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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람에게 가는 길
김병수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팔당 농부 김병수의 세계 공동체 순례 여행기 <사람에게 가는 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세계 공동체를 찾아 떠난 여행.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그 꿈을 실현시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사람에게 가는 길>은 유기농업과 사회운동을 하던 저자 김병수가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찾기 위해 2년 6개월 동안 세계 21개국 38개 공동체 마을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살았던 경험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공동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까요?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휴메니버서티 공동체입니다.
사람을 만드는 학교로 번역할 수 있는 휴메니버서티 공동체는 네덜란드 서쪽 바닷가 에그몬트라는 마을에 자리 잡은 공동체입니다. 20여 개가 놓인 침실은 남녀가 함께 사용하고, 심지어 샤워실도 남녀 구분이 없으며 폭력은 금지되지만 서로가 원하면 섹스는 가능한, 자유로운 치유를 위한 공동체입니다. 한국인 저자에게는 생경하고 낯선 문화였지만 한 달을 머무르면서 소중한 체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투어리스트 그룹은 알코올 혹은 마약 중독, 스트레스, 우울증, 소심증, 자폐증 등 정신 병력이 있어 휴메니버서티에 비싼 비용(1주일 40만원, 40일 150만원)을 지불하며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이다."(본문 중에서)
1978년에 만들어진 휴메니버서티 공동체는 명상, 요가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는 '오쇼라즈니쉬'의 제자를 지도자로 모시고 있다는군요. 굉장히 비싼 비용을 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날이 번창하는 비결은 치료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랍니다.
알코올, 마약 중독...병원보다 탁월한 명상 치료
이곳에서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을 6개월 이상 치료 받는 경우 완치율이 75%에 이른다고 하는데, 유럽의 국가기관이나 전문기관 완치율이 35%정도이니 대단한 것이지요. 다이내믹 메디테이션이라고 부르는 역동적인 명상법과 심리학 이론을 응용한 정신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마음속에 쌓여 있는 나쁜 기운이나 원한 등은 밖으로 분출해 풀어 버리고, 좋은 에너지나 욕구는 자유롭게 마음껏 채우라"로 정의할 수 있답니다.
"메디테이션 방은 푸른색과 붉은색 조명이 어슴푸레 비치고 정면으로는 수염을 길게 기른 오쇼라즈니쉬의 사진이 걸려 있다. 누군가 징을 치면 음악에 맞춰 처음 10분간은 양팔을 구부린 채 몸 쪽으로 당기면서 코로 몸속의 나쁜 기운을 내뿜는다. 신기하게도 1분도 채 안 돼 메디테이션 방은 심한 악취로 가득 찼다. 다음 10분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다시 징소리가 울리면 격렬하게 10분간 춤을 춘다. 징소리가 울리면 움직이던 상태에서 갑자기 멈춰 정지동작으로 10분간 그대로 있는다."(본문 중에서)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고요하게 집중하는 동양의 참선을 떠올리겠지만, 다이내믹 메디테이션은 동양의 참선 같은 메디테이션 기법을 익히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격렬한 몸동작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비워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원리라는 것이지요.
아무튼 놀라운 것은 네덜란드의 한적한 바닷가 동네에는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기구한 사연을 겪어 마음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독특한 명상법을 통해 탁월한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방문한 네덜란드, 미국, 영국, 프랑스, 멕시코, 인도, 쿠바, 캐나다, 덴마크, 독일, 브라질,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21개국 38개 공동체 중에서 독자인 제가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가장 완벽한 공동체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트윈옥스'입니다. 트윈옥스는 퀘이커 모임인 펜들힐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공동체 중 한 곳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유토피아 노동제도, 트윈옥스
경제적으로 완전하게 자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없는 독특한 의사결정 시스템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다른 나라의 공동체의 자립을 위한 지원까지 해내는 저력 있는 공동체입니다.
"트윈옥스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노동제도'라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노동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노동제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트윈옥스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 일종의 공산주의 공동체다. 직업에 따라, 직종에 따라 더 많이 벌고 적게 버는 경우는 없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니, 자연스레 자기 개성이나 능력에 따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하면 된다."(본문 중에서)
트윈옥스에서는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트윈옥스 사람들은 많이 벌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고, 자기 능력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현재 자본주의의 모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유토피아적인 노동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공동체 인구의 상한선을 100명으로 설정해두었다고 합니다. 어른 정회원 5명당 어린이 1명, 노인 1명으로 노동과 경제적 부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이한 규칙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구성원으로 가입할 때 개인 재산을 공동체에 헌납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지만, 공동체에 머무는 동안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합니다. 공동체 밖에서는 부자여도 공동체에 들어오면 물질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까지 스스럼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1967년에 시작된 트윈옥스는 월든Ⅱ를 읽고 영감을 얻은 '캣트'와 그녀의 친구 '루카스'가 종자돈 26,000불로 123에이커의 땅을 사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신문광고를 내 사람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수년 동안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온갖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누군가 '해먹'(그물침대)을 만들어 팔자는 제안을 하였는데, 그것이 사업적인 성공을 이루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합니다. 1967년에 시작하여 6년만인 73년 무렵에 공동체의 기본 틀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니 놀라운 성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공동체와 단체를 지원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트윈옥스의 지원으로 1982년에 만들어진 '에이콘 공동체'가 대표적 사례이고 평등주의 공동체 연대라는 공동체 연대모임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답니다.
"트윈옥스는 매해 5천불 정도를 150여 개 단체에 지원한다. 지원이라야 한 개 단체에 20불부터 많게는 70불 정도지만, 그 의미나 씀씀이가 놀랍다. 트윈옥스는 세계 각국에서 평화와 비폭력, 그리고 환경보전과 인권보호 등 인류가 추구해야 할 존엄한 가치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에 동의하고 지원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자신들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세계 각국의 평화와 비폭력, 환경보호와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다녀 온 세계 여러나라의 38개 공동체 가운데도 이런 활동을 펼치는 곳은 트윈옥스 뿐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공동체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들이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며,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없으며,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구심도 없고, 심지어 회원 전체가 모이는 모임도 없는 개성과 정체성이 뚜렷한 개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가는 길>에 나오는 모든 공동체를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음이 가는대로 딱 세 군데 공동체만 소개하리라 마음먹고 책 소개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소개한 두 곳은 어렵지 않게 선택하였습니다만 세 번째 공동체를 고를 때는 갈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간디, 함석헌, 윤보선, 만델라가 머물던 영성 공동체
세 번째는 유럽 퀘이커들의 공동체인 우드부룩입니다. 저자는 우드부룩을 우리식으로 설명하면서 "기독교 내 작은 교파의 훈련원"같은 곳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마하트마 간디, 함석헌 선생, 윤보선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같은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던 세계적인 영성 공동체입니다.
100년 전통의 우드부룩을 지탱하는 저력은 퀘이커들의 깊은 영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기독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퀘이커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신앙공동체였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30분 저녁 15분, 일요일은 1시간씩 종교 모임을 갖는데 매우 독특하다. 참석자들이 둥그렇게 앉아 침묵한 채 그냥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옆 사람과 악수하며 인사 나누는 게 전부다."(본문 중에서)
설교하는 목사도 없고 기도중에 일어난 영적 체험은 모두 녹음하여 기록으로 남긴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은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데 만장일치가 아니면 보류된다고 합니다. 영적인 공동체인 이들의 관대함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온 이슬람 교수 '나힘'이 저녁기도에 참여해 이슬람 찬송을 틀 자고 제안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이슬람 기도송이 틀어졌다. 저녁 기도 때는 참석자의 제안에 따라 가끔 음악을 듣거나, 좋은 글을 낭독하곤 하지만 타 종교의 찬송을 허용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닐 텐데 퀘이커의 포용력이 위대해 보였다."(본문 중에서)
퀘이커의 영성에 기반한 우드부룩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청빈하지만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나 정의로운 실천이 요구되는 현장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반전시위에도 참여하고 한국 전쟁 때는 군산에서 병원을 운영한 일도 있었답니다.
우드부룩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것은 부유한 퀘이커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퀘이커 재단에 재산을 헌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드부룩 역시 1870년 경 초콜릿 회사를 경영하여 큰 부자가 된 퀘이커 교도 조지 케드베리가 자신이 살던 집을 기부하면서 시작되었다더군요.
퀘이커는 영국에 2만 명, 미국에 10만 명, 전 세계를 통틀어 30만 명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영성에 기반한 그들의 청빈한 삶과 정의로운 실천 때문에 그 영향력은 백배, 천배로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우드부룩은 수용인원이 최대 50명을 넘지 않는 조그만 스터디센터이지만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저작물을 생산하는 전문 출판사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운영자, 기획교수단, 관리책임자들이 수준 높은 공동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드부룩과 같은 체계적이고 진지한 토론과 교육 훈련과정을 통해 퀘이커는 얼마 안 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평화운동, 비폭력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공동체이야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이 땅에 실현하고 있다는 80년 전통의 브루더호프, 브라질, 쿠바, 인도, 멕시코 같은 나라의 농촌 혹은 제 3세계 공동체 그리고 플럼빌리지와 코 하우징 같은 영성공동체나 코리밀라나 세오 도 마피아 같은 평화공동체를 다녀 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삶의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 하루 이틀 방문해서 그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배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동체 순례입니다.
그는 방문하는 공동체마다 여러 날을 함께 생활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마음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만났다고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순례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결정체와 같은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은 트윈옥스 방문자 프로그램 안내 책자에 나오는 공동체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 안내문입니다.
"공동체에 1주를 머물면 좋은 점들만 보일 것이다. 이 느낌으로 멤버가 되겠다고 결단하지 말고 기다려라. 공동체에 2주를 머물면 여러 규칙들이 너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이 문제로 공동체가 불편한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더불어 살려면 최소한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3주를 머물면 싫어지거나 미운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이 일로 공동체 멤버가 되기를 포기하지 마라. 나와 다르다고 나와 어울리지 못할 사람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극복되었다고 생각될 때 멤버 가입을 고려하라. 다만, 내가 이 공동체에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지 먼저 점검하라."(본문 중에서)
삶을 함께 하는 공동체 참여는 물론이고 작은 계모임이나 동호회 혹은 새로 출근하게 된 직장이라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함께 살아가려면 이런 마음으로 참여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