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의 미스터리
에르난도 데 소토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 '남미 최고의 석학 에르난도 데소토가 말하는 자본주의 성공과 실패의 비밀' 위와 같은 수사어를 달고 나타난 이 책에 관심이 간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질문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구의 학자가 아닌 그 지역 학자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답을 얻고자 했던 나의 기대는 어쩌면 나무나 순진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장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본주의 성공의 비결은 '자본'에 있다. 이게 무슨 당연한 말인다. 즉, 실물로서의 자산(재산)이라는 것이 합법적 체계안에서 존재함으로서 비로서 자산은 자본이 된다. 자본은 자산과 달리 국부를 창출한다.
그의 논조는 '서구도 오래전 처음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일어날 때 지금의 제3 세계와 같은 혼란의 시절을 겪었다. 그리고 점차로 저항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스템화가 되었다. 우리도 이제 그렇게 하면 자본주의를 성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 '경제학자' 이신 저자가 위의 질문 '왜 자본주의는 서구에서만 성공했는가' 대답을 했다면, '왜 이런 과정이 서구에서만 일어나고 남미 같은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가?'에 대한 대답은 250페이지에 달하는 책 어디에도 없다.
원인에 대한 답은 없어도 해법은 재시하고 있는데. 경제 체제에 포섭되지 못한 자산을 체계화 하기 위한 법체계가 필요하면 그것을 실행시킬 행정력 또한 요구된다. 아하.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역으로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위의 엄청난 자산은 '합법적인' 체제안에서 운용 되지 않을 뿐이지 그 나름대로의 체계안에서 운영된다. 이른바 불법적인 유통과 거래는 언제나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자는 그에 따르는 위험 부담분이나 소요 비용이 실제적으로 합법적 체제 안에 들어갈 경우의 비용과 비교할 때 결코 싸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합법적 체계가 생기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듯이) 거래세, 등기비용, 은행에서 차용을 할 경우의 수수료, 이자 등등이 들어간다. 그러나 비 합법적인 거래에서도 이런 비용이(거래를 관장하는 검은 손에 주는 비용, 불법거래로 인한 위험부담금, 뇌물등등) 들거나 차라리 더 든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그런 비용이 누구의 손으로 들어가는가에 대한 것이다. 은행직원, 등기소 직원, 부동산 회사, 세금으로 들어갈 돈은 국고로 들어가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져서 그들의 뱃속, 차, 해외의 별장등으로 들어가고 결코 도로를 확장하거나 학교를 세우거나 하수도를 정비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일부는 정치가에게 들어가고 그들은 결코 자기 주머니에 들어올 돈이 줄어들 그런 입법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앞이 어두워졌다. 첫째, 남미나 아프리카의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일어난다 하다라도 지금의 상황은 19세기 초와 너무 다르다. 이런 것들이 체계화된다면, 되자마자 서구 자본주의에 의해서 그들의 판이 될것이다.
둘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같은 독재자가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지금 남미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경제 체제를 정비했고, 그 과정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잡음을 독재체제 안에서 잠재웠다. 그 이후 그 혜택(?)으로 먹고 살만하고 교육받은 대중의 요구는 관철되었으나 그 요구를 바른 방향으로 실행시킬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없었다.
세째, 그렇다면 현 세기에 이러한 자본주의를 실행시켜 국부를 이룰 기반을 가진 나라는 어디인가?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의 국민은 그럴 의지와 역량을 가졌고, 일인독재는 아니더라도 당이 독재하고 있는 정부의 형태는 이 모든 요구를 억압하고 나갈 견인차가 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