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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 김영하는 촉촉한 감상보다는 나른한 엽기를 택하는 쪽인 것 같다.
위선, 자기기만, 집착, 중독, 비굴 등등 서로 얽히고 물리는 현실 속의 악덕들을 간결한 위트와 냉소로 치받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물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나른하게 엽기적인 그 인간 군상은 그 동안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잡아두지만 않았을 뿐, 이 시대를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쉽게 소설이려니, 남의 일처럼 웃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재미와 당돌함 때문에 계속 그의 작품 앞에서 멈칫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작품 속에서 까발리는 구린 현실이 지금의 세태를 과장이나 폄하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더도 덜도 말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할 뿐,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실제로 보여주기 이상의 것을 고민해보지 않아서인지,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해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