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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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 세상 모든 생명, 집에서 키우는 화분에게조차, 이제는 저 병든 병아리에게조차 사랑과 관심이라는 게 저렇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단 말이야.


*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왜 꼭 당신을 사랑해야 합니까?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잘해 주었다고 해서 그가 왜 꼭 그것을 알고 거기에 보답해야 합니까?


* 엄마는 타샤 할머니의 말들이 너무 좋아서 잠시 숨을 멈춰야 했어. 이런 일은 별로 없는 거야. 너무 좋아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일은. 엄마의 소원이 뭔지 너도 알지. 엄마도 죽을 때 말하고 싶었거든. '아, 하느님 조금 힘들긴 했지만 너무 재밌고 신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떠나도 아무 여한이 없습니다. 이승에서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저승도 잘 부탁합니다.'하고.


* 나는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야했다. 나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그 모든 삶으로부터 떠나야했다. 사막에서라면 우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완전히 여분으로 남을 뿐이다. 나를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는 결국 나 자신마저 없어도 더 이상 아쉬울 것도 없다. -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 직면하는 것, 회피하지 않는 것,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충분히 거기에 상응한 고통을 겪는것. 그래, 충분히 거기에 상응한 고통을 겪어 내는 것, 그래야 젊은 시절의 고난이 진정 값어치가 있게 되는 거지.


*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이 사소하고 작은 일을 기억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으로 엷은 면도날이 지나가곤 한단다.


*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거야 

 

공지영을 생각하자면, 책을 내자마자 베스트 셀러가 되는 몇 안되는 여성작가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할 것이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한 명성 덕분인지, 그녀의 책은 언제나 베스트 셀러의 대열에 올라가 있는데, 솔직하게 '이건 베스트 셀러 감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책도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베스트셀러 대열에 있는 그녀의 책을 고민 없이 구매하고, 읽고 나면 에이~ 생각보다 별로야..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실제로 좀 별로다...싶은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 기대감이 굉장히 높아서 그럴때도 있다.

 

 

이 책은 처음 사면서 이런 다짐을 했다. '이 책에 조금이라도 실망을 느끼게 된다면, 나 이제는 진짜 더 이상 공지영책 안사. 공지영은 메이저급 작가니까 내가 안팔아줘도 그녀는 잘먹고 잘 사니까, 더 가난한 출판사, 더 가난한 작가들의 책을 살테야!'라는 뭐 이런 생각을 했는데(어느 신생 출판사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다행스럽게도 이번 책에는 실망을 느끼진 않았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할때는 여전히 조금은 실망스럽고 또, 내가 가진 사고방식과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계속 읽어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읽어 나갔다. 그런데,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끝끝내 눈물이 터져나왔다. 에필로그에 글을 쓴것이, 공지영의 딸 위녕이었던 것이다.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시간동안 건성으로 책을 대했는데, 에필로그를 읽고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내가 딱 위녕또래의, 바쁜 엄마를 둔 외로운 딸이기 때문에 눈물이 터져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위녕의 엄마처럼 일주일에 한번 편지를 써주기는 커녕 평생 살아오면서 내게 편지 한 통 써준적 없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수없이 상처 입고 방황하고 실패한 저를 당신이 언제나 응원할 것을 알고 있기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내가 가진 아픔의 표현 방식이자 일종의 치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데, 그게 눈물이 나오면서 몸속에 있는 어떤 나쁜 성분이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한바탕 울게 해준 이 책. 내 아픔을 충분히 치유해주었고, 나는 치유를 받는 과정을 통해 응원을 받았다. 내가 응원을 받았다는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성공작인거다. 어느날 문득 삶에 무게가 내 어깨를 짖누를때, 표현이 서툰 우리 엄마 대신 위녕이네 엄마가 해주는 말을 곱씹으며 엄마가 응원해주고 있는거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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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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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 三毛. 중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작가란다. 전공이 중국어인 관계로 중국 문학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편인데, 우리과는 중문학과가 아니라 중국학과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중국 문학에 대해서 배워본 적은 없다. 취업잘되라고 중국어 + 비지니스 쪽으로 배우기 때문에(그런다고 취업잘되는거 아니더라-_-) 중국 문학 근처에도 못가봤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편이라 번역된 책들을 제법 읽었다고 자부했다. 헌데, 싼마오라는 작가는 부끄럽게도 들어보지 못했다. 싼마오 하면 딱 떠오르는데 중화 TV에서 해주는 만화 싼마오 유랑기가 떠올랐으니...하하하;;

 

 

그런데, 이 여자. 꽤 유명한 여자 아닌가?! 책 날개에 소개된 내용으로 보면, 2007년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00인 안에 루쉰, 조설근, 바진, 김용, 이백에 이어 6위에 오른 여성이었다!! 루쉰전집, 조설근의 홍루몽, 김용의 무협소설 뿐아니라 쑤퉁이라든지 위화등의 현대 작가들에게도 상당히 애착이 있어 챙겨 보려고 노력중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싼마오를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싼마오는 1943년생이다. 살아있다면 65~6세 정도가 되겠지. 주위에 있는 그 연세즈음의 할머니들의 인생을 살펴보자. 사하라는 커녕 비행기 한번 못타본 할머니들이 꽤 있을것이다. 그 연세까지 비교 할 것도 없이, 20대 중반의 창창한 인생 살며, 항상 여행을 동경하는 나에게도 사하라라는 곳은 너무 멀고 낯선 곳이라 쉽게 떠날 수 있을만한 곳은 아니다. 처음 한두달은 호기심에 신나하겠지만, 문명사회에 적응되어 있는 나는 생경한 것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녀는 그녀의 나이 스물 넷에 세계 각국을 떠돌아 다니다(이런 나랑 동갑일때에-_-) 서른에 스페인 서사하라 사막에 남편 호세와 정착하게 된다.

 

 

이 책,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 가득한 책이다. 누가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사하라 사막에서 스페인 남자와 대만 여자가 결혼을 하고, 결혼 예물로 낙타의 해골을 전해주는 일을... 사하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목욕을 하는지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낚시로 잡을 물고기를 호텔 레스토랑에 팔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감히 할 수나 있겠는가?! 문명의 발달로 가만히 앉아서도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하나까지 인터넷으로 살펴볼 수 있는 2008년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신기한 이야기었는데, 격동의 1970년대에 싼마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그곳에서 즐겁고도 유쾌하게 살아갔더라.

 

 

번역서이기 때문에 작가의 문체같은것은 느끼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말로 그녀가 글을 잘썼는지 어땟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사하라에서 겪은 내용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더라도 신비롭고 재미난 글이 안될 수가 없다. 대부분의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서론-본론-결론이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게 없다. 12편의 에피소드가 모두 클라이막스이고, 절정이고, 흥분의 도가니탕이다. 모든게 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다음편인 "흐느끼는 낙타"도 기대가 된다. 읽어라, 새로운 세계가 열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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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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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어언 13년쯤 된것 같다. 여기서 본격적으로라는 말은, 장편 소설을 읽기 시작한 시점이다. 처음 읽었던 책은 수없이 많이 얘기했지만 심훈의 상록수였다. 그 전까지 주로 읽었던 책은 전래동화, 창작동화, 콩숙이의 일기 같은 것들이였다. 과연 동화는 동화였고, 소설은 소설이었다. 초등학생이였던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이라는 것은 지금 말로 다 표현 해낼 수 없을 정도. 어쩃거나  소설이라는 장르를 한번 접하자 마자 나는 무수히 많은 소설 책들을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것이 있다면, 그때 당시 유행했던 김진명의 소설(내가 읽기엔 벅찬 부분이 많이 있었다)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이것도 너무어려웠다)였었다. 동네 책방에서 빌릴 수 있는것들부터, 친구로부터 빌린것들이 주류였다. 내 책읽기는 베스트셀러 위주였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접한 이후부터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 책은 다른 느낌보다도,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많구나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소재로도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김영하를 알았고, 그날 이후로 김영하의 팬이되었으며 그의 책 만큼은 언제나 빼놓지 않고 수집을 하는 증상을 보였다. 새로운 책이 나올때마다 '역시''과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는 그. 요즘, 통~ 책도 안 읽고, 예전처럼 서점도 자주 들락거리지 않아 소식을 전혀 몰랐는데, 그냥 심심해서 검색해봤더니 지난 7월에 여행자 시리즈의 두번째 편이 나왔던 것이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마침내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때,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첫번째 하이델베르크 편에 비해서 훨씬 마음에 들었기때문. 어디선가 인터뷰 한 것을 봤는데,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평에 조금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었나?! 어쩃거나, 독자들의 평이 좋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도 김빠진 콜라를 마신듯 조금은 섭섭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이번엔 김영하답다는게 어떤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영하가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행, 영화, 음악, 미술에 모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김영하가 여행에 관련된 책을 낸다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하가 찍은 사진, 김영하가 고른 음악.보다는, "김영하가 쓴 글 + 사진" 혹은 "김영하가 쓴 글 + 음악" 을 원한다는 것이다. 역시 김영하를 표현하는데에는 글이라는 녀석이 부실해서는 안된다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어쨋거나, 지난번 책과 비교하자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난해 여행을 떠났떤 도쿄라는 도시에 하이델베르크보다 더 애정이 있기에 이렇게 생각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글귀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든다. 그리고, 겨우 한번 경험해본 도쿄였지만, 그대로 그곳에서 느꼈던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감정들을 김영하가 나를 대신해 풀어 내 주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상점이야기, 맥주 이야기, 여행 안내서에 대한 이야기 등등등. 지난해 여름. 겨우 7박 8일간 머물렀던 곳이지만, 어쩐지 그곳이 너무 그리워진다. 밤마다 치즈포를 안주로 여러개의 캔맥주를 마시고, 이케부쿠로의 어느 보석가게에서 손 맛사지를 받고 그곳 점원들과 말도 안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우에노 공원 가는길 지하철 교각밑에 들어서있던 식당에서 카레 오므라이스를 먹다가 과도하게 부드러운 계란에 탄성을 내뱉고, 식당위로 지나가는 지하철의 진동에 놀랐던 일. 오다이바 그 해변, 자판기 불빛을 조명삼아, 캐논카메라로 성인물을 찍고 있던 남녀까지... 수많은 일들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지만, 김영하의 말처럼 다행히도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지 않았기에, 다음번에 찾게될 도쿄는 볼 것이 남아 있다. 정말, 다행이다...

 

 

 

 

 

 

이 책은 김영하이고, 도쿄이며,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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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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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무협드라마라든지, 무협소설을 읽는 다는것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한 '무협'이라는 것에 마음속에 감성을 듬뿍 담고 있는!! 내가 좋아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 호가, 임의신 주연의 2008년 버전 사조영웅전이 중국에서 방영이 되면서 클럽박스 등의 공유 사이트에 올라왔고, 중국 드라마 사이트중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네이버 무협중국드라마 카페에서 빛의 속도로 자막이 제작되고 있다. 자막이 제작되어 올라오면 순식간에 몇천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그 인기를 명실상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주연배우인 호가와 임의신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만, 드라마가 방영이 되고부터 빨리 책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여, 책에 표현된 수많은 허황된 무공이라든지, 상상속의 장소라든지를 내 머리속에서는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지만, 영상을 통해서 보고 난 뒤로는 그 영상안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기전에 얼른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읽었지만, 한번 이야기에 빠지고 부터는 정신 없이 책을 읽었다. 다음은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지,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은 어떻게 이어질지가 한 없이 궁금해서 밤잠을 설쳐가며 읽어댔다. 

 

 

이 책은, 대하 역사 무협 소설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절묘하게 허구가 조합이 되어 있으며,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많이 섞여 있긴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탄탄한 구조와 재미있는 내용에 풍덩 빠지게 되서,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가 도달 할 수 없는 어느 산속에 올라가면 무림의 고수가 무공을 닦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책 속에서 만날수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속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아다리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가끔은 주인공 곽정오빠 너무 살아나 주신다 싶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주인공은 죽지 않아야 하니까!

 

 

무림의 고수들은 상대방이 다쳤을때는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여럿이서 한사람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호인好人에게 살수를 쓰는 경우도 없다. 그렇게 비겁하게 싸우는 것은 스스로의 명성을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용은 그것이 진정한 대인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진정으로 중국의 대륙적인 풍모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요즈음의 중국은 과연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가?! 일례로, 요즘,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도 대단한 금메달, 값진 은메달, 아쉬운 은메달, 그래도 잘 싸워 얻은 동메달. 눈물나도록 아까웠던 실격 등 열심히 준비한 수많은 선수들이 참 멋진 경기를 펼쳐주고 있다. 상대방을 이겨야 내가 올라가는 냉정한 심판대 위에서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내는데, 어째서 관중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박수쳐주지 못하고, 그야말로 대륙적 풍모를 보여주지 못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나, 양궁에서의 중국 관중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물론, 소설속의 구양극 같은 나쁜놈은 비겁한 방법으로 겨루기도 하고, 우리 속담에도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 다 더럽힌다는 말처럼 모든 중국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중국이란 나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중국이, 그리고 중국인들이 무림의 고수들처럼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로운 대륙적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어쨋거나, 이 세상에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절대 안되는 일은 없나보다. 내가 그토록 무시하고, 하류라고 생각했던 무협소설을 재미있다고 칭찬하고 있는걸 보니 말이다. 벌써 책을 다 읽어버린게 아쉬운데, 곽정과 황용커플의 다음 이야기인 신조협려도 읽어 볼까?!

 

 

 

* 무예는 끝이 없어서 산 뒤에 산이 있고 고수 위에 고수가 있으니, 네가 아무리 무예가 출중하다 할지라도 모든 적들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잠시의 울분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청산이 살아 있는 한, 태울 장작은 많은 것이다.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적의 수가 많아서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결코 혈기를 부려서는 안된다. 넷째 사부의 말을 반드시 기억하거라. 

* 아우, 사람은 모두 죽게 되어 있다네. 이게 바로 아무도 피할 수 없는 병이라는 거야. 끝날 때가 되면 아무도 그것을 피할 수가 없는 법이지.

* 전에 아버지가 제게 사詞를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모두 수심愁心이니, 한恨이니 하는 내용이었지요. 나는 그냥 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해서 내용이 모두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기쁨은 잠깐 스쳐 가는 것이고, 슬픔과 번뇌야 말로 평생을 함께 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예닐곱군데 오자가 있던데, 기록해둬야지 생각만하다가 어느새 책을 다 읽어버렸다. 1판 8쇄인 책을 샀는데, 2판이 나와야 오자가 수정이 되려나?! 그래도 정식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책인데, 좀 더 꼼꼼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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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0
이민숙 지음 / 갤리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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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홍차를 맛보게 되었다. 홍차가 뭔지도 모르는채 마셨건만, 그 녀석은 생각보다 크게 내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의사선생님의 진단에, 처방전 필요한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가 좋은 우울증 치료제였던것이다.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된 홍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난 진정 홍차 매니아가 되어가고 있다. 심심할때 한잔, 공부할때 한잔, 싸이질 하면서도 한잔. 가끔은 카페인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와인의 세상만큼이나 드 넓은 홍차의 세상에서 헤어나 올 수가 없다.

 

 

이 책, 네이버 이웃인 민슉님이 발간한 책이다. 홍차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하게 됐는데(요즘은 주걸륜 노래 해석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이웃 민슉님의 블로그를 다니다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급하게 질렀다. 오늘 하루종일 택배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요 몇일, 날씨탓인지 아니면 이 지긋지긋한 여성의 신체적 주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멍때리는 현상이 몇시간도 아닌 몇일씩 지속되다 보니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벼운 책을 읽는 것으로 시동을 걸어야지...싶었따. 그리하야 도착하게된 이 자그마한 책을 읽으면서 급랭한 차를 마시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함께한 차는 딜마의 와테 시리즈 중에서 란와테 한잔. 그리고 스태쉬 애플시나몬을 둘다 급랭해 사진 한장 찍을 사이도 없이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니 흐릿하던 동공의 상태가 초롱초롱해진것 같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 작은 책의 내용은 사실, 별거 없었다. 그냥 민슉님 블로그만 열심히 돌아다녀도 다 찾을 만한 글들이었고, 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덥썩 구매해버린 이유는 두고두고 보고싶어서였다. 홍차의 세상은 넓고도 깊다. 새로운 홍차를 만날때마다 민슉님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글이라도 책을 통해서 보게 되면 어쩐지 정감이 넘치지 않던가...?!

 

 

자꾸만 늘어나는 홍차들이 감당이 안되고 있다,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 놓고, 매콤한 순대 볶음 만들어 먹으면서 낮술이나 한잔하고, 후식으로 달콤한 밀크티 아니면 시원한 레몬홍차 아이스티 만들어 먹으면서 수다를 떨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너무 멀리 이사와버렸어-_-

 

 

온종일 뒹굴거리면서 책 읽고, 홍차 마시고, 또 상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홍차로 시럽 만들고, 넘쳐나는 우유에 우유냉침을 세통이나 만들어 두고, 내일이면 완성될 홍차 아이스크림까지 만들고 나니 하루가 금방이다. 내일부터, 진짜로. 정말로. 정신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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