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책이 소개가 된 글에 보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 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동감한다. 나도 손에서 책이 떨어질 사이 없이 열심히 읽었으니까. 하지만, 중간 중간에 인상이 찌푸려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적나라한 묘사와 상상만 해도, 아니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오르는 끔찍한 장면들 때문에 여러차례 책 읽기를 멈추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뭐 그래도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어냈으니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 쑤퉁에게 박수 한번!!

 

 

지난번에 읽었던 쑤퉁의 "눈물"을 보면서도 이 아저씨 대체 왜 이렇게 글을 잘쓰는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런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저런 해외 언론에서나 중국 내에서도 꽤나 호평을 받고 있는데, 이런 작가의 책이 최근에야 번역이 되다니 상당히 아쉽다. 책 날개에 보면 상당히 안재욱스러운 외모로 아낙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중국 싸이트에서 검색해본 쑤퉁아저씨는 그냥 중국 아저씨였던거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실 뭐 줄거리 따위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원래 그런건 모르고 읽어야 제맛이다. 나도 이렇게 무서운? 어쩌면 잔인한? 어쩌면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을 상상도 못하고 읽었다. 그래서 내게 더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속에 나타나주신 인간의 본성이라는거. 그 본성이라는게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을 배웠잖은가?! 책에 순서가 성선설-성악설-성무선악설 이 순서대로였던것 같은데, 성선설을 배우면서 꽤나 공감했다는 듯 끄덕였다. 그리고 성악설에서는 이건 좀 아닌듯~ 이런 생각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도 웃기신?! 고자의 성무선악설을 보고서, 이거야 말로 나의 가치관과 부합되는 것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아니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추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신 주인공 우룽은 어떤가?! 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기에 애가 이렇게 잔악무도한거냔 말이다. 우룽이 홍수가 난 고향 펑양수에서 도시로 도착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첫 장면에서 우룽이 길바닥에서 자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이런 데서 자면 감기가 걸린다"라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그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고향에서부터 악인은 아니었던듯 싶다. 그래도 물난리가 나서 황폐해진 고향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은 도시에서의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고,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아바오에게 짓밟힘을 당하며 고기와 술을 먹은 그 후부터 그는 변했다. 환경에따라 그의 본성은 변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바오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 시작했고, 복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그는 복수를 당하지 않기 위해 또 살인을 저지른다. 그 날, 부두에서 아바오에게 짓밟히지만 않았더라도 쌀집네 식구들은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룽의 자식들은 또 어떤가. 보고 배운게 아버지의 더러운 짓이니, 아버지 우룽이 죽는 그 순간에도 입안에 있는 금니부터 꺼내는데, 참 씁쓸했다.

 

 

옮긴이 김은신의 후기를 보면 먼 옛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대입시키며 책을 읽는 다면, 더 깊은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더욱 심하게. 죽고 죽이지 못해 안달나있고, 서로가 서로의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기 위해 쥐어뜯는 모습을 보니 이 도시에서의 생활이 한없이 역겹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생쌀이라도 씹기 위해서는 나도 누군가의 머리에 올라가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람은 떠나는데 금니는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쁜걸까?! 슬픈걸까?!

 

 

 

조금은 무섭고, 두렵고, 또 슬프다.

 

 

 

 

 

 

 

 

* 그는 연민과 온정은 비 온 후 길바닥에 고인 물처럼 얕고 피상적이며, 바람이 불고 햇볕이 비치면 금방 사라지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진짜 이빨이야? 이건 다 가짜야, 가짜! 이것들은 겨우 겨와 나물이나 먹고, 추위에 달달 떨기나 했던 이빨들이야! 지금 나한텐 하나도 필요 없는 것들이야!

 

* 그녀는 사람은 사는 동안 모두가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천장이나 담장구멍, 바닥 밑에 비밀스런 목합을 하나씩 숨기고 살아간다. 그것들 중에는 태양 아래 밝은 곳에 드러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둡고 남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저 천장 속에 숨겨진 목합이 그랬다. 치윈은 우룽의 영혼이 그 목합 안에서 광폭하게 요동치는 동시에 나지막이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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