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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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책이 소개가 된 글에 보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 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동감한다. 나도 손에서 책이 떨어질 사이 없이 열심히 읽었으니까. 하지만, 중간 중간에 인상이 찌푸려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적나라한 묘사와 상상만 해도, 아니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오르는 끔찍한 장면들 때문에 여러차례 책 읽기를 멈추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뭐 그래도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어냈으니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 쑤퉁에게 박수 한번!!

 

 

지난번에 읽었던 쑤퉁의 "눈물"을 보면서도 이 아저씨 대체 왜 이렇게 글을 잘쓰는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런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저런 해외 언론에서나 중국 내에서도 꽤나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런 작가의 책이 최근에야 번역이 되다니 상당히 아쉽다. 책 날개에 보면 상당히 안재욱스러운 외모로 아낙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중국 싸이트에서 검색해본 쑤퉁아저씨는 그냥 중국 아저씨였던거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실 뭐 줄거리 따위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원래 그런건 모르고 읽어야 제맛이다. 나도 이렇게 무서운? 어쩌면 잔인한? 어쩌면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을 상상도 못하고 읽었다. 그래서 내게 더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속에 나타나주신 인간의 본성이라는거. 그 본성이라는게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을 배웠잖은가?! 책에 순서가 성선설-성악설-성무선악설 이 순서대로였던것 같은데, 성선설을 배우면서 꽤나 공감했다는 듯 끄덕였다. 그리고 성악설에서는 이건 좀 아닌듯~ 이런 생각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도 웃기신?! 고자의 성무선악설을 보고서, 이거야 말로 나의 가치관과 부합되는 것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아니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추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신 주인공 우룽은 어떤가?! 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기에 애가 이렇게 잔악무도한거냔 말이다. 우룽이 홍수가 난 고향 펑양수에서 도시로 도착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첫 장면에서 우룽이 길바닥에서 자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이런 데서 자면 감기가 걸린다"라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고향에서부터 악인은 아니었던듯 싶다. 그래도 물난리가 나서 황폐해진 고향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은 도시에서의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고,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아바오에게 짓밟힘을 당하며 고기와 술을 먹은 그 후부터 그는 변했다. 환경에따라 그의 본성은 변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바오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 시작했고, 복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그는 복수를 당하지 않기 위해 또 살인을 저지른다. 그 날, 부두에서 아바오에게 짓밟히지만 않았더라도 쌀집네 식구들은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룽의 자식들은 또 어떤가. 보고 배운게 아버지의 더러운 짓이니, 아버지 우룽이 죽는 그 순간에도 입안에 있는 금니부터 꺼내는데, 참 씁쓸했다.

 

 

옮긴이 김은신의 후기를 보면 먼 옛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대입시키며 책을 읽는 다면, 더 깊은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더욱 심하게. 죽고 죽이지 못해 안달나있고, 서로가 서로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기 위해 쥐어뜯는 모습을 보니 이 도시에서의 생활이 한없이 역겹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생쌀이라도 씹기 위해서는 나도 누군가의 머리에 올라가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람은 떠나는데 금니는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쁜걸까?! 슬픈걸까?!

 

 

 

조금은 무섭고, 두렵고, 또 슬프다.

 

 

 

 

 

 

 

 

* 그는 연민과 온정은 비 온 후 길바닥에 고인 물처럼 얕고 피상적이며, 바람이 불고 햇볕이 비치면 금방 사라지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진짜 이빨이야? 이건 다 가짜야, 가짜! 이것들은 겨우 겨와 나물이나 먹고, 추위에 달달 떨기나 했던 이빨들이야! 지금 나한텐 하나도 필요 없는 것들이야!

 

* 그녀는 사람은 사는 동안 모두가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천장이나 담장구멍, 바닥 밑에 비밀스런 목합을 하나씩 숨기고 살아간다. 그것들 중에는 태양 아래 밝은 곳에 드러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둡고 남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저 천장 속에 숨겨진 목합이 그랬다. 치윈은 우룽의 영혼이 그 목합 안에서 광폭하게 요동치는 동시에 나지막이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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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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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동인문학상을 탄 <풍선을 샀어>를 읽고 있다. 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소설이라 단편 하나씩 읽고선 덮어두고, 또 한편을 읽고 덮어두고를 반복했다. 좀 가벼운것을 바라던 찰나,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완득이>가 어렵지 않으면서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시에서 선정한 책들을 읽고서 별로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없고, 또 이런식으로 선정된 책들은 대체로 다양한 연령대가 읽기 쉽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만한 책을 선정한다 싶어서 들었는데, 푸하하하하하하하 이 책 말야.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대해서도 얘기하고 있긴하지만, 뭐 그것보다도 단순하게, 그냥. 너~~~무 웃겨주신다.책이 두껍지도 않고, 뭐 어렵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푸하하, 크크큭, 키키킥 대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캬바레에서 춤추는 난쟁이 아버지와 혈연관계를 따질 수 없는 말더듬는 삼촌. 그리고 듣도 보도 못했지만 어느날 문득 나타난 베트남에서 온 엄마. 지나칠 정도로 정직한 완득이네 가계도. 학교에서는 햇반이나 호박죽등의 수급품을 받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완득이는 지나치게 형편이 좋지 않지만, 씨발, 좆나를 입에 달고 살지만, "무개념에 싸가지 없음"을 연상시킬 수 있을만한 친구는 아니다. 싸울때 싸우더라도 이유없이, 그냥, 짜증나서.가 아니라 부모를 욕했을때, 혹은 무시당했을때 라는 상당히 타당한 이유를 두고서 주먹질을 한다.

 

 

담탱이 똥주를 만나고, 모범생 정윤하를 만나고, 킥복싱을 시작하고,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엄마를 만나고 완득이는 그래도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찾는다. 쥐뿔도 잘난것 하나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것이다."라는 완득이의 말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견디고 버티고 또 노력하다보면 편견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빛을 보게 될 날도 있겠지~

 

 

책의 설정이나, 등장 인물만 생각해봤을때 칙칙하고, 우울하고, 습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으나, 재기발랄한 표현들 덕분에 참 많이 웃은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이것저것 많이 건들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깐 했지만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 문제라든지, 베트남에서 시집을 온 완득이 어머니이야기, 우리 나라 교육 현실 등등 자칫하면 무거워 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유쾌한 표현들 속에 적절하게 녹아 있는 것 같아서 아주 많이 나쁘진 않았다.

 

 

 

 



  • 선생님도 아닌 것 같은 똥주. 어린바리한 핫산. 능력치 잘못 올리고 키운 캐릭터 같은 인간들. 동급 레벨 대비 최저 능력을 보유한 망한 캐릭터들이다. 게임처럼 확 삭제시키고 다시 키울 수도 없고. 영 꺼림칙하다. 

 이 표현 좀 봐라~ 작가가 한때 리니지라도 좀 했나보다. 마치 피씨방에서 막 게임을 하고 나온 고딩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나 등장 할 법한 표현이다. 

  

 

 

 



  • 하ㅡ. 이 동네 집들 진짜 따닥따닥 붙어 있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숨어 있기에 딱 좋은 동네였다. 왜 숨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실은 너무 오래 숨어 있어서 두렵기 시작했는데, 그저 숨는 것 밖에 몰라 계속 숨어 있었다. 그런 나를 똥주가 찾아냈다. 어떤 때는 아직 숨지도 못했는데 "거기, 도완득!"하고 외쳤다. 술래에 재미를 붙였는지 오밤중에도 찾아댔다. 그래도 똥주가 순진하기는 하다.... 나를 찾았으면 자기가 숨을 차례인데, 내가 또 숨어도 꼬박꼬박 찾아줬다. 좋다. 숨었다 걸렸으니 이제는 내가 술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찾을 생각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찾고 싶다.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할 거 하나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것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완득이가 시정잡배마냥 불량스러워 보이는 아이인지라 씨발, 좆나가 난무하고, 선생이라는 작자도 새끼야~를 입에 달고 나오는 무개념스러운 캐릭터지만 요점은 그런 욕지거리가 아니다. 세상으로부터 알게모르게 숨어지낼 수 밖에 없었던 완득이를 찾아내고 또 찾아내면서 관심과 사랑을 주며 세상밖으로 이끌어내었고, 완득이도 기왕에 세상밖으로 나온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다짐한다. 완득이가 하는 생각치고는 지나치게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뭐, 상관없다. 이것이 완득이가 하는 말이건, 작가의 말이건. 그저, 완득이 보다 백배, 천배쯤은 나은 상황에 있으면서도 하루하루를 꽉차게 보내지 못함이 아쉽고, 답답하다. 아무것도 이뤄 놓은것도 없으면서 내가 너무 거창하고 대단한것만 바란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언젠가 평범하지만 단단한 것으로 엮인 근사하고 멋진 인생이라는 목걸이를 걸기 위해, 좀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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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하트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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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작가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그 작품을 보고 평가를 내리게 된다. 고등학교때, 우연찮게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선물받았고(생일 선물로 이런 내용의 책을 전해주다니-_-; 그래도 김영하를 알게되어 지금까지도 고맙다.), 나는 그날 이후로 김영하의 매니아가 되었다. 지난해 읽은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이후로 나는 김애란의 동인문학상 수상을 간절하게 바라기도 했고, 고작 두권의 책을 펴낸 그녀에게 평생 글을 써달라는 글도 남겼다.

 

 

작가의 데뷔 작품이 무엇이 되었든,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첫번째로 읽게 되는 작품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 이 한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였다. 소재도 마음에 들었고, 줄거리도 마음에 들었으며, 작은 구절하나하나가 마음에 콕콕 박혔었다. 에쿠니 가오리나 츠지 히토나리 같으신 분들때문에!!, 일본 소설은 진짜 별로였는데, 온다 리쿠나 가네시로 가즈키, 오쿠다 히데오 등의 작가들이 일본 소설에 대한 이미지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꿔놓긴 했다.

 

 

그렇게 내게 만족을 줬던 온다 리쿠. 그녀의 책이 참 많이도 번역되어 나와있던데, 하필이면 두번째로 읽게된 책이 이 녀석이라 그녀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밤의 피크닉>은 너~~~무 좋았는데, 이 책은 너~~~~~무 이상했다. 정신없고, 헷갈렸다. 칭찬들이 즐비한 리뷰들 때문에 "아니야, 그녀는 다를꺼야. 그녀가 말하고 싶은 무언가는 끝에 나올꺼야. 이건 그냥 과정일 뿐이야. 뭔가 반전이 있겠지?! 설마 이대로 끝나는건 아니겠지?!라는 말을 무수히도 되뇌이며 진짜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갔지만,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이 책에 대한 좋은 리뷰가 왜이리 많은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밤의 피크닉>을 읽고서 기대했던 온다 리쿠의 모습은, 어쨋든 아니다.  이 책이 온다 리쿠가 도전한 첫번째 연애 소설이라는데, 부탁인데, 연애 소설 안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다음에 읽게되는 그녀의 책은 <밤의 피크닉>처럼, 내 마음을 좀 알아주는 책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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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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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안재환에서부터 최진실, 트렌스젠더 연예인, 나도 TV를 통해 봤었던 커밍아웃한 모델. 그리고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어떤 총각 자살. 게다가 3일뒤에 그 여자친구 자살, 연예인이랑 이름 같은 어떤이도 자살. 컴퓨터 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많은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연이어서 그런 소식들이 들려오자 나는 괜스레 무서워졌다. 지하철을 타려고 할때엔 내가 지하철 탈때 누가 뛰어들기라고 하면 어쩌지... 내 방 창문을 통해 보이는건 건너편 아파트인데, 저 아파트에서 누구 하나 뛰어 내리는 모습을 내가 목격하게 된다면?! 등등등... 참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친구들이 얘길 했지만, 혹시나 그런 상황과 마주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러던 찰나 문득 이 책이 생각났다. 올해 초였나?! 지난해였나?! 여하튼, 수없이 뿌려진 홍보용 도서에 나도 낙찰이 되어 읽었었는데,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제목이나, 줄거리를 봤을때는 그 소재가 상당히 기발해 보여 나도 책달라고~ 달라고~ 굽신거려 받았건만, 책을 읽고 20~30%정도 지나고 나니 그 내용와 결말이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래서 절반즈음 읽다가 쳐박혀 있었는데, 오늘 불현듯 생각이 나서 다시 펼쳐보니 뭐~ 이야기의 결말은 역시나 "자살하지 마십쇼"였다. 홍보용 도서를 얼마나 뿌리셨는지 네이버에는 무려 140개의 리뷰가 있더라. 내용이 좋으면 이런 홍보 없이도 잘 팔릴거라고 생각한다.

 

 

어쩃든, 자살가게에서 판매하는 자살을 도와주는 용품들은 좀 웃기기도 했고, 제법 그럴싸했지만, 뭔가 몹시 아쉽다. 프랑스적 엽기와 유머의 "폭발적"인 발산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쉽고 섭섭한 이 마음을 달랠길이 없지만, 어쨋거나 작가와 한마음이 되어, 혹은 자살가게에 태어난 돌연변이같은 낙천주의자 막내 알랑의 마음과 하나되어, 더 이상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늙어 죽는 그날까지 그런 상황을 절대, 결코, 마주하게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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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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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일본 문단계에서는 깜짝 놀랐단다.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와상의 수상자로 만 23세의 아오야마 나나에가 선정되었다는 소식때문에 말이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인데,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하게 되었다는 점과,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무라카미 류와 이시하라 신타로의 동시 추천으로 선정된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단다. 한국의 문단계 얘기도 모르는 판에 일본 문단계의 이야기같은건 더더욱 모르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그런 큰 상을 받았다고 하니 나도 관심이 생긴건 사실이다.

 

 

그렇게 기대를 걸고 책을 봤기 때문인지 실망이 컸다. 아니, 실망이 컸다는 말이 맞는건지,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는 나라와 우리와의 가치관이 달라 그런건지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어쩃든 공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뭐 이런 비행소녀스럽고, 버르장머리없는 아이의 일상에 대해 쓴 소설이 일본 문학계를 놀라게 했단 말이냐?!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치즈의 그런 비행스럽고 불량스러운 행동들이 책의 말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 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고개는 갸우뚱~

 

 

주인공 치즈는 엄마가 원하는 대학따위를 가지 않고 도쿄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0만엔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도쿄로 떠나는 그녀가 못미더운 엄마는 사돈의 팔촌만큼이나 겁나먼 어느 할머니네 댁에서 그녀를 머물게 한다. 그리하야, 그녀는 그녀보다 대략 50세가 많은 노인네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원래도 책을 읽기전에 누군가의 리뷰를 먼저 읽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한 상을 받았다는것 외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한 상태로 읽어나가다 보니 그냥 열이 좀 받쳤다. 스무살밖에 안된 처자가 70세나 된 노인한테 말하는 꼬라지가 아주 엉망이었고, 손버릇마저 나빴으며,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거사를 치르고 난뒤 깜빡 잠이들었다가 일어나보니 할머니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어 옷을 입고 기어 나왔다는 뭐 그런...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써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보면서 아, 이책은 일본의 젊은 세대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실을 꼬집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는 교훈을 주려는 책인가 싶었다.

 

 

헌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함께 사는 70세의 할머니 깅코씨도 보통 내공이 아닌것이었다. 사소한 물건들을 훔치는 치즈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치즈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와중에 댄스교실에서 만난 남자친구 할아버지를 보란듯 집으로 데리고 와서 본의 아니게 치즈의 질투심을 유발하고, 치즈는 그에대한 일종의 복수로 할아버지의 은단을 훔치곤 한다.

 

 

전혀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다 치즈가 직장을 잡으면서 깅코씨네 집에서 떠나게 되는데, 치즈가 깅코씨네 집을 떠나기 전 즈음과 떠난 후에 나오는 둘의 대화들 중에는 인상적인것이 많았다. 70년 인생을 살아오신 할머니에게 치즈가 아무리 투정부리고 떼를 써도 내공이 딸렸고, 할머니는 그런 그녀를 한편으로는 모른척 하기도 하지만, 가끔 툭툭 한마디씩 던지는 말들에서 지난 세월에서 오는 연륜으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세상 밖은 험난하겠죠? 저 같은 건 금방 낙오되고 말겠죠?"

"세상엔 안도 없고 밖도 없어. 이 세상은 하나밖에 없어"

 

 

 

위의 대사 한마디로 치즈의 버릇없음, 되바라짐, 무개념 등등 내가 분노했던 그녀의 행동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부터 비롯된것이라 볼 수 있겠다. 표현방식이 조금 과격했기에 내가 반감을 나타낸건 사실이지만, 그녀의 불안감은 나도 십분 이해한다. 초등학교 다음엔 중학교, 또 그다음엔 고등학교, 다음엔 당연히 대학교. 그 다음엔...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당연한 길들을 걸어오면서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던 거다.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에 낙오자가 된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노력한것에, 내가 생각했던것에 비교해서, 세상이 훨씬 험난하고 치열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한걸음 나아가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이 들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장에서의 치즈처럼, 너무도 일상적이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게 될 어느날이 내게도 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보자.

 

 

 

 

 

 

 

 

* 깨끗하게 연을 끊고, 누구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또다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겠지.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면, 파국을 맞이하고 있겠지. 그 의미 따윈 생각하지 않고 그저 되풀이하고 있다 보면 인생도 결국 끝이나게 될까? 
 

*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안정적으로 살 집도 없다. 의지할 거라곤 내 심신 하나뿐이지만, 이것도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 그래도 어떻게, 혼자서 어떻게든 부딪혀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지.

 
* 그렇게 아는 사람들을 교체해간다. 낯선 사람들 속에 자신을 내던져본다.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그저 눈을 뜨면 닥쳐오는 그날그날을 혼자서 어떻게든 헤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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