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읽고서 박장대소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딘가에 사는 누구씨의 쌍팔년도 개그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한가지 기억. 2003년쯤에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수능끝나고 읽은 듯. 여하튼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 대한 기억이 썩~ 좋지는 않기 때문에 더 무덤덤하게 읽은 듯 하다.
 
 
너무 웃기다, 박장대소할만하다.라고 하기엔 고급 유머가 나에게 맞지는 않는듯 하지만, 또, 번역서다 보니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약간씩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기 즈음이 웃음 포인트로군.'이라는 생각이 들어 예의상 웃어준다. 그리고, 그냥 저급하게 웃겨야 박장대소를 하고 웃는거지, 이렇게 고급스러운 유머에는 '해학과 풍자'라는 것이 담겨져 있다. 현실비판도 있고, 현대인들의 부조리도 꼬집게 되다 보니 그게 단순하게 재미있기 보다는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게 된다.
 
 
고작 중국에 몇개월 살았다고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정도의 차이지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정치인들, 어딜가나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 돈독 오른 장사치들, 답답한 공무원들은 있게 마련이다.
 
 
 
 
 
  알 만하다. 자판기는 비밀리에 일을 하는 것이다. 모든 행정처와 조직들만 아는 비밀. 대로는 공식젹으로는 고장 또는 과부하, 수리 중이라고 선언을 해놓아야 비로소 조용히 물밑에서 작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뒤 두 시간 동안 나는 자판기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모카, 카푸치노, 크림커피 뭐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참 좋았다.
  하지만 모카, 카푸치노, 크림커피 무엇을 택해도 그 결과물을 차이를 확신하기 어려운 멀건 커피, 다 그게 그거라는 점은 퍽 실망스러웠다. 오호, 선거와 견줄 일 하나 더 발견!싶은 순간 자판기가 다시 고장을 일으킨다.
  나는 자판기를 이해한다. 늘 이건 무리다 싶고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그 상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러니까. 지난해만 해도 나는 거의 항상 망가진 상태였고 마냥 퍼져 지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세월들도 있달밖에. 물론 가끔 상태가 좀 나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도 나는 누웠다. '걱정 말고 일단 누워만 봐. 금방 피곤해질 테니까. 망가지는 거야 거의 자동, 순식간이지.'뭐 그런 생각으로. 이런 사람은 커피 자판기 와 별반 다르지 않다.(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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