이루어지는 교육적 상호작용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들과 함께 시작한 교육잡지 <우리교육>에는 묵묵히 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폭넓은 교육적 상호작용을 일구어가는 교사들의 사례가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다. 40여명의 교사들이 직접 경험한 10년 교육활동 사레를 담은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오고가고 경쟁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이 서열화 되고,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사례 하나하나에 선생님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교육활동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은 1998년부터 월간 <우리교육>(초등)에 연재한 ‘사진으로 담은 교육 활동’을 한권으로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지식 교육만을 강조하는 우리 학교 현장에서 오감을 활용하고, 몸을 움직이는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발굴하여, 그 과정과 결과물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아낸 꼭지입니다. 이 속에는 보다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고민해 온 선생님들의 철학과 함께 한 아이들의 숨소리와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년 동안 <우리교육>에 실었던 기사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절 변화와 학교 한해살이를 연결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여 엮었다고 한다. 

즐거운 공부, 꿈을 담는 과제장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학급의 한 해 살이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계절의 고유활동, 시작 하는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활동, 학기말에 놓치기 쉬운 리듬을 회복시켜주는 활동,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나누어 엮었다고 한다. 

봄 활동 편에서 소개하는 ‘우리아이들의 꿈을 담는 과제장’은 30년이 넘는 교단 생활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독특한 학습활동을 실천하고, 이 속에서 나온 아이들의 정성을 소중하게 모아 온 인천 문남초등 김영윤 선생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윤 선생님 경험을 소개하는 ‘아이들과 만드는 꿈을 담는 과제장’에는 봄에 피는 꽃 수집하여 말리기, 나무의 싹트는 모습 관찰하기, 봉숭아꽃 물들이기, 과일과 채소 씨앗 모으기, 가을 논 밭 관찰, 여러 가지 곡식 모으기 같은 ‘자연과 교감하는 활동’, 가족여행 경험, 엄마, 아빠, 형제를 소개하는 활동을 담아내는 ‘우리 가족 사랑지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활동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김영윤 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던 “초혜는 1년 동안 자신의 생활이 담긴 앨범을 시집갈 때 혼수품 제 1호로 가져갈 거라며 고이고이 간직 하겠다”고 해서 선생님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처음엔 학부모들이 귀찮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들이 협력해주고,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학습꾸러미(꿈을 담는 과제장)을 소중한 보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 내가 만든 책, ▲ 걸개그림 만들기, ▲ 색종이로 꾸미는 띠벽지, ▲ 풀잎으로 만들기, ▲ 천연염색, ▲ 종이접기 같은 미술 수업을 응용한 활동, 그리고 교실과 학교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 곤충을 기르는 ▲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교실 만들기 같은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 스프링쿨러 만들기, ▲ 간이분수대, ▲ 움직이는 동물장난감, ▲ 풍선자동차, ▲ 로켓 만들기, ▲ 풍선호버크라프트, ▲ 바람 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만들기 같은 활동들도 담겨 있다. 아이들은 과학 지식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놀잇감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과 과학으로 넓히는 체험 확장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이 일선 교사들에게 유익한 사례모음이 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수업을 조금만 더 확장시키면 훨씬 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서툴어도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해 보는 경험, 직접 손으로 만든 놀잇감으로 실컷 놀아보는 경험, 놀이에 숨어있는 과학의 원리를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경험......”(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이 책은 교과서를 벗어나서 자연과 과학을 통해 아이들의 경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선배 교사들의 비법(?)을 모아놓은 책인 셈이다.  

또한, 아이들과 수업에 써먹을 수 있는 사례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재량시간, 특별활동시간, 미술시간, 토요일 전일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교육활동 하나하나에 담긴 교사들의 앞선 고민과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첫 출발하는 선생님이라면 꼭 필요한 실용서임에 분명하다.

또한 아이들 수준에 따라 적용 방법만 조금씩 달리하면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선생님에게도,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도 유익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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