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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의 마력
서준원 지음, 이유경 그림 / 바움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마자 서가에서 발견한 책, "에스프레소의 마력"
두껍지도 않은 책이 가격이 1만2천원이나 한다.
게다가 에스프레소라니....원하는 사람만 보라는 이야기인가.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이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 중간 픽션의 스타일로 적은 몇몇 글이 나를 즐겁게 했다.
".... 그 두렵고 아쉽기 짝이 없는 한두 번 만의 키스, 애정에 굶주린 당신에게는 너무나 감질날 것 같고, ........그래서 당신은 키큰 우윳빛 잔에 따뜻한 담자색으로 물결치는 창녀처럼 쉬운 아메리칸 커피에 지폐를 올리고 싸구려 키스를 수없이 해대다가 카페의 문을 나서곤 했다. 때때로 지폐 한장을 더 얹으면 벌겋게 화장을 한 헤즐넛 커피의 진한 분냄새도 살수 있다........."
"당신이 큰 엉덩이를 펴고 탁자를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칸과 만나는 동안 그녀석는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잘록한 허리로 교태를 부리며 앙증맞게 앉아 있을 그녀석의 파트너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당신은 그것이 겉멋이 아닐까 수없이 의심해왔다. 에스프레소는 서양사람들이나 마시는 독하기 이를 대 없는 커피 인데 그거 마시고 맛있다고 할 한국사람은 정말 없다. 그게 맛있다고 하는 말은 분명 겉멋에서 나온 거짓말이다."
한 없이 나를 웃게 만드는 대목들이다.
저자가 얼마나 에스프레소를 사랑하는 지 알것 같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 못하고 겉멋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할말이 있지만 그리고 맛없는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파는 그런 집들에 대한 뼈아픈(?) 불만도 너무나 이해가 간다.
그러나 끝으로 가면서 저자가 중국의 고전에 나온 붕(鵬)과 산비둘기를 비교하면서 언급한 부분은 조금은 나의 눈쌀을 찌프리게 했다.(내가 이 부분에서 저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를 바란다.)
에스프레소 뿐만아니라 모든 음식은 개인의 기호이다. 식성은 무척이나 주관적인 부분이다. 특히 기호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나라의 일반적인 다이어트와도 관련이 있다.
식물성의 음식이 많고 자극성이 강한 우리나라의 음식에는 프랑스에서 높히 평가받는 와인이 어룰리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에스프레소도 많이 그렇다.
지구 저편의 입맛과 기호품 생활습관들이 세계화라는 시류의 덕분에 가까이에서 구하기 쉬워졌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넓어졌다는 이야기이지 우리가 꼭 그들과 같이 먹고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끔 가다 까페나 커피 전문점에서 호기심에서 에스프레소를 한번 시켜 보고는 옆의 친구에게 "써, 맛없어." 라고 말하는 젊은 친구들을 본다. 나는 그들이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한번쯤은 해보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 우리가 누리는 세계화의 의의가 아닐까?
그리고 나와 입맛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기. "넌 이게 맛있냐, 너 입맛도 특이하나." 라고 자신을 방어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