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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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벗꽃 지다][천국의 형에게]등 11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언니]는 부모에게서 자기보다 훨씬 사랑받는 언니에 비해 자신은 어디서 주워오기라도 한듯 편애하는 부모에게 원망을 품은 리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리나는 의사인 사촌언니를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 어려서부터 왜 자기보다 못한 언니에게는 모든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면서 자신은 언니보다 공부도 더 잘하는데 왜 자신에게만은 그렇게 모질게 하는지에 대해 사촌언니에게 하소연 한다. 그러면서 혼자서 독백처럼 자신의 어린시절이야기를 사촌언니에게 하나둘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사촌언니는 충격적인 상황을 만나게 된다.

 

 

[벗꽃 지다]는 술주정뱅이 나이어린 남편과 결혼한 한 중년의 다리를 저는 몹시도 피곤하기만 한 중년의 여인. 그 여인은 매일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 남편에게서 얻어맞으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런 부부를 보는 이웃들은 둘만 사는 줄 알았는데 어느날 그 집에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다른 집 아이가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데 공부를 못하게 시끄럽다고 화를 내는 소리를 듣고는 그 집에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아들이 도쿄대를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신문에 그 가족의 성이 들어간 사람을 찾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가족의 성은 찾을수가 없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도 그런 가정이 있었다. 중학생때였던가 정말 잘생긴 오빠가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그 집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엄마도 이쁘고 아들도 잘생겼으며 믿음도 좋은 가족인데 아빠가 술주정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소문에 의하면 그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듯한 그런 말을 듣고는 정말 놀랬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그 집 아주머니와 언니를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곤 하는데 사실 여부는 알수 없다. 술주정, 그리고 사회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무서운 가정의 파탄을 초래한다. 그 일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맨앞에 그림으로도 그려진 15번 등판이 찍힌 야구복을 입은 아들이야기인 [지워진 15번]. 학창시절부터 왠지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이 참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사는게 그닥 행복하지 않아 죽고싶은 마음을 품던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 남학생과 만남을 이어간다. 남학생에게 임신 사실을 이야기하니 흔쾌히 같이 살자며 여학생의 집에 부모님에게 승낙을 받으러 오지만 무참히 거절당하고 둘은 집을 도망가 살아간다. 그런데 어두운 그 여학생의 운명 탓인지 행복도 잠시, 대학생인 남편은 일하던중 사고로 죽게된다.

 

그리고 남겨진 아들과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오직 아들만이 인생의 전부이다. 그런 아들은 엄마의 정성 덕분인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야무진 아들로 자란다. 그런데 어두운 그림자는 그들 가정을 떠돌고 있었던 것일까?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어이없는 가슴아픔 삶을 마주하게 된다.

 

죽은 이모의 얼굴상을 발견하게 된 조카에게 죽음이 드리워지는 [죽은 자의 얼굴],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시선에서만 바라보는 이야기를 그려낸 [존엄과 죽음], 게임에 빠진 엄마의 이야기등 섬찟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법한 우연을 가장한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건 이 책을 읽는 중 어느 카페 게시글에서 읽게된 이 책속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였다. 한 남자가 정초에 친구의 결혼식에 함을 지고 갔다. 그 추운 날씨에 들어가네 마네 하고 함잡이 노릇을 하다가 겨우 들어갔는데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현실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해피엔드에 안녕을]에 들어갈만한 현실속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니 더욱 섬찟했다. 아~자꾸 현실속에서 벌어졌던 안좋았던 일들이 자꾸 생각이 난다. 고만 생각해야지. 불행의 씨앗을 뿌리뽑기에 마음을 다잡고 한해를 잘 살아가야 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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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창비아동문고 259
이현 지음, 김홍모 그림 / 창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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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이현작가의 글을 다시 만나서 반갑다. 연작동화집인 이 책은 아파트 옆 오래된 빌라 곧 재개발될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5,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 책은 그 아이들이 살고 있는 배경 그 아이들의 속내가 시원스럽게 그려진다. 책에 대한 소개를 보니 가을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사계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포근한 푸근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천사표며 행복하거나 서로가 딱 맞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다. 문득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에서 내가 얼마나 고립되어 살고있는가..라는 반성이 물밀듯 밀려온다. 어려서부터 대가족속에서(구지 핑계를 대자면^^;;;) 살다보니 유독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했고 그래서 그런것일까? 사람들과 교류가 별로 없는데 이 책을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가 참 소중하구 행복한 일이구나..라는 부러움 마음이 든다.

 

우리 아파트에도 근처 오래된 연립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간에는 끈끈한 유대가 끊이지 않는것을 볼때 참 부럽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부러워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으니 참 이것도 심각한 병인듯 싶다. 고립의 세계에 푹젖어있는 그런삶. 이 책속의 그 동네는 도시 변두리의 보잘것 없는 세대주와 한 주인이 서로간에 공유하는 그런 시간들을 갖는다.

 

그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서로간의 깊은 애정으로 아이들을 키워낸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동희.  같은반 친구의 명품 시계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반아이들에게 수모를 당한다. 어느날 길을 걷다가 불량스러워보이는 무리들을 만난다. 그중 옆집에 살고있는 종호가 있어 워낙 친하고 허물없이 지내던 종호에게 똥배짱으로 당당하게 뭐라 한마디 하는 모습을 본후  잘사는 듯한 승주는 동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둘은 친하게 지낸다. 동희가 승주의 멋진 시계를 한번 차보겠다고 했다가 수업이 끝나고 그 시계가 없어진것을 알게된다. 그러자 승주는 비싼 명품 시계라며 물어내라고 너와 그때 그 동네애들이 패걸이이며 네가 잊어버렸으니 물어내라고 동희를 볶아댄다. 동희는 40만원이라는 거금의 명품 시계를 물어내야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날도 더운 여름 학교 주위를 뺑뺑 돌며 시계를 찾아도 어디에도 없어 맥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식모하던 엄마는 얼마전 다리를 다쳐 움직일수 없어 대신 동네사람들이 모여 쉬는 곳에 앉아서 한푼이라도 벌려는 생각으로 뜨게질을 부업을  쉼없이 부지런이 하고 있다. 뜨게질을 해서 한푼이라도 벌려는 엄마를 보니 도저히 40만원이라는 큰돈을 물어내야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한다. 그런 동희에게 시원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정은이. 동희를 좋게 이야기한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사실을 동희대신 속시원하게 털어놓는다. 그 과정속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참 정스럽게 그려진다. 그 시계는 어떻게 된거지? 궁금하다.

 

두번째 이야기는 동희에게 된통 욕을 먹었던 종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종호네 집에는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 키론이 산다. 종호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는 키론과 달리 그동안 해오던 일을 접으면서 일을 잃고 심난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종호 아버지는 어딘가로 생각이라도 났다는듯이 집을 나서고 얼마후 종호네 집에 불법체류자인 키론을 붙잡으려고 단속반이 들이닥친다. 동네사람들은 키론이 붙잡혀갈까봐 걱정이다. 다행이 키론은 어딘가로 도망을 가서 붙잡히지 않지만 동네 사람들은 모여서 누가 신고를 했다는 말에 서로 신고 한 것이 아니냐며 서로 의심을 하고 티걱태걱한다. 그 와중에 종호는 혹시 아빠가 키론을 신고한것이 아닌가 말도 못하고 속만 끓인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뿍 담겨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곳에 살지 않지만 정은이, 동희와 같은 학급회장 영은이다.  동희가 맹장념에 걸려 오지 못하니 병문안을 다녀오라는 선생님 말에 할수없이 부회장인 정은이와 함께 동희네집을 방문한다. 동희네 집에 오면서 영은이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지금 사는 좋은 아파트에서 이렇게 후진 동네로 이사와야한다는 것에 몹시 화가나 있다. 하지만 동희네와 정은이네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나쁘기만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방울토마토만큼 빨개진 얼굴이 햇살을 받아 더 달아올랐다. 당장에 찬물에라도 뛰어들어야지, 안 그랬다가는 심장이고 뭐고 온 몸이 다 녹아내리게 생겼다. 나는 단걸음에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벌컷 열었다.(189쪽)

 

마지막 네번째 이야기는 앞부분에서 야무지게 활약한 정은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당하고 야무진 정은이 마음속에 가득 차있는 풋풋하고 예쁜 사랑을 만날수 있다. 동희네 오빠를 혼자 좋아하는 정은이는 동희네가 이사 간다고 하자 동희 오빠 용철이와 헤어지는 것에 안절부절이다. 이현작가의 모습이 바로 정은이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책을 쓰는 작가는 작품속에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니 말이다. 야무진 이현작가의 작품들과 글을 잘 쓰는 당당하기만 한 정은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사는 향기가 풀풀 날리는 그런 동네~~그런 동네를 꿈꾸며 책을 덥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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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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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마음놓고 별다섯개를 주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에게도 필독서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어른들에게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서 그럴까? 마치 어른들이 이렇게 못된 짓을 해도 너희들은 이해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해? 알았지? 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실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너그럽기까지 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잘못을 하고 반성을 하면 금방 뒤돌아서서 받아주니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항상 마음이 열려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인 우리 부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고 말이다. 어른인 나는 오히려 아이가 내가 말한 바로 그 길로 따라오지 않으면 분노하고 성내고 재촉한다.

"어서 따라오지 못해?"

하고 말이다.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늘상 느끼는 거지만 나를 반성한다. 아.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어야하는데...하면서 라고 이렇게 글을 쓰면 분명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사람은 반성을 많이 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겠구나..하겠지만. 예상했던 대로... 전혀 그렇지 못하다..ㅡㅡ;;;오늘도, 어제도 또 계속되는 잘못속에 허우적대고만 있다.

 

얼마전 어린이관련책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블로그에 누군가 덧글을 달아놓은 적이 있다. 그 책을 낸 분이 자기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인데 엄청 무섭다는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그리고 밑에는 누군가 너 이르면 어쩌냐?는 식으로 달아놓았다. 물론 그 덧글이 진실이 아니고 누군가의 장난일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반성이 되는 덧글이었다. 어른으로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찔림이 왔다.

 

이 책 최기봉을 찾아라 역시 그런 어른들의 잘못됨을 이야기한다. 그로 말미암아 역시 상처받은 아이었던 선생님 최기봉. 최기봉 선생님이 이 책의 내용을 겪은 이후에는 따뜻하고 조금이라도 온화해지기를 바라고 싶어진다. 도장을 잊어버려서 당황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여기저기 최고라고 찍혀있는 도장사건이 아주 신선하고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내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정말 즐겁게 읽은책. 그리고 그 뒤에는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그 웃음이 더욱 가치있었다. 김선정작가의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라니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내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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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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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의 평화롭고도 만족스러운 일상의 조화를 깨뜨리고 느닷없이 전신을 드러냈다.
 도심의 하루가 빌딩의 사이사이에서 비껴눕는 햇빛을 따라 희부였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으레 이 시간 무렵이면 그는 3단까지 눕혀지는 회전 의자를 2단에 고정시켜 반쯤 눕듯히 한 그지없이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실눈을 뜨고는 12층 저 아랫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11쪽)

 

그 일에 대한 예고를 책의 첫부분부터 이야기한다. 그 일은? 그 일이 도대체 무슨일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 그 일을 찾아내기 위해 서서히 이야기는 전개된다. 예전에 저자의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책에서 태백산맥?인가를 쓸때 반대세력들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전화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때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이 쓰여진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어느날 문득 걸려오기 시작한 전화. 그 전화로 인해 잘나가는 부유한 사업가의 삶이 흔들린다. 그의 목숨을 원한다는 그 전화. 그 전화는 매일 밤마다 이어진다. 그리고 그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황사장의 목을 서서히 조여온다. 황사장은 얼마든 원하는 돈을 주겠으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화살시위는 당겨져 더 이상 제자리에 돌려놓을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과거 어떤 일이 있었기에 황사장의 그런 협박을 받게 된 것일까? 황사장은 일제가 물러가고 신씨 집안에 종으로 살다가 대장간에서 일을 배운다. 그러던중 학교선생인 방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그동안 억눌러 살아왔던 고통의 시간들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얼마후에는 급기야 그들의 세상이 된다. 그들은 이제까지 억눌려왔던 울분을 화산이 폭발하듯 거침없이 쏟아낸다.

 

황사장 즉 배점수가 대장장이가 된 사연 또한 이야기한다. 어린 여동생을 신씨 집안의 장남인 병철이 성폭행을 가하게 되고 그 장면을 목격한 점수는 바로 달려들어 그들을 묵사발내놓고 만다. 그로인해 점수는 집에서 쫓겨 대장장이가 된다. 불끈하는 아들을 점수의 아버지는 더이상 그 집안에서 같이살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대장장이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반격에 반격. 그 누군가가 시작한 잘못은 끈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상처로 자리하게 된다. 그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이성이 남아있을때의 이야기이고 이성 이전에 서로의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아픔은 곧 우리들 역사의 아픔이다. 우리 역사속에서 흐르는 아픔은 곧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갖은자의 횡포. 그 갖은자의 횡포에 치를 떨며 좀더 나은 삶을 살고자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힘없는 사람들. 그런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또 다시 노략질하는 그 고통의 연속. 이미 과거는 지나가 버렸지만 그 과거의 상처는 흔적으로 남아있다. 우리 가족의 삶속에도 역시 살아숨쉬는 상처의 소리가 내 귓가에 아련히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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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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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사는 '동물 돌보기'나  '공항'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적어냈다. 그런데 어찐 된일인지 올 들어 다섯 번째로 그녀에게 주어진 '일터의 사람들'이란 주제의 과제는 엉뚱하게도 시내 도서관을 반나절 동안 견학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학생 자신의 희망에는 아랑곳 없이 제비뽑기로 정한 것 같았다. 아무도 '도서관'에 관심이 있다고 써내지 않았을 테지만, 누군가는 도서관을 견학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9쪽)

 

이렇게 해서 에일사는 도서관에 견학을 간다.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는 초록색 코르텐 재킷에 팔꿈치와 겨드랑이, 단추구멍 둘레가 닳아빠진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칼라 밑에는 녹색의 나비넥타이가 있는데 매여 있다기보다는 걸쳐진 상태라고 한다. 흰색 크리켓 바지도 역시나 낡아있고 군데군데 해진데다 양 무릎 가득 풀물이 들어있다. 가죽 구두 역시나 너덜너덜 여기저기 헝겊 조각으로 기운 흔적이 보였는데 외모는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머리는 다갈색 곱슬머리였고 돌출한 파란 정맥이 인상적이며 짧은 턱수염에 열려 있는 셔츠 속의 창백한 피부 때문인지 외로워보였다.

 

그는 에일사에게 다가와 도서대출증이 있냐고 묻고는 에일샤가 대출증이 있다고 하자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대출해달라고 부탁한다. 잠시후 사서가 나타나 한동안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던 그에게 당장 나갈것을 요구하고 그는 에일사에게 머물 곳이 없는 자신에게 일자리를 줄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한다. 그러자 에일사는 경찰을 부른다는 사서의 말에 순간적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점원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대답하게 되고 그는 밖에서 에일사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는 에일사의 골동품가게에 갑작스럽게 취직하게 된다. 그는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고 밥과 거처만 제공해달라고 한다. 에일사네 골동품 가게는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영란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서서히 갑작스러운 남자의 출현으로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 비결은 골동품 하나하나와 연관된 이야기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사게 된것이다. 그 남자 MCC버크셔가 현대판 아라바인나이트 처럼 이야기를 품어내기 시작한다.  그말에 사람들의 닫힌 마음은 빗장을 열고 그의 이야기세계로 흠뻑 빠져들게되고 그가 말하는 물건들을 사간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그 물건은 좋지 않다고 너무 양심적이고 사실적으로만 이야기하던 장사꾼으로는 영 제로인 에일사의 엄마도 그의 이야기들에 매료되어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는 판 물건값으로 기본적인 생활비외에 수많은 책들을 사서 서서히 비워진 자리를 채워간다.

 

우리는 노래를 들을때 그 노래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와 관련된 추억속에  빠져든다. 그처럼 이 책 [새빨간 거짓말]은 거짓

말에 대한 거짓인지 진실일지 모를 과거를 이야기하고 수많은 이야기들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낸다.

 


"버크셔 씨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렇다면 가능한 설명은 오직 하나뿐이지."

순간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으면서 하늘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 깨달음의 실체는 번갯불이나 천둥처럼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먼지를 막기 위해 오래된 가구에 씌우는 하얀 천처럼 서서히 그녀를 감쌌다.(302쪽)

 과연 버크셔는 누구일까?

마치 장자의 꿈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나비꿈을 꾼것인지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인생이란 연극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배역은 무엇일까?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을때 만약 내가 연기자라면 나는 어떻게 연기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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