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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12/8 - 12/9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읽다.
신 하루키의 등장~
깔끔하면서 세련된 문체
뛰어난 통찰력
탄탄한 스토리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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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계속되길 기다렸지만 그는 그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무릎 위로 얼굴을 박았다. 내게 등을 보인 채.
얕은 여울에 무거운 돌을 떨어뜨리면 냇물 바닥의 모래가 피어올라
물을 흐리듯이, '예의 그 기분' 이 바닥에서부터 일어나 마음을 흐린다.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발을 살짝 들어올려 발끝으로 그의 등을 지그시 누르자,
힘이 들어가면서, 엄지발가락의 뼈가 '딱'하는 소리를 냈다.
"아퍼! 뭔가 딱딱한게 등에 닿았어"
발가락 끝에 닿았던 등이 완만하게 뒤로 젖혀진다.
"베란다 창틀 아냐?"
니나가와는 몸을 돌려 먼지가 가볍게 쌓인 가늘고 검은 창틀을
이상한 듯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그리고는 창틀 아래 놓인 내 발을
내려다본다. 난 모르는 척 시치미 뗀 얼굴로 딴 데를 본다.
숨결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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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발로 차주고 싶다. ㅋ ㅋ
참 희한한 감정이다.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나도 안그러면서 내가 그 사람을 이끌어 주고 싶은 느낌이랄까.
등짝을 차서 동굴 속에 있는 그를 꺼내주고 싶은 심정이랄까.
실은 나도 그러면서 말이다. 나보다 그가 조금 더 심하다고 생각하면서.. ㅋㅋ
이렇게 꿰뚫어 보다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