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단숨에 읽었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같은 담백한 문체가 좋다.

책 얇은 것도 맘에 들고.

실제로 그녀의 이야기는 모두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거짓은 없단 말이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을 사랑한 2년 동안,

매일 매시간 그를 생각한 이야기다.

2년 동안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지낸 이야기인데... 나는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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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흐릿하게 나온,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의 유일한 사진 속에서 나는 어딘지 알랭 들롱을 닮은, 금발에 키가 큰 남자를 보고 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내게는 아주 소중했었다. 그 사람의 눈, 입, 성기, 어린 시절의 추억, 물건을 낚아채듯 잡는 버릇, 그 사람의 목소리까지도.

 

나는 그 사람의 모국어를 배우고 싶어했었다. 그 사람이 마신 술잔도 닦지 않은 채로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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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분이다. 그 사람은 이것을 읽지 않을 것이며, 또 그 사람이 읽으라고 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이것은 그 사람이 내게 준 어떤 것을 드려내 보인 것을 뿐이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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