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증명 - 합본판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해문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기리즈미라는 옛날 온천에서는 도시락을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의 시>가 적힌 종이로 싸준다. 

밀짚모자의 시 

                     -사이조 야소- 

 

어머니 내 그 모자가 어찌되었을까요?
그래요, 여름날 우스이에서 기리즈미로 가는 길에
골짜기에 떨어뜨린 그 밀짚모자 말이에요

어머니, 그것은 아끼던 모자였어요
그래서 나는 그떄 꽤 분했어요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니 

 어머니, 그떄 저쪽에서 그 젊은 약장사가 왔었지요
남색 각반에 토시를 끼고서
그리고 주워 주려고 꽤 애썼지요
하지만, 결국 헛일이었어요
워낙 깊은 골짜기인데다
더구나 풀이 한참이나 자라 있었으니까요
 

어머니, 정말 그 모자 어찌되었을까요?
그때 들 옆에 곱게 피었던 수레백합꽃은 벌써 오래 전에 시들었겠죠
그리고 가을에는 회색 안개가 그 언덕을 가득 메우고 

그 모자 밑에서 밤마다 여치가 울었을짖도 모르잖아요
 

어머니,그리고 틀림없이 지금쯤은
오늘밤 같은 날엔 그 골짜기에 조용히 눈만 쌓여 가고 있겠지요
옛날, 아름답게 번쩍이던 그 이탈리아 밀짚모자와
그 안쪽에 내가 쓴 YS라는 머리글자를 묻어 버리듯 조용히 쓸쓸하게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가 이 소설을 쓰기 20여년 전 청춘의 자유로움과 더불어 불안함을 느끼며 이리 저리 방랑하다시피하며, 숲속을 배회하다가 기리즈미의 여관에 도착했다. 거기서 받은 도시락을 싼 종이에 사이조 야소의 밀짚모자의 시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정말 소설이랑 똑같다. 

그 시에서 정말 따스한 감명을 받았던 세이치. 어렸을 적 어머니와 시골을 다니며 얻었을 아름다운 기억에 대한 감명. 어머니가 있든, 돌아가셨든 누구나 얻었을 법한 그런 감정. 

20년동안 그 감정을 잊고 있다가, 20년후,, 직업의 불안 속에서 문학소년도 아니었던 자기가 알아주지도 않는 작가가 되어있을 때, 어떤 하루키라는 분의 자기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잡지사에 소설을 기고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 분의 은혜와 믿음에 부응하고자 정말 잘 써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20년 전의 이 시를 떠올리게 되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 작가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에도 나오고, 작가도 경험한 산골 속의, 차에서 내려서 몇 시간이나 산 속을 걸어서 도착하게 되는 기리즈미 온천 여관에 나도 가보고 싶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이미 예전의 이야기처럼 오래되어버린 이야기라서 이제는 없어져버렸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지만, 기리즈미 온천 여관과 밀짚모자의 시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소설도 물론 짜임새있게 재밌었다. 

염정화 주연의 mbc <로열패밀리> 원작이란 걸 오늘 알았다. 일드<인간의 증명>이라고 2004년 방영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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