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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202/pimg_7767301332116633.jpg)
죽음을 가장 일선에서 접하는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하는 책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에 가지 않아도 들을수 있는 명강의라는 타이틀로 서울대에서 진행된 강의를 기반으로
출간되는 <서가명강>. 책으로 듣는 강의라는 컨셉의 첫번째 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누구나 생에서 한번은 다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는 실질적인 삶의 과정을 통해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에 대해 꽤 구체적인 시선과 그에 관한 숙고를 불러 일으킨다.
현대사회는 과학과 자본주의의 발달로 죽음이 의학의 대상이 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의사라는
새로운 사제에 의해 마지막 순간이 결정되는 과학의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서 그 임종의 순간을 맞게 되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마주하
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럼에도 그 순간에 대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꺼려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사람의 죽음이 그저 생을 마감한다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그 통계들을 기반으로 사망원인은
사회적인 장치를 만드는 기초자료로 활용이 되는 점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건강에 대한 정의도 저자는 자신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고 구체적으로 정의 내린다.
삶과 죽음에 대한 솔깃한 가십들이 아닌 진지한 통찰의 주제들을 읽으며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또 생각하게 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
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은 의미를 품는다고 하는 대목을 읽으며 건강할때 오히려 더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삶을 즐거운 소풍에 비유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빛나게
하는 과정은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한창 유행하던 웰빙이라는 생활패턴만큼이나 웰다잉 well-dying은 살아있는 빛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준비해가야 하는 과정인것 같다.
법의학자답게 실질적인 법의학에 관한 용어해설을 비롯해, 다양한 예시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연명의료
와 같은 극한의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마지막 순간을 결정짓는 과정에 정작 본인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임에 다시한번 놀라기도 했다. 저자는 연명의료계획서 혹은 사전의료지시서 같은
서류를 미리 작성해 두는것도 권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하게 될 곤란한 순간들에
대비하는 방법도 현대의 우리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어느순간 마주할 지 모르는 이별의 순간에 우리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남기게 될지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품위있는 죽음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 대로 근간에는 자신의 장례를 본인스스로 즐겁고 감사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으로 바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종종 접하게 된다.
소설<관촌수필>의 이문구 작가의 생을 마감하던 순간에 "이세상 여한없이 살다간다."는 인사말 보다
뭉클하고 감동스러운 마지막 인사가 있을까?
가장 많은 죽음과 마주했을 저자의 경험과 꺠달음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인생이 더 값진 이유는 그 한계가 정해져 있기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종종
영원히 살 수 있을것 처럼 생을 낭비하고,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성한다.
생을 살고 있는 누구나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할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