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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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매월 한권씩 고전읽기 실천중인 3번째 도서는 풍자문학의 대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1726년)다.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소인나라>, <거인나라>의 이야기로
아동문학으로 읽히고 있지만 이어지는 3,4부의  <하늘의 나는 섬나라 라퓨타>와 <말들의 나라 휴이넘>
까지의 구성을 통해 영국의 잘못된 정치 뿐 아니라 인간사회의 거짓된 모습을 풍자한다.
걸리버여행기는 총 16년 7개월간의 여행기를 다룬다.
 
걸리버의 모험담을 통해 당대의 정치사회와 인간문명을 비판했던 걸리버여행기의 원작은 신랄한 묘사로
인해 삭제되거나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었다. 19세기 초 원작의 거친표현과 풍자들을 삭제하고
아동문학으로 발행되었는데 아동용으로는 원전 풍자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대문학의 완역본이
더 반갑다.이번책에서는 일러스트의 대가로 꼽히는 아서래컴의 삽화가 더해졌다.


​조너선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저술했던 시대적 상황은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였
다. 영국의 정치가들이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두개의 큰 정당인 토리당과 휘그당으로 나뉘어 싸우는
동안 아일랜드 국민들이 헐벗고 굶주린 채로 살아가던 상황이었다. 작가는 이런 당시의 영국의 잘못된
정치를 소설을 통해 풍자하고 날카로운 비판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다.

걸리버가 첫번째로 도착한 소인국. 원주민의 키가 15cm이하이고, 소는 10~13cm. 양은 겨우 4cm에
불과하다. 워낙 아이들 동화로 더 익숙한 소인국과 거인국의 이야기를 읽을때는 이미지가 너무 많이
머리속에 담겨있어서 조금 더 익숙하게 읽었다.  소인국과 대비되는 거인국은 보리이삭마저 12m에
달하고, 각 계단의 높이가 2m로 묘사가 된다. 역시 그림이 주는 시각적인 것에 더해져 수치로 상상하는
재미는 또 완역본으로 읽는 차이를 느끼게 한다.
전혀다른 나라의 전혀다른 사람들과 마주하며 걸리버가 위기를 극복하고 마주하는 상황들에 대한
묘사는 풍자의 극치를 보인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상황들에는 날카로운 현실비판을 담고있다.
예를 들면 소인국에서 밧줄 곡예를 시연하여 가장 높이 점프한 사람이 고관자리를 차지하는 장면처럼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소인국의 화재로 절망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배뇨를 통한 위기극복의 장면도 묘사된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더불어 재미있는 해학적인 장면들은 자칫 민감해 질 수 있는 장르의
수위를 넘나들며상상력의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작품전반에 대한 표현방식이 다소 과장되고,
가학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와중에도 무려 300년 전에 쓰여진 작품속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시간의 갭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4부에 등장하는 절대 죽지않는 '스트럴드브럭'을 통해 지루한
장수의 삶이 100세 시대의 막연하고 불안함을 주는 요즘의 현실같은 상황이 그렇다.
 
법률은 그 법률을 왜곡하고 혼란을 주고 회피하려는 자들의 개인적 이익과 능력에 의하여, 임의로 설명
되고 해석되고, 적용되었다. (중략)
군인들은 행동과 용기, 법관들은 성실성, 상원의원은 애국심, 고문관은 지혜로 인해 그 자리에 보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스토리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이 불편한 이들에 의해 금서가 되었던
충분한 이유가 되는 날카로움을 곳곳에 드러낸다.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걸리버의 긴 대장정속에서 그는 고대역사속의 영웅들을 소환하여 만나기도
하고, 역사속의 인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스토리속에서 현대사의 역겨움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날선 프로 참견러인 조너선 스위프트.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이성적인 존재는 될 수 없고, 이성을 때때로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일뿐.
그나마 얼마 안되는 이성을 착한일에 쓰는것이 아니라 사악한 것을 하는데 쓰니까 더 문제라는 일침.
역사상 최고의 풍자문학으로 불리우는 걸리버의 어원또한 거짓인것 처럼 보이나 '진실인 것을 말하는
풍자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역사는 늘 정의와 평화보다 전쟁과 위선속에서 발전하여 온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시대를 이어오고 있는것은 다양한 분야의 소신있는 누군가가 존재하며 날카롭게 현실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결과가 아닐까? 실제로 걸리버여행기를 아동문학의 한 작품중 하나라 생각했던 그동안의
인식이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온다. 고전읽기를 통해 매번 새삼스럽게 역대의 위대한 작가들에게 감동하고
반하게 된다. 고전이 주는힘을 다시한번 느끼며. 역시 완역본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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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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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배송된 봄날의 햇살같은 책 두권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기분이 좋다.

화창한 봄날에 어울릴만한 책중 휴식과 이완이라는 문구가 먼저 와닿았다.

포근한 노란 이불과 초록, 뭔가 휴식같은 전개를 기대하며 펼쳐들었다.

책소개글을 읽으며 떠올린 나의예상과는 다른 전개는 중간에 책의 장르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했다.

책속 주인공은 무엇하나 부족할것 없어보이는 조건을 가졌다.

사람이 삶의 만족을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뭘까?를 생각하게 한다.

다소 황당하고 거침없는 표현과 설정들이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극한의 단계에 이른

한 개인의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으로 그녀의 삶 속으로 따라들어갔다.

사람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먹는일로

해소하고, 다양한 방식들이 있겠지만 주인공은 약의 힘을 빌어 잠에 빠지는 설정을 담았다.

이 책은 에세이도 아니고, 자기계발에 대한 책도 아니고, 심리학을 다루는 책도 아니다.

삶의 태도를 다루는 책들에서는 대부분 생의 문제들은 태도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와닿는다고

설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이 같더라도 긍정적 사고는 부정적 사고보다 더 강력하게 와 닿는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게 된다. 주인공은 그런 어려움의 과정을 수동적으로 바뀌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잠이라는 돌파구를 택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신경안정제를 과하게 처방받고, 심지어 허가도 나기 전의 시험단계인 약까지도

처방을 받는 극단적인 설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주인공의 주변인물들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와

설정도 극단적인 전개를 보인다. 그만큼 주인공의 절박한 내면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환멸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현실도피는 책을 읽으며 너무 괴리감이 들었을 정도다.

삶이 고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처럼 늘 사람의 감정은 상대적인 대비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다보니 누구에게나 냉탕과 온탕을 경험하는 과정은 순서만 다를뿐 피해갈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 어디까지나 소설인 이 책처럼 어려운 상황마다 잠을 통해 벗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해봤다. 역시 소설과 현실이 다른 점이다.

다소 엉뚱하고 과한 설정이지만 재미있는것은 주인공은 그런 환멸의 현실을 벗어나 잠으로 도피해

보려고 하지만 그 와중에 규칙적으로 수면에서 깨어 일상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어렵고 힘든 현실을 피해 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라는 설정속으로 잠시 도피하는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종종 삶의 어려움에 대해 고통은 성장의 발판이라는 말로 위안을 삼곤 하는데

그런 힘든 순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지 돌아본다.

엉뚱하고 과한 약처방을 내려주는 의사선생님과 주인공의 주변을 맴도는 친구들. 현실을 피해 깊은잠

속으로 도피하고 싶은 주인공을 끌어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소 도발적이고 극단적이며 비현실적인 전개를 통해 속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게하는 소설.

누구나 팍팍한 삶을 이어가기위해 휴식과 이완의 방법들을 모색해 놓을 필요는 있을것 같다.

지겹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면 막상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이 그리운 순간이

오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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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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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새롭게 배울때 뇌의 연결은 강화되고 신경전달 경로는 점점 증가한다.

특정분야에 특출나게 능력을 발휘하는 뇌를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서두에서부터

우리의 고정관념들을 일깨운다.

저자는 마인드셋 연구로 기존의 학습능력에 대한 이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뇌과학자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인간성장과 학습에 관한 비밀을 밝히는 예시들을 사례별로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발견들을 읽다보니 우물안 개구리처럼 우리는 스스로

자신이 세운 벽안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그 사람의 잠재력에 큰 영향을 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한계제로'의 관점.

"당신이 원하는 모든것은 두려움 건너편에 있다!"

실제로 MRI 촬영으로 입증된 틀렸을때 뇌가 더 활성화되고 실패가 신경회로를 강화시킨다는 것이 과학

적으로도 입증되었다. 반대로 공포를 느끼는 영역이 활성화되면 문제해결을 담당하는 뇌영역의 활동은

감소한다.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은 과한 표현이 아니라는것을 알게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결정을 앞두고 있을때 오히려 평소보다 못한 결과를 안게되는 경우도 심리적인 위축이

신체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되는 사례이다.

 

꽤 오래전 우리나라의 한 과학박물관에서 아인슈타인의 뇌의 일부가 전시된 적이 있었다. 세기의 천재로

불리우는 그의 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그가 죽은 후에도 전세계를 돌아다니게 하는 아이러니가

무척 섬뜩하게도 느껴졌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과학적으로 그의 뇌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뇌는 태고난 결과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도 꽤 다양한 아이의 양육방식에 대한 책들을 읽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마주하는 다양하고 낯선 상황들에 부모나 선생님은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두고 칭찬을 해야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번 언급되는데 좀더 섬세한 과정에 대한 관찰과 코멘트

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아이가 어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그림에서 언급된것 처럼 계단식,

혹은 학습구멍방식으로 묘사된 부분은 특히 양육자의 이해를 돕니다.


이 외에도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은 문제 해결의 속도를 언급한다. 생각의 속도가 능력의 척도가

아님을 이야기 하는데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중심으로 어떤 문제나 인생의 대할때 학습능력이

빠르게 성장하는것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시도하며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게되고 창의성이 발현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는 부분이다. 여러 사람과 협력할 수록 뇌는 유연해지고 삶이

더욱 풍성해 진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마인드셋의 비밀은 노력과 실패를 포용하고 위험을 무릅쓰라는것!  용기있는 자

만이 인생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 결과를 쫓지말고 과정을 즐기는 유연한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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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4 - 창간50주년 기념호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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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미물도 천년을 기다리면 용이 되어 승천하니 인고하는 마음은 그만큼 위대한 것이리라."

샘터 4월호는 창간 50주년 기념호이다. 봄소식 완연할 즈음의 초록색표지 샘터는 요즘처럼 위축된 때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겨울과 봄의 경계를 느낄새도 없이 여전히 겨울같은 요즘이지만 봄은 왔다.

 

긴 시간동안 이어져 온 샘터답게 다양한 기네스 최장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다발행만큼이나

의미있는것은 개인적으로 누적필자 연인원 부분을 꼽고싶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샘터의 가장 차별화

되는 특징, 우리주변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장으로 요즘은 누구나 쉽게 SNS를 통해 소통하고

지구촌을 방불케하지만 역시 오프라인의 소통은 또다른 의미를 담는다.


해발 1000M정상에 세워진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천년의 세월을 담았다. 명산에 절을 지으면 국운이

흥한다는 비보사상에 따라 건립된 예라고 하는데 비록 자그마한 책자속의 석탑이지만 마음속 염원을

담아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을 가져본다. 작은 바램들을 모아 큰 뜻을 이룰수 있기를.


어느시대나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종종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지만

대부분 현명하게 그 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번져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로 인해 전세계가 순간 멈춤을 하고있다. 우리만 잘해서 되는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모두 힘을 함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인간의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은 큰 문제들이 아니라 의외로 자연현상, 그리고 바이러스였다.

이 위기도 잘 극복해가길 바랄수 밖에.

세대와 함께 공감하고, 잠깐 쉬어가는 코너들.

요즘은 워낙 다양한 매거진이 명확한 컨셉으로 출간되곤 하지만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잡지들이 어떤것이 있을까? 매월 아빠와 함께 샘터를 읽고 있는 나도, 어느새 그 오래된 추억속의 시간

들을 소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레트로열풍의 원조는 바로 샘터가 아니었을까?


매월호 공감가는 코너. 야구와 인생이야기. 스포츠는 인생을 담고있다.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것보다

막상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포츠정신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우리의 인생을 play하길.

 

시골밥상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코너. 언젠가 친구가 엄마손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아쉬워했다. 누군가에게 엄마손맛은 맛보다 정성과 기억을 함께 소환하는것 같다.

마음속에 떠올려지는 엄마손맛의 음식들을 마주할때 우리가 행복해 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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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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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살지만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지도 모른다."

영혼의 집짓기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때는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제를 보면

퍼니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저자는 자전적인 에세이를 통해 누구나 생의 마지막에 거쳐가야 하는 죽음에 대한 숙고를 좀더 행동으

로 마주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소 엉뚱 할 수 있지만 저자는 자신의 관을 직접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과정에서 목공기술자였던 목공에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그 과정은 작가에게 관을 만드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의미있는

시간을 갖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작가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개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을 읽다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 제품의

휴대폰이 등장한다. 종종 외국작가의 글에서 우리나라와 연관된 이야기를 다룬 글들은 반갑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뿌듯해 지는 대목이다.  어쨌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커져 아버지와의 시간도 더욱 절박하

고 소중하게 여겼던 작가는 그 일련의 과정을 기록으로 덤덤하고, 세심하게 기록해 나간다.

숙련된 목공 기술자였던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기술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지식전달이 되게 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 그리고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한것까지 광범위한 주제들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관이 완성되어 가는 기간동안 가장 애정하는 세사람을 암으로 잃게 된다.


"내가 젊다고 생각한 존은 나에게 인간의 취약성이라는 우울한 수심을 남겨준 반면,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 많으 축에 속하는 아버지는 희망적이고 대조적인 감정을 심어 주셨다.

여든넷의 나이에도 건강이 양호한 아버지는 이 축복을 하루를도 낭비하지 않고 삶을 사는

으로써 되갚았다."


가장 측근의 죽음을 묵도하며 자신의 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소소한 과정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게 된다.

연로하신 아버지와 자신의 관을 만들계획을 세우는 저자의 계획이 처음에는 무척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묘사된 저자의 아버지는 죽는 다는 것을 두려워하지않고 오히려 더 젊은 저자보다

담담히 삶의 순간들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연로해져가는 부모님이 있는 나도 종종 어른들

앞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난처하다고 피해 갈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오히려 부모님이 먼저 상황들에 대한 언급을 하면 여전히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됐다.

요즘은 미리 자신이 살아있을때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접하곤 하는데 우울하고

암울한 죽음이 아니라, 준비된  작별의 과정으로  갑작스러운 이별이 줄 수 있는 상황과는 다른 차원의

과정으로 의미가 있을것 같다.
 

 

저자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준비와 실천을 담은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와 함께 참여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의 정식 출간본으로  아버지가 이 책을 직접 읽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과정과 상황들에 대한 오랜

기록들에는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심경이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겨있다. 아버지라고 하면  어깨에 무거운

가장의 짐을 진 사람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저자의 롤모델이자 영웅으로서의, 삶과 마주하

는 순간들의 태도 등 아버지와 아들 서로에게 이보다 더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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