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스캔들 - 불꽃 같은 삶, 불멸의 작품
서수경 지음 / 인서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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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문학의 스타들, 스캔들을 예술로 승화시키다. 삶과 예술의 경계에 피어나는 화려한 꽃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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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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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삶. 보다 단순하게, 보다 단단하게. `심플하게 산다`의 기자 버전. 지구의 유해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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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신입생 시절, 담배를 꼬나문 여자 선배가 나른하게 연기를 피워올리다가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다. 헤르만 헤세요. 고양이마냥 가느다랗던 선배의 동공이 문득 커지며 헤세가 책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든? 다시 물었다.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은데 급작스레 파안대소를 하는 선배의 얼굴은 흡사 메두사. 온몸이 돌로 굳었던 그 순간은 내 생애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정신사나운 어미의 취향 탓에 룰라부터 비틀즈까지 숱한 노래를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달이에게 어디 노래 한번 불러볼까, 하면 산토끼가 바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헤르만 헤세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 십대 초반 '수레바퀴 밑에서'를 거듭 읽어가며 한스 기벤라트에게 내 사춘기의 음영을 드리웠고 이후에는 작가소개에 나온 헤세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했다. '크눌프', '봄의 폭풍우'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헤세의 알려진 작품은 모조리 읽어나갔다. 흥미롭게도 카뮈, 무질, 도스토옙스키, 소세키 등 한때 나를 사로잡았던 대가의 작품들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헤세는 떠올릴 때마다, 다시 만날 때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필시 외롭고 험난했던 나의 사춘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리라.

 

메두사 선배와는 수강생이 대여섯 밖에 되지 않았던 교양철학시간에 우연히 또 만났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선배는 니체를, 나는 마르크스를 선택했다. 강퍅했던 교수는 선배를 게으름뱅이로, 나를 선동가로 규정했다. 전날 술 먹느라 발제 준비를 제대로 못해 우물우물하는 선배와 마르크스가 직계 존속이라도 되는 듯 화염을 뿜어대는 나에게 아주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평가였다. 그리고 학기말에 우리는 둘 다 A+를 받았다. 불성실한 합리주의자와 성실한 낭만주의자, 혹은 그 반대, 또는 뒤엉켜 얼버무린 존재들 같던 우리는 내 머리가 제법 굵어져 선배 앞에서 시건방을 떨게 되는 그날까지, 아마도 그 이후로도 그럭저럭 온건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톨스토이를 말했다 한들 웃지 않았겠는가. 실컷 비웃고 마음대로 욕하고 인정사정 볼것 없이 깔아뭉개준 선배들 덕분에 좌절과 질투와 살의를 극복해가며 나날이 커가는 후배들이 있지 않았겠는가. 선배가 남긴 헤세의 트라우마 덕분에 헤세를 다시 읽으며 뭔가 다른 것이 있나보다, 순진한 독서에 몰입했던 당시를 떠올리면 파안대소의 저의에 상관없이 무려 고마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나왔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한 줄 비판을 가할 때조차 작품이 시사하는 큰 그림을 훼손시키지 않고 작가에 대한 존중을 거두지 않는 휴머니즘 서평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 매순간마다 작품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열정적인 사춘기 소년, 예민한 직관과 열린 감성으로 작품의 빛과 그림자를 단번에 읽어내는 예술가의 서평이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관한 페이지를 읽을 때는 과연 대가다운 안목과 통찰에 무릎을 치게 된다.

헤세는 본인의 작품 속에서, 그리고 넓고 깊은 책세상에서 마치 동서양을 가로질러 영생을 사는 듯 그 목소리가 활발하면서도 융숭깊다. 그가 펼쳐놓은 광대무변한 사유의 세계를 몇줄로 인용하기란, 한줄 밑줄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한 일. 역시 책은 읽어야 한다.

 

그들의 잔을 너무 깊이 들이마셨기에 그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는 작가들.-p.182

헤세는 작가 '크누트 함순'에 대해 위와 같이 평했다. 나에게 있어 헤르만 헤세도 그런 작가들 중 하나다. 점점 현실에 매돌되어 리얼 다큐를 찍고 있는 일상이지만 한때 깊이 들이마셨던 세계란 정신과 몸 안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코앞의 일거리들을 해치우고 모두 잠든 밤이 되면 좀비처럼 떠돌며 책 속의 정령들을 만나고 다녔던 방학도 이제 끝났다. 그래도 내게는 읽을 책이 남아있고 영달이에게 읽어줄 책도 더 남아있으며 서평으로 다시 만난 헤세가 내가 사랑한 헤세가 맞아서, 사랑한만큼 훌륭하여서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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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2-0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사랑한 헤세~~~~ 메두사 선배ㅎ
책을 읽을때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면 행복하죠~~ 영달이 많이 컸죠?

깐따삐야 2015-02-03 10:19   좋아요 0 | URL
네. 그땐 거인 같던 선배들도 지금 제 나이에 와서 생각해보니 다들 참 어렸구나, 싶습니다. 엄마인 저도 많이 컸다, 많이 컸네, 할 정도로 많이 컸어요.^^
세실님도 여전히 생기발랄 잘 지내시죠?

yamoo 2015-02-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추억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제게는 매두사 같은 선배가 없어 좀 아쉽네요..ㅎㅎ

깐따삐야 2015-02-03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젠체하는 모습이 싫어서 나는 저런 선배 되지 말아야지, 했었고 그 결심을 지켰다고 생각하는데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또 모르죠.^^
 

근무조라 학교에 나와 있다. 아직 잠들어 있는 영달이를 뒤로 하고 학교까지 걸어오는데 갑자기 발걸음이 뒤엉키고 시야가 뿌얘지는 것이 빈혈은 아닐테고. 학교 오기 정말 싫었나 보다. 점심으로 김치비빔밥인지 김치덮밥인지 김치볶음밥인지 정체불명의 김치밥을 맛없게 먹고 나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 낯익은 글상자에 글을 쓰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구나.

 

출산 이후로 모든 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한번 크게 넘어진 뒤로 무릎이 나빠져 병원을 전전하는 신세다. 연말정산을 하는데 의료비를 보고 기함했다. 동네 의사가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도 아니련만 돈을 저리 많이도 갖다 줬군. 좋아지다가 나빠지다가 하는 무릎 상황에 이제는 짜증보다는 적응을 할 때인가. 남편은 어깨가 아프다고 해도 나이 탓, 무릎이 아프다고 해도 나이 탓, 머리가 아프다고 해도 나이 탓을 해대며 본인이 사십줄에 들어선 것을 으스댄다. 그 나이가 놀랍고 그 나이를 먹고도 칭찬과 비난에 따라서 눈꼬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폼이 너무나 유치해서 또 놀랍다. 고령화 시대에 제발 나이 탓만 하지 말고 나잇값 좀 하며 삽시다.

 

영달이는 여섯 살. 작년 초 유치원 적응 후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지극한 모범생이 되었다. 물론 사회생활의 적잖은 스트레스를 집에 돌아와 만만한 어미에게 풀어내기 일쑤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친정엄마가 편찮으셨던 모습을 지켜보며 요즘들어 죽음에 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아졌고 제 아비와 어미를 엄정한 잣대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왜 결혼식 사진 속에서 아빠 혼자만 웃고 있고 나머지 가족들은 시무룩해 있느냐는 예리한 질문 앞에서 허둥대다가 위기철의 '우리 아빠, 숲의 거인'을 읽어주며 세상 모든 결혼의 비의에 대해 설명했다. 영달이는 결혼 따윈 하지 않을 것이며 과학자가 되어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했고 남편과 나는 부모로서 송구한 마음에 각자의 뒷모습에 자꾸만 흠칫거리는 못난 어미, 아비로 살고 있다.

 

지난 달, 친정엄마가 편찮으셨던 일주일은 재난 25시와도 같았다. 당장에 영달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는 일을 남편과 내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가며 번갈아 해야 했고 유약하신 아버지께서 덩달아 몸이 안좋아지시는 바람에 친정과 우리집을 정신없이 오가는 나는 초긴장 상태였다. 떨걱대는 무릎에는 파스가 네 장씩 붙어 있었고 꽁꽁 언 양손에는 국통, 김치통 등이 주렁주렁. 잠을 못 자서 안개 같은 머릿 속은 온통 엄마의 검사 결과에 대한 슬픈 상상으로 가득했다. 육아휴직이든 간병휴직이든 내고서 엄마를 돌봐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다가도 갑자기 나를 포함, 영달이까지 불쌍해져서 눈물을 찔끔찔끔. 엄마는 그 와중에도 오빠한테는 자신의 상황을 절대 알려선 안 된다며 이미 방정맞은 내 입을 봉하는가 하면 오빠와 올케가 내려온다고 하자 쑥떡을 쪄놔야 한다고 야간 외출을 도모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일관되게 깐깐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주변을 놀래켰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괜찮았고 엄마도 씩씩하게 걸어서 퇴원하셨지만 나의 놀란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후 일주일간 매일매일 엄마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보아야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무뚝뚝한 오빠의 전화질과 택배 공납도 엄청났다.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란 좋은 것은 다 배달되는 것 같았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걷는지 달리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엄마, 지금은 안 그래도 돼. 엄마도 이제 나이를 생각하세요. 오래오래 살아서 부족한 딸내미를 계속 혼내고 가르치고 해야 나도 엄마만큼은 못해도 그 발뒤꿈치라도 엇비슷하게 따라가는 어미가 되고 인간이 되지." 나는 친정에 갈 때마다 부탁인지 위로인지 푸념인지 하소연인지도 모를 소리를 매양 해가며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엄마의 옷자락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

 

요즘 나는 홀딱 발가벗겨진 채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거나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광장에 서 있는 기분일 때가 많다. 고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을 읽다보니 삼십 중반을 넘겼으면 이제 중년이나 다름없던데 어째 이 나이를 먹고도 자신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선생도 십년쯤 했으면 눈을 감고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육아도 오년쯤 해왔으면 아이 마음까지는 못 읽어도 입에서 나오는 말뜻은 읽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남편하고도 육년쯤 살았으면 우정 비슷한 감정이라도 생겨나야 할텐데 싸우는 게 귀찮아서 아예 입도 닫고 귀도 닫고 할 때가 많으니 살면 살수록 첩첩산중, 혼비중천이다.  

 

독서와 사색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 시절에는, 영달이 비유로 엄마가 공주처럼 예뻤던 그 찰나의 시절에는 무엇이 무엇인가, 정의를 찾아 참 많이도 헤맸었다. 그 무엇에는 행복, 자유, 사랑 등이 있었으리라. 지금은? 들기름 발라 구워낸 고소한 꽁치살이 딸내미 입으로 쏙쏙 들어갈 때마다 헤벌쭉 좋아라 하는, 집중력 있게 밥 먹이기의 달인이 된 또 다른 내가 있다. 별일 없이 흘러가는 다행한 하루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안도의 숨을 쉬며 잠자리에 드는 낯선 내가 있다. 수필과 자동차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한 괴리감. 하지만 어쩐지 이 또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나저나 토토가에 015B는 왜 안 나오는 것이냐. 

 

새해에는 아픈 무릎이 더 많이 아프지는 않길 바라며 똑똑하고 건강한 영달이도 딱 이 정도만 똑똑하고 건강하여도 과분할 듯 하고 영달이의 바람직한 인생관 및 결혼관 성립을 위해 남편과의 비정상회담도 정상회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무엇보다도, 나의 영원한 멘토인 우리 엄마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엄마, 아프지 마요. 제발. 그리고 십년 넘게 하고 있는 선생 노릇도 부디 아이들 인생에 지저분한 낙서로 남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찌어찌 살다 보면 나도 인간 될 날이 오리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죽을 수 있으리라. 설사 그렇지 못하다 해도 그렇게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은 해야 하리라. 매일매일이 첩첩산중, 혼비중천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아쉬운 방학이 가고 있다. 점. 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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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5-01-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은퇴를 했지만 마님이 현역때부터 워낙 무리하게 몸을 쓰는 일을 하다보니 관절 마디마디가 성하지 않은데.. 그 중에 오른쪽 무릎이 제일 말썽이었답니다.

여기저기 병원 다니다 동네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그나마 호전을 보이고 있다죠.

주변에 봉침 하는 곳 있음 찾아가 보세요.

깐따삐야 2015-01-28 11:04   좋아요 0 | URL
저랑 같네요.
저도 오른쪽 무릎을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된 것이 벌써 몇년 전인데 이젠 왼쪽 무릎도 같이 나빠졌어요. 무릎을 새 무릎으로 갈아버리고 싶다, 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서서 가르치고 서서 살림하고. 어쩔 수 없지요.

봉침도 맞아봤는데 그때 뿐이던걸요. 신통방통 명약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다스리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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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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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질문, 격조 높은 답변. 상생의 설렘과 지혜로 충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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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e 2015-02-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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