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써라 - 글쓰기.읽기.혁명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 삼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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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것은 성실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책 제목처럼 ' 네 멋대로 번역해라' 정도로 보여졌다.

문학작품도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한 글을 왜 이토록 조잡하게, 읽기 어렵게 옮겨 놓았는지 답답했다.

번역도 하나의 창작이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놓을 책이라면, 역자는 가장 적절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말을 찾으려고 더 많이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네 멋대로 쓰라고 한 것은 의미만 통하도록 막 쓰라는 것은 아닐텐데, 일단 역자는 이 책을 옮기기 전에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읽어내고 완벽히 이해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이제 도서도 리콜제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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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 2005-11-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문학작품입니다. 그리고 가벼운 책처럼 보이지만, 글쓰기를 통해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들을 담고 있는 철학 책이기도 합니다. 한번 책을 읽어보시는게 어떨까요? 이 책을 아주 절절하고 가슴 뛰게 읽은 독자로서, 그리고 이런 것들을 뛰어나게 살려준 번역에 놀라면서 읽은 독자로서 님께서 하신 말씀에 좀 놀랐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권위'에 너무나 짓눌려 있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읽지 못하고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권위에 기대지 않은 진실된 작업들이 이런식으로 얘기되는 것이 참 가슴 아프네요.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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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보면 작가 김영하는 촉촉한 감상보다는 나른한 엽기를 택하는 쪽인 것 같다.

위선, 자기기만, 집착, 중독, 비굴 등등 서로 얽히고 물리는 현실 속의 악덕들을 간결한 위트와 냉소로 치받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물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나른하게 엽기적인 그 인간 군상은 그 동안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잡아두지만 않았을 뿐, 이 시대를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쉽게 소설이려니, 남의 일처럼 웃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재미와 당돌함 때문에 계속 그의 작품 앞에서 멈칫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작품 속에서 까발리는 구린 현실이 지금의 세태를 과장이나 폄하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더도 덜도 말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할 뿐,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실제로 보여주기 이상의 것을 고민해보지 않아서인지,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해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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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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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무봉의 글솜씨라 알려진 바와 같이 박완서는 연애 소설을 써도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럽고 애잔하게 쓸 수 있는지.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묻고 살지만 뱉어내고 나면 너무도 허전해질까, 꽁꽁 비밀처럼 숨겨두기보다는 간직하고 사는 첫사랑.

대개 평균치의 인간들이 함께 베토벤이나 멘델스존을 듣고 감동할 수 있는 사람보다 살림에 구멍내지 않을 생활력 탄탄한 사람을 최종 선택한다지만, 암묵리에 자타가 인정하듯 비루한 살림이 있기 훨씬 전부터 꿈꾸고 욕망하던 최초의 선택이 있었다.

작은 떨림 하나에도 온몸이 전율할만큼 예민하고 풍부한 청춘에는 상대가 누구인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혼란스럽고 누추하지만 넘치고 남아도는 젊음을 소진할 어떤 대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첫사랑을 그리워한다는 건 첫사랑의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어설프고 너무나 어리석고 한편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잘도 흘러 대상에 대해서는 물처럼 담담하게 완벽해질 수 있으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은 언제나 나를 달뜨게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처음은 show처럼 안된다.

마냥 수줍고 마냥 설레고 마냥 어설프다.

하지만 16mm 카메라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촬영한 인디 영화처럼 뭔가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것이 있다.

박완서, <그 남자네 집>에서 그 떨림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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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 작은도서관 7
임정진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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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즈음해서 외사촌 동생이 놀러 왔는데 집에 초등학생이 읽을만한 책들은 이사 다니며 거의 분실된 탓에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기로 했다.

그 때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이 있었는데 바로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

중학교 시절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와 같은 하이틴 소설로 친숙해 있었던 임정진 작가가 쓴 패러디 동화였다.

기존 동화들의 너무나 빤한 줄거리와 결말에 식상해 있던 차에 제목도 재미있고 이미 익숙해있던 임정진 작가의 작품이라길래 선뜻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매우 만족했다.

상체는 물고기, 하체는 튼튼한 알통다리를 가진 인어공주와 상어왕자의 로맨스는 원래 동화에서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체가 알통다리면 좀 어때,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는데.

결국 그들은 인어공주가 신을 물갈퀴만을 얻어가지고 돌아와 서로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인정해주며 계속 사랑한다는 줄거리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항상 예쁜 것과 착한 것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 탓에 아이들의 상상력이 경직되고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은 모르고.

이 책에 실린 다른 패러디 동화들도 똑같은 상황과 이야기라도 등장인물의 입장에 따라서 얼마든지 재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권장도서나 전래동화전집류에 식상해져가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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