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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흙집짓기 - 원형흙집짓기
고제순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서평 고제순이 쓴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
지구상에 살아있는 것 중에서 제 살집을 제 스스로 짓지 못하는 동물은 아마 사람뿐이지 싶다.
언젠가 돈이 많이 생기면 좀 더 근사한 집을 지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해보았지만, 내 손으로 내가 살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정호경 신부가 쓴 나무집 짓는 이야기 <손수 우리 집 짓는 이야기>를 읽고 처음으로 집을 지어야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나무집이든, 흙집이든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는 이야기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그때부터 늘,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내 살 집을 지어보리라 하는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 고제순이 쓴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이러한 꿈을 꾸는 이들에게 새, 벌, 거미처럼 사람도 제 살집은 제가 짓는 것이 좋으며,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씌어진 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서점가에 유행했던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000만큼 할 수 있다> 처럼, 일주일만에 후딱 흙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한 번도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못해 본 사람들에게 제 살 집은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 그리고 흙집 짓기의 기본기를 익히는 데 필요한 최소 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흙집 건축을 위한 실용서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책 1, 2부에는 철학을 공부한 지은이가 어떻게 시골에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흙집을 짓고 사는지, 흙집을 짓기 위하여 어떻게 준비하였는지, 그러다가 마침내 흙집 짓기 강좌를 개설하게 된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 흙집을 짓고 사는 것이 그냥 흔해 빠진,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사는 시멘트로 집을 짓고 사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3부부터는 흙집 짓기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실용서로서도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일주일만에 명상홀이나 사랑방, 주말주택으로 활용할 만한 3평 원형 흙집 짓기를 통해서 제 손으로 집 짓는 법을 익힐 수 있는 흙집 짓기 교재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일주일만에 흙집을 짓는 과정을 작업 공정별로 나누어 풍부한 실제 작업사진과 공정에 따라 필요한 자재와 공구까지 꼼꼼하게 정리하였다.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는 첫째 날, 기초바닥, 기초 돌쌓기, 둘째 날, 아궁이 만들고 구들장 놓아 바닥 만들기, 셋째 날, 원형 벽체 쌓고 차문, 문틀 만들기, 넷째 날, 도리목 대고 찰주 세우고 서까래 걸기, 다섯째 날, 평고대 및 천장 공사, 여섯째 날, 덧서까래 걸고 처마 설치, 일곱째 날, 너와 만들고 너와 얹기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외부벽체 마감하기, 내부와 방바닥 미장하기, 기단 만들기, 굴뚝, 통창, 창문, 출입문 달기, 벽체, 바닥 마감하기, 전기콘센트 달기 등 흙집 마무리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책 4부에는 일주일만에 원형 흙집을 지은 후에 살림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살림집 지을 때 꼭 필요한 지침을 정리하여 두었으며 마지막에는 흙집 짓기 강좌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생태건축, 민중건축 원칙 - '흙처럼 아쉬람'의 교육목표
흙집 학교 '흙처럼 아쉬람' (www.mudashram.com)은 생명문화운동 차원에서 운영되는 일종의 대안건축 학교이다. 흙처럼 아쉬람의 교육목표는 생명건축, 민중건축의 철학을 담았다. 아래가 그것이다.
1. 초보자도 쉽게 손수 자신의 집을 짓는다.
2. 튼튼한 집을 짓는다.
3. 생태적인 집을 짓는다.
4. 건강한 집을 짓는다.
5. 창의적인 집을 짓는다.
6. 에너지 절약형 집을 짓는다.
7.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짓는다.
몸, 마음 영혼이 조화로운 흙집 짓기
건축이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출강을 하며 살던 지은이가 시작한 흙집 짓기는 당초 직업으로 삼을 일도 아니었고 돈을 벌기 위하여 시작한 일도 아니었으며 더군다나 지금처럼 흙집 짓기 강좌를 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신조차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의 흙집 짓기는 '뭔가 잘못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하고 행복한 삶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행복한 삶이란 삶의 세 가지 영역 즉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로운 삶"이며, 그것은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평화롭고 영혼이 기뻐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는 바로 흙집을 지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고 영혼이 조화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육체노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집 짓는 현장에는 이론과 실천이 따로 놀지 않는다. 생각고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다. 지행합일의 현장이다."(본문 중에서)
저자에게 "흙집 짓기는 일종의 자기 수행의 도장"이며,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먹물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의 방주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집 한 채 지으면 십년은 늙는다"고 하는데, 그는 "집 한 채 지으면 십년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고제순은 1995년 삶의 전환을 결정하고 난후 생태적인 식(食), 주(住), 의(醫) 생활에 대한 홀로서기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출퇴근 농사와 자연농업에 대한 공부로 먹거리 자급자족을 시작하고, 통나무 집짓기, 전통가옥 공부, 주말 가족 건축 기행 통해 "서민들이 손수 지을 수 있는 초가집, 너와집 형태의 살림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직접 흙집 짓기를 하면서 벽체와 천장, 창문, 출입문 단열문제만 해결하면 흙집도 훌륭한 살림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새, 벌, 거미가 집짓는 관찰하며 자연건축, 생태건축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이런 과정에서 살림집 짓기의 네 가지 기본방향을 정한 것이다.
흙집 짓기를 통해 배우는 자연의 이치
살림집 짓기 기본 방향으로 ①가능한 한 손수 짓는 집, ②자연을 닮은 집, ③튼튼한 집, ④생명과 에너지가 통하는 집으로 정하고 흙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 손으로 집을 지으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누구나 자신의 살림 손수 지을 수 있다는 사실'과 '생각만 바꾸면 창조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지해 있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요, 흐름은 움직임이며, 움직임은 살아 있음이며, 살아 있음은 생명이다. 생명은 에너지이며, 에너지는 무엇인가를 창조한다. 따라서 생각한다는 것은 창조적 생명 에너지의 활동이다. 진정 간절히 원하면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고 행동은 원하는 현실을 창조한다."(본문 중에서)
결국, 제 손으로 제 살집을 짓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으면 집짓기를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을 살리는 살림집을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수많은 생명체들 중에서 콘크리트에서 사는 생명체는 아마도 지구상에 인간이 유인한 종일 것"이라며 "어떤 생명체도 콘크리트에 둥지를 틀고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물은 없다. 그곳은 생명의 터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주일 만에 흙집 짓기>읽다보면, 흙집 짓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초 공사에서 모심과 섬김을, 구들 놓기에서 음양의 조화를, 흙벽 쌓기에서 생명에너지의 소통을, 찰주를 통해 만물여아일체의 이치를, 천장을 통해서는 하늘과 땅의 에너지를, 숯 깔기를 통해서는 비움의 삶을, 지붕을 통해서는 조화로운 삶이라는 삶의 지혜도 덤으로 배울 수 있다.
2004년 8월부터 흙집 학교 '흙처럼 아쉬람'을 운영하고 있는 지은이는 여러 해 동안 흙집 짓기의 경험을 쌓으면서 결국 건축가 없는 건축, 민중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흙으로 제 살집은 제 손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