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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이외수작가의 신간
워낙 SNS로 소통이 활발한 분이기에 책을 읽는내내 작가의 글이 아닌 말을 듣는것처럼 뭔가 생생한
그 느낌이 새로웠다. 근간에 읽었던 조금은 묵직했지만 뼈있는 소설 <보복대행 전문주식회사>와는
결이 다른 작가의 이 책이 참 편안하고 좋았다.
http://yeonv6.blog.me/221078929930
학교다닐때 종종 아빠의 일기장을 훔쳐보곤했던 그 느낌도 살짝났었고. ㅋㅋ
사이다같았고, 짧은 글이주는 임펙트를 확실히 느낄수 있었던.
은근히 작가의 감각이 참 세련되다는 생각이 표지의 핑크빛 제목을 보고 다시한번 느꼈다.
회화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표현하는 정병국작가의 그림을 작가의 표지그림으로 셀렉했던 이외수
작가의 안목을 나는 개인적으로 참 공감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와 오랫동안 살았던 나는 근간에 참 할머니가 그립다.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그만큼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너무 일상같았던
신여성 우리할머니가 내게 남긴 소소한 얘기와 당부들이 아!하고 이해가 되는게 많아진 요즘
아~ 할머니 보고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일거리처럼 보일때.
각자의 비중이 같을수는 없지만 그 비중의 차이를 이해하는일도 필요하다.
간혹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보고 또 많은걸 느끼고 배우게 되곤하니까.
책을 읽으며 참 좋았던건 길게 말하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이 마음속의
묵직한 돌하나를 덜어주는 느낌이 참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한 내 편견이 썩 좋지 않았던
예전 어느순간에는 범상치 않았던 그의 외모와 행보에서 느껴지는 반감같은것이 있었기도 하다.
그래서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던 그의 글을 읽으며 그 장막을 서서히 걷어가게 된것 같다.
누구나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난히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여유롭고....적당히 라는 말은 참 어렵고도 난해하다.
어느순간 여유는 뭔가 하지않는 게으름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나태함은 솜이불이 아니라 가시방석
이라는 작가의 표현에 공감한다. 일상의 중심에 나+ 남을 넣고 있는 작가가 참 멋지고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공기처럼 햇빛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누리는것,
인식하지 못하면 놓치는것들중엔 참 소중한 것들이 많다. 겨울에는 온기를, 여름에는 청량함을 그리워
하는 삶의 방식에서 각각의 계절을 만끽하는 삶을 살고싶다.
사이다같은 이야기 마음놓고(각오하고!라고 해야하나?) 해주는 작가가 참 좋다.
예전에는 자기관리 철저한 사람이 좋았다면, 요즘 나는 주변사람을 챙길줄 아는 사람이 좋다.
자기관리는 당연한 의무라면, 주변사람을 챙길줄 아는 사람은 좀더 고수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자기관리에만 철저한 사람은 뭔가 각박해보이는 경향이 있다.
간절히 기다리는 것들일수록 속을 다 태운 다음 나타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기다릴 대상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산다.(작가의 말)
가끔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힘을 잃을까봐 두려울때가 있다. 비겁하게도 정의롭게 사는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
뭔가 이 글을 읽으면서 이외수 작가가 시금치를 든든히 먹은 뽀빠이 처럼 느껴졌다.
완전 멋지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뭉클하기도 했다.

치열한 인생.
사랑 하나면 두려울것 없네.
늘 많은 말이 필요한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