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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숲 놀이터 - 산림청 개청 50주년 기념도서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지음,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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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이 쓰고 한병호가 그린 <봄 숲 놀이터>


오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어느 해 보다 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일터에서 보내는 겨울이 따뜻할수록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도 덜한 것 같습니다. 몸이 추워서 봄을 기다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힘겹다고 느껴질 때 봄을 더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간절함과 상관없이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봄엔 나무와 풀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숲엔 온각 생명체들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마음으로 바라보는 봄 숲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동화 작가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한병호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봄 숲 놀이터>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봄 숲 놀이터>를 펼치면 '봄'이 마음으로 스며들고 아파트 거실 안까지 따라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같이 사는 숲에는 봄이 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강이가 뛰어다니는 숲엔

봄이 오면 금낭화가 피고

양지꽃 하나가 폭 터졌어

돌배나무 아래엔 토끼가 공기놀이를 하고

꽃밭엔 나비는 꿀을 따

떼죽나무 아래엔 오소리가 집짓기를 하는데

비목나무를 지나면 초록이끼 가득한 골짝이 나와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초록 굴을 지나면

숲엔 파방파방 꽃봉우리 터지는 냄새가 나고

새잎 돋는 소리도 나"


숲에서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어울려 놀다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프면 각자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요. 하지만 봄 숲에 어울려 사는 동무들은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함께 밥상을 차립니다.


"강이는 집에서 밥을 가져오고

고양이는 큰괭이밥 잎을 뜯어 오고

박새는 산벚꽃을, 

멧돼지는 진달래를 꺾어 왔어.

오소리는 통통한 버섯을 가져왔어. 

버섯 냄새가 훅 났어.

토끼는 어수리 나물을 뜯어 왔어. 

여우는 여우비 내려 피운

무지개 꽃을 가져왔지."


뒤늦게 다람쥐는 복사꽃을 들고 와서 꽃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모두들 꽃밥을 먹으면서 "먹기 아까워" "먹기 아까워" 하며 나눠 먹었답니다. 이 대목을 읽다보니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이영득 선생님이 사람들과 봄에 숲 체험을 가면 밥과 된장이나 양념만 챙겨가서 온갖 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비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봄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만들면...


<봄 숲 놀이터>를 읽고 난 뒤에 아이들과 숲으로 나가 봄에 피는 꽃과 나물을 뜯어 꽃밥을 해먹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꽃 밥을 먹어보자고 하면 아이들이 선뜻 나서지 않겠지만, 이영득 선생님이 쓴 <봄 숲 놀이터>를 함께 읽고 난 뒤라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따라나설게 분명합니다.

숲에서 솟아나는 재미있는 상상력은 산벚 나무로 가로등을 켜기도 합니다. 산벚 나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머지않은 봄 날 산벚 나무 가지가 가로등을 닮았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길모퉁이를 도는데 산벚 나무가 오늘 밤 숲길을 밝히는 등으로 뽑혔다며 꽃가지를 차르르 흔들었어."(본문 중에서)


숲에는 가로등도 당번을 정한다고 하니 다른 날은 산벚 나무 대산 다른 꽃이나 나무가 숲길을 밝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숲속 동무들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빨갛게 노을이 질 때까지 함께 그네를 타고 놉니다.


<봄 숲 놀이터>는 산림청 개청 50주년 기념 도서인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7년 최고의 출판사 상을 수상한 보림출판사와 산림청이 공동기획하여 만든 어린이 동화책입니다.


작가 이영득 선생님은 겨울 동안 제주도로 이사를 갔습니다. 숲에서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영득 선생님이 봄부터 제주 숲을 다니며 새로운 숲속 동무들을 사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머지않아 제주의 숲을 담은 예쁜 책이 나오리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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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딸기야 물들숲 그림책 10
이영득 글, 다호 그림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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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곡식도 찧고 가루도 빻았을 테지만 이젠 쓸모가 다한 돌절구. 마당 한 켠에 놓인 돌절구에 딸기 씨를 심으면 딸기가 자랄까요? 비닐하우스가 나오면서 겨울부터 봄까지 손쉽게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딸기 씨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농사를 모르고 도시에서만 오십 년 넘게 살았더니 딸기도 '씨'가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비닐하우스 때문에 제철 마저도 없어져 요즘 아이들은 겨울을 딸기 철이라고 알고 있더군요. 실제로 요즘은 딸기 생산이 가장 많이 되는 계절도 겨울입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가 아닌 땅에 심은 딸기는 봄에 새싹을 틔우는가 봅니다.


책을 펼치니 몇 해 전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북한에서 딸기 모종을 키워 남한(밀양) 땅에서 키운 '통일 딸기'를 따러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손가락 사이에 딸기를 넣고 살포시 힘을 주면 어쩔 땐 '뽁' 하는 소리를 내고 또 어쩔 땐 '톡' 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지인들과 함께 '통일딸기 수확체험'을 가서 빨갛게 익은 딸기를 소쿠리 가득 담아 나오며 아이들 마냥 들뜬 기분이었던 경험이 있지만, 생태적 감수성이 둔했던 탓인지 한 번도 딸기의 생애를 궁금하게 여기진 않았습니다.


돌절구에 딸기씨를 심었어.

맛난 딸기를 먹을 거야.

잠자던 씨에서 싹이 텄어.

병아리가 나온 날 새싹도 조그만 이파리를 사르르 펼쳤지.

이파리가 푸릇푸릇해졌어. 

돌절구가 좁다고 밖으로 나왔어.

으샤으샤 어디로 갈까?

기는줄기가 여기저기로 기어가.

기는줄기 끝에서 어린잎이 자랐어. 

(본문 중에서)


책의 한 구절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여느 동화책과 다르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챘을 겁니다. 아이들 동화책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기는줄기'라는 생소한 어휘가 등장하였지요. '기는줄기'는 고구마, 수박, 딸기처럼 땅 위로 기어서 뻗는 줄기를 말한답니다.


돌절구에 심은 딸기씨...열매 맺을까?


이영득 선생님이 쓴 <새콤 달콤 딸기야>는 "생명의 한 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꾸러미" 중 한 권입니다. 이 그림책은 "흔한데도 관심이 없어 낯선 생명의 한 살이와 그 둘레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기가 몰라보게 번졌어.

둘레둘레 딸기밭이 되었어.

딸기밭에 공벌레가 살아.

지렁이도 살아.

성큼 자란 병아리는 벌레를 잘도 찾아 먹어.

(본문 중에서)


짧은 동화 한 단락에 공벌레, 지렁이, 병아리가 등장하였지요. 곧이어 비 오는 날은 두꺼비가 나오고 귀뚜라미와 잠자리도 등장합니다.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오면 무당벌레, 거미, 꿀벌 그리고 생소하지만 호리꽃등에도 나옵니다. 딸기가 자라 익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개미와 무당벌레도 딸기를 먹으러 옵니다.


이처럼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태와 성장과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할 수 있도록 예쁜 그림과 고운 말로 보여줍니다. 꿀벌과 호리꽃등에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는 과정, 콩알만한 딸기가 대추알만큼 커진 후에 발그레하게 익어 가는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답니다.


이영득 선생님은 "어렸을 때 풀이 무성한 딸기밭에서 익은 달기를 따면 보물을 찾은 듯 설렜"다고 합니다. "딸기 이파리에 조랑조랑 매달린 물방울이 딸기가 먹고 남은 물을 내놓은 거라는 걸, 어른이 되어서 알았을 때 세상문이 하나 열린 기분이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돌절구에 심은 딸기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 문이 하나하나 열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동화 한 편을 읽고나면 어느새 딸기는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지요. 기는줄기가 퍼지면서 잎이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면 "딸기 이파리는 작은 잎 세 장이 모여 잎 하나를 이루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따라 읽다보면 딸기 꽃이 흰 꽃이라는 것도 "꽃잎은 다섯 장이며 드물게는 여섯 장인 것"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딸기는 빨간색... 딸기 꽃은 무슨 색일까?


맨 처음에 딸기씨를 심다라는 구절이 있었지요. 도대체 딸기 씨는 어디에 있을까요? 딸기 씨는 딸기 겉에 마치 주근깨처럼 콕콕 밝혀있답니다. 그러니 딸기 하나를 먹으면 엄청 많은 딸기 씨를 함께 먹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동화와 함께 딸기 씨를 심어서 열매가 자랄 때까지 성장 과정도 그림으로 잘 보여줍니다. 호기심이 있는 부모라면 시장에서 사온 딸기에서 씨앗을 빼내 집에서 딸기를 키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딸기 씨를 채종하는 요령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더군요.


딸기 키우기, 딸기로 하는 놀이, 딸기로 만드는 먹을거리 소개는 모두 동화와 함께 소개되는 부록이지만 예쁜 그림과 고운 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딸기는 지금이 제철이고 한 달쯤 지나면 출하가 끝나지요.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텃밭이라도 가꾸는 어른들이라면 시장에서 사온 딸기에서 딸기 씨를 골라 내 화단이나 화분에 한 번 심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화단이나 화분에 심은 딸기 씨가 자라 열매를 맺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동화 같은 마음이 다시 자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딸기 씨를 심지 않아도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다호가 그림을 그린 <새콤달콤 딸기야>읽고 나면 틀림없이 그런 마음이 싹을 틔울 것입니다. 



출처: http://www.ymca.pe.kr/ [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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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 아기너구리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글, 정유정 그림 / 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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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 선생님이 쓴 <강마을 아기너구리>라는 동화를 읽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불러주었던 동요가 생각났니다. <섬집 아기>라는 동요 아시지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이 동요는 굴 따러간 엄마와 혼자 집을 보다 잠든 아기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아기 걱정에 다 채우지 굴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래길을 달려옵니다. 

왜 이 동요가 떠올랐을까요? 강으로 고기 잡으러 나간 아빠 너구리와 고기잡이 나간 아빠를 배웅하고 기다리는 아기너구리의 모습에 섬집아기와 엄마가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엄마너구리의 제삿날이라 물고기를 많이 잡아와야 하는데, 요즘 들어 아빠가 허탕 치는 일이 많아 아기너구리도 걱정입니다. 강가에서 동무들을 기다리던 아기너구리는 아빠너구리에게 고기를 잘 잡는다고 들었던 '물총새'를 만납니다.

"와아 물총새다. 고기를 잘 잡는다고 아빠너구리가 엄청 부러워하는 새야. 아기너구리는 고기 잡는 걸 구경하려고 물총새를 따라갔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물총새는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강가 모래밭에 내려앉아 부리를 땅에 대고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고기는 잡을 생각을 않고 그림을 그려놓고 둘레를 콩콩 뛰어다니자 갑자기 잠잠하던 강물에서 고기가 튀어 오르는 겁니다.

이때 물총새는 쏜살같이 날아가서 물 위로 슝, 슝 튀어 오르는 고기를 낚아챕니다.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린 그림에 뭔가 비밀이 숨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물총새는 물고기를 다 먹어치운 후에 그림을 모두 지우고 포르르 날아가 버립니다. 아기너구리는 온종일 물총새를 찾아다닙니다.

"물총새는 버드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물을 튀기며 강 건너로 날아갔다가, 못가 연꽃 그늘에서 쉬나 했더니, 어느새 숲으로 포르르 날아갔어. 물총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지."

어린 시절 참새나 잠자리를 쫓아 다녀본 경험만 있어도 아기너구리의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지요. 땅에서 사는 사람이나 동물이 하늘을 나는 재주를 가진 새와 곤충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무척 힘들고 지루한 일이지요.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아기너구리는 다시 물총새를 찾아냅니다. 마침 물총새가 그림을 막 끝내는 무렵인 것을 보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갑니다. 아기너구리가 갑자기 달려들자 물총새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납니다.

마침내 물총새가 그린 요술그림을 찾아냈습니다. 아기너구리는 물총새가 그린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고 한 발을 들고 그림 둘레를 콩콩 돌았지만 물고기는 튀어오르지 않았습니다. 

아기너구리는 손뼉을 치고, 빙빙 돌고, 펄쩍펄쩍 뛰고, 절도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그래도 고기는 튀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물총새가 다시 날아와서 아기너구리에게 뭘하고 있냐고 묻습니다.

"뭐긴 뭐예요. 요술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런데 고기가 튀어 오르지 않아요."

물총새에게 요술그림 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기너구리는 실망하여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아빠를 기다립니다.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 모래밭에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엄마 제사상에 올리고픈 커다란 고기도 그리고, 작고 예쁜 고기도 그리고, 수염이 기다린 고기도 그리고 강가 모래밭에 고기를 잔뜩 그려놓았을 때 아빠 너구리가 돌아옵니다.

아기너구리는 아빠너구리에게 물총새가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 고기 잡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빠너구리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아빠너구리의 그물 속에는 아기너구리가 모래밭에 그린 고기다 다 들어있는 겁니다.

아기너구리도 물총새처럼 그림을 그렸더니 아빠 너구리가 그림에 있는 물고기를 모두 잡아온 것입니다. 아기너구리는 너무 놀라 눈만 껌뻑껌뻑했다고 합니다. 강마을 아기너구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줄거리만 들어도 머리속에 그림이 막 그려지시지요? 동화를 쓰면서 들꽃을 찾아다니고 숲에 대한 교육을 하는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시골집에서 풀벌레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림책을 그리는 정유정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동화책 <강마을 아기너구리>입니다.

물총새가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그림 책 속 아기너구리의 얼굴 표정에는 안타까운 마음, 기다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 부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자주 허탕치고 돌아오는 아빠를 돕고 싶어 하는 예쁜 아기너구리의 고운 마음도 잘 드러납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더니 그림 속'아기너구리'와 똑같은 올망졸망한 눈망울들이 꼼짝도 않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라고 하더군요. 들꽃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영득, 정유정 선생님의 고운 마음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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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 내 노래의 날개를 타고 고향에 가겠네 산하어린이 147
박선욱 지음, 김태환 그림 / 산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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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남한 땅에서는 오랫동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금기시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1996년, 아직 ‘윤이상’이라는 이름을 쉽게 말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소설가 윤정모는 그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제목으로 소설 <나비의 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8년에는 윤이상 선생의 아내 이수자가 쓴 <내 남편 윤이상>이 한국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근년에 들어서는 윤이상 선생의 삶과 음악을 소개하는 책들이 다투어 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판사들도 마침내 그의 삶을 조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사회의 변화,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이미 윤이상 선생이 고인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고인이 된 윤이상 선생의 음악과 세계적인 브랜드로서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불온(?)한 생각도 떨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의 삶과 예술에 관심을 갖고 그의 전기를 읽는 것처럼,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또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도 윤이상 선생의 삶을 전하는 일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비슷한 생각으로 도서출판 산하가 박선욱의 글과 김태환의 그림으로 어린이를 위해 만든 윤이상 선생의 전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이 출간되었지 싶습니다. 이 책은 산하 어린이 문고 중에서 147권 째로 기획 출판된 인물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면서 황병기 교수는 윤이상 선생을 ‘진주조개’에 빗대어 소개하였습니다.

“아픔을 피하지 않는 인내와 고통마저도 보듬어 안는 큰사랑이 눈부신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윤이상 선생은 바로 진주조개와 같은 분이었습니다. 일제의 지배와 분단, 가난과 편견이라는 모진 시련 속에서도 선생님은 고통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책 소개 중에서)

동베를린사건과 이후 이어진 해외민주화운동으로 고국의 권력자들에게 핍박받고 외면당하였을 때에도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상처를 너끈하게 끌어안았고, 오히려 이를 빼어난 음악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독재권력도 막지 못한 음악에 대한 열정

1917년 산청에서 태어난 윤이상 선생은 보통학교 3학년 때 눈으로 악보만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열세 살 무렵에는 이웃 청년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싶은 욕심으로 작곡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선생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의 반대로 여러 번 벽에 부딪쳤으나 끝내 아버지도 그의 열정을 꺾지는 못하였습니다. 서울의 상업학교를 그만 둔 윤이상 선생은 에케르트의 제자인 최호영 선생을 만나 음악 공부를 이어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공부를 하기 위하여 일본 유학을 떠난 윤이상 선생은 상업학교와 음악학교를 동시에 다니면서 음악공부를 하였으며, 이 시절 동베를린 사건의 단초가 된 최상한과 함께 일본에서 음악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일제 치하에서는 감옥에 투옥되기도 하였고, 일본 헌병의 추적을 피해 해방이 될 때까지 숨어살았습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는 혼란의 시기에는 결핵과 맞서 싸우는 투병생활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습니다.

음악에 대한 불같은 열정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유럽 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하였고, 프랑스를 거쳐서 독일 베를린 음악대학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하게 됩니다. 독일 베를린 음악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유명한 음악제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서 자리매김을 시작합니다.

윤이상 선생은 1958년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작으로 초연된 오페라 <심청>으로 빛을 발하게 됩니다. 1988년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으로부터 수여 받고, 1992년 함부르크자유예술원의 ‘공로’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95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괴테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 사회에서 세계 음악가로서 최고의 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여정

음악에 대한 40여 년의 열정이 마침내 독일 땅에서 꽃피기 시작할 무렵인 1967년 윤이상 선생은 한국중앙정보부원들에 의하여 서울로 납치되어 이른바 동베를린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1심에서 종신형, 2심에서 15년, 2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감옥생활의 고통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고문과 회유와 협박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면서 감옥에서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을 완성하게 됩니다.

독일 정부와 해외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풀려난 윤이상 선생은 독일로 돌아가서 음악적 열정을 불태움과 동시에 중앙정보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에 짓밟히는 분단된 조국과 민중들을 위한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궐기와 학살’, ‘진혼’, ‘재행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광주여 영원히>는 광주학살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윤이상은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납치와 감금, 고문을 당하고 죽음의 벼랑 끝에 서게 된 일도 따지고 보면 남북 분단이 빚은 비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본문 중에서)

1987년 남북음악회 개최 제의, 1990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음악회 등은 모두가 통일을 앞당기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음악가의 열정으로 이루어낸 일들입니다. 1995년 윤이상 선생은 끝내 살아생전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윤이상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그의 고향 통영에서는 매년 윤이상 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서거 10주기에 즈음하여서는 남한에서 윤이상 평화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6년 1월 국정원의 과거사진상위원회는 동베를린간첩단 사건이 터무니없는 조작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윤이상 평화재단 주최로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었던 현대 한국예술계의 거장,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 그리고 시인 천상병을 기념하는 행사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60년이 지나도록 아직 분단의 질곡과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독재와 분단을 뛰어넘어 평화를 노래하는 음악가 윤이상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1년 전에 세상을 떠난 통영 출신의 한 탁월한 음악가가 전 세계의 음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예술인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가감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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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 / 보림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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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의 주인공 쿠슐라 요먼은 염색체 이상으로 육체와 정신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보지도, 만지지도, 입으로 느끼지도 못하는 모든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이로 태어났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그림책 읽어주기 라는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이지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1997년 스물다섯 살이 된 쿠슐라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육체적, 지적으로 능력이 완전한 '정상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쿠슐라의 지적 능력이 완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때문에 삶에 대한 충족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쿠슐라는 잘 읽고 잘 쓰며, 컴퓨터로 능숙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 편지를 잘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지금은 목공 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손을 자유로이 쓰기가 어려워서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일은 하지 못한다."(본문 중에서)

스물다섯 살이 된 그녀는 다른 장애인 네 명과 함께 생활하고, 대부분의 집안일을 자신들의 힘으로 꾸려가며, 정원을 가꾸고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도서관, 극장, 교회, 바닷가와 수영장에 가는 걸 즐기며, 아이를 돌보는 일에도 특별한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쿠슐라 스스로, 그리고 그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이 그녀가 가진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마치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장애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쿠슐라가 태어났을 때 두 손에 손가락이 하나씩 더 달려있었고, 뇌혈종으로 인하여 심한 활달에 걸렸으며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퇴원하였으나 끊임없이 보채고 숨쉬기를 힘들어하였으며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시각과 청각에 이상이 있었고, 이따금 발작성 경련을 일으켰으며 몸무게가 제대로 늘지 않고 귀와 목이 반복적으로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병원 진단 결과 심장에 구멍이 나서 천식이 생겼고 습진성 발진도 생겼으며 콧구멍이 좁아 호흡장애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심각한 장애 있었지만 그림책을 좋아했다.

3개월이 되었을 때 팔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였으며, 머리를 들어 올리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건에 초점도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정상아보다 발육이 훨씬 뒤떨어졌고, 등과 다리는 흐늘거렸으며 자주 비정상적인 경련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쿠슐라의 부모는 누가 봐도 심각한 장애를 가진 어린 쿠슐라에게 4개월째부터 책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쿠슐라가 얼굴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기다. 밤낮으로 깨어 있는 아기와 기나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던 끝에 책을 보여 주게 된 것이다. 사실 절망에 빠져 아무것이나 해 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쿠슐라는 책을 보려고 했고 귀 기울여 들었다."(본문 중에서)

이후 쿠슐라는 요도감염과 신장 수신증, 뇌파이상으로 10주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됩니다. 병원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쿠슐라가 그림과 기호에 흥미를 나타내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뒤부터 깨어있는 긴 시간 동안 그림책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쿠슐라의 어머니는 밤낮 없이 책을 읽어주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9개월 된 아기에게 규칙적으로 책을 보여주는 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며, 또 다른 이유는 어차피 쿠슐라가 다른 정상아들과 같은 활동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쿠슐라는 어른 무릎에 앉아 등을 기댄 채 읽어 주는 책에서 가장 알맞은 거리에 눈을 두었다. 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주었고, 한 장 한 장씩 책을 쿠슐라의 눈에 가까이 보여 주었다."(본문 중에서) 

<쿠슐라의 그림책 이야기>는 이후 쿠슐라가 3년 9개월이 될 때까지 매시기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과 그 시기에 읽은 그림책의 종류, 그리고 각각의 그림책에 쿠슐라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어떤 책을 더 좋아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정상적 발달을 보이는 아이와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를 비교하여 깜짝 놀랄 만큼 자세히 관찰하여 기록한 책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 날마다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것

쿠슐라의 외할머니이기도 지은이 도로시 버틀러가 기록한 쿠슐라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책을 통해 읽어보면, 독자들은 아이가 자라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 조금씩 자라면서 몸을 뒤집는 것, 배밀이를 하는 것, 기는 것, 서는 것, 걷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사건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다 겪는 이런 과정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늦게 경험하는 쿠슐라 가족들에게는 훨씬 더 경이로운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면서 장애 있는 아이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14개월이면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걷고, 24개월이면 온몸을 조정하여 잘 걷고 달리기도하며 잘 넘어지지 않는데, 쿠슐라는 24개월쯤 되어 뒤뚱거리며 걷게 되었고, 30개월쯤 되어 어색하지만 무난하게 걸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걷는 모습은 특이했다. 몸은 약간 뒤로 기우뚱하고, 팔은 구부러진 채 뒤로 흔들거렸고, 머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내밀었다. 넘어질 때 팔을 쓰지 못하고 자세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났다."(본문 중에서)

어쨌든 다행스러운 것은 쿠슐라가 보통 아이들보다 늦기는 하였지만, 보통 아이들과 비슷한 발달과정을 꾸준히 쫓아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쿠슐라는 똥오줌을 가리는 일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근육이 약하고 병에 자주 걸리며 방광염에 걸리기 쉬웠으며 신장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들은 쿠슈라에게 배변훈련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33개월쯤에 쿠슐라가 똥오줌을 누는 간격이 길어지자 이제 훈련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쿠슐라는 똥오줌을 조절하는 걸 일주일 만에 다 배웠다."(본문 중에서)

쿠슐라는 보면, 아이들 성장과정에 있어서 보통이나 평균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통 아이들 보다 늦다는 것이 아무 의미없는 일이지요. 쿠슐라는 조금 늦게 배웠지만, 겨우 일주일 만에 똥오줌을 가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쿠슐라 사례는 아이들에게는 저 마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때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첫돌이 지나자마자 아이들에게 배변훈련을 시키는 부모들이 있고, 친구나 이웃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발달이 뒤처지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쿠슐라 사례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발달은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는 오류에 빠져있습니다. 따라서 일찍 피는 꽃만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늦게 피는 꽃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쿠슐라는 보통 아이들에 비하여 모든 것이 늦었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슐라는 늦게 피는 꽃이었지만, 일찍 피는 꽃들과는 다른 아름다운을 지닌 꽃으로 피어난 것 입니다.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는 그림책이 아이의 언어 발달과 지능 발달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그림책이 아이의 삶을 넓혀주고 또한 풍요롭게 해주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방법은 평범해 보입니다. 보지도, 만지지도, 입으로 느끼지도 못하는, 모든 감각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단순히 책을 읽어주었다는 평범한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 하면서도 쿠슐라를 키운 간단하고 평범한 방법을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쿠슐라에게 일어난 일은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사실, <쿠슐아와 그림책 이야기>는 장애아를 위한 이론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모든 아이들에게 소중한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장점에 주목하고 장점을 발달시키는데 주목할 것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한국 독자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영어 조기 교육' 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조기교육이 바로 '독서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쿠슐라에게는 지적장애를 극복하고 평범한 삶으로 나아가는데, 그림책이 좋은 도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쿠슐아에게 육체적인 장애가 없었다면, 그리고 쿠슐라가 신체활동에 더 흥미를 보였다면, 쿠슐라 부모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쿠슐라는 정신없이 뛰어노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실제로 쿠슐라 부모는 아이가 2년 6월 때부터 꾸준히 수영을 가르쳤고, 쿠슐라가 수영을 잘 배우고 또 즐거워한다는 것에 주목하였다는 것 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녀는 수영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녀의 부모는 그림책이던, 수영이던 중요한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휩쓴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극복하기 위하여 수영을 시작하였는데, 물에 얼굴을 담그지 못하여 '배영'부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약, 자유형 - 배영 - 평형 - 접영과 같은 일반적인 순서만 고집하였다면, 세계적인 수영 영웅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무조건 그림책을 읽어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타고 난 특성과 발달에 맞는,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활동을 선택하라고 말 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슐라에게는 그것이 그림책이었던 것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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