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평점 :

사이킥이라고 하는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의 나래속에서 꿈꾸어봤을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손닿는 물건에 담긴 사연을 읽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마음속까지 들여다 보는 능력을 가진 어린소년.
어느 비오는 날 한소년과 잡지사 기자의 우연한 만남은 조용하게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사고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가 빚어내는 절묘한 타이밍이라 해야하나.
"횡단보도를 믿으면 안된다. 파란신호등을 믿어서는 안된다. "
늘 그렇듯 사고는 순식간에,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벌어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실생활속에서 사건사고 소식을 종종 접하는 곳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그 이외의 장소들에서도 우리가
방심하면 안된다는 복선이라고 해야할까?
데뷔작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미야베미유키는 이제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할만큼 많은 작
품들이 국내에도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십여년전에 출간된 책이 재출간 되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등장인물과 그 주변인들, 무엇보다 나레이션으로 극의 전개를 설명하는 화자를
중심으로 이야기속의 이야기 구조가 펼쳐지며 등장인물들간의 연결고리가 얽혀있다.
사이킥 능력을 가진 소년은 그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얼마나 힘든 일상인지 짐작이 간다.
알고싶지 않는 부분까지 자신도 모르게 개입되어지는 순간들에 어른도 아닌 아이의 두려움은 또 얼마나
클것인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잘 몰라서일 경우도 있고, 오히려 너무 많이 알아서 인
경우도 있을것이다. 인간의 망각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듯이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안에 용을 한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
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다.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
어 있거나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용을 믿고 기도하는것 정도가 아닐까?" <책속문장 中>
소설을 읽는 과정은 우리가 한번쯤은 꿈꿔봤을 이상향을 실현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나른함마저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것 같다.
절묘하게도 이 책의 속표지의 에피그램은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킹의 <캐리carrie>에서 인용
되었다, 캐리의 내용이 억압되고, 소외된 청소년의 폭주를 다룬 작품으로 사춘기 특유의 정서와 초능력
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내가 책을 볼때 가장 또 설레는 순간은 겉표지안의 속표지를 열어보는 순간
이기도 하다. 보라보라 표지와 감각적인 표지는 스토리만큼이나 마음에 쏙 든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로 등장인물들간의 연관된 스토리구조안에서 이야기속의 이야기 구조를 담은
이 책은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간의 장황한 설명없이 충분히 과거의 인물들의 연관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중요시하는 키워드들이 모두 다뤄지는 신기한 구조이다.
각 인물들의 위기상황에서 독자들을 잔뜩 긴장하게 했다가, 또 궁금증을 유발했다가, 결론은 또 잔잔한
감성코드마저 놓치지 않았다. 삶의 과정에서 너무 차갑지도, 인정에 얽매이지도 말고 늘 스스로의 마음
속 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납득하게 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