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되었고 원래 3학년을 맡기로 되어 있었는데 덜컥, 1학년을 맡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7학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교복을 입은 폼이 엉성하고, 매사에 질문이 많으며, 눈빛이 참 맑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담임인 나를 닮은 건지 살짝 더 엉뚱한 것 같다. 아이들의 다채롭고 독창적인 언어들이 매일매일 교실을 한 가득 메운다.

  지난 2년 동안 교단을 떠나 있었던 것, 그리고 새 학교로 발령을 받은 것이 이렇듯 신선한 느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처럼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두근대고 설렌다. 목도 아프고 팔도 뻐근하고 쉬는 시간 십분은 너무 짧지만 기대와 열의에 찬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바짝 긴장이 된다.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아이들이 학습의욕이 다소 부족한 대신 순박하고 정스러웠다면 새 학교의 아이들은 똘똘하고 깔끔한 반면 간혹 이기적인 아이들도 눈에 띈다. 특히 중3 여학생들의 포스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넌 참 귀엽게 생겼구나, 넌 목소리도 예쁜데 발음까지 좋구나, 라고 말하면 해벌쭉 좋아하니 아이들은 결국 아이들이지 싶다.

  젊다(?)는 이유로 수업도 많고 업무량도 많은 편인데 아직은 초반이라 괜찮지만 건강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늦게까지 자율학습 감독 하느라 남편도 고생인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침밥과 홍삼을 챙겨 먹이는 것. 요즘 들어 잘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둘 다 열심히 먹고 있다. 그 날의 컨디션이나 업무량에 상관없이 항상 고른 질의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비록 당연한 의무이긴 하나 쉽지만은 않다. 사정을 아는지 일과 중에 기관지에 좋은 녹즙이나 건강식품을 팔러 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정말 요즘 같아선 아픈 것도 호사다.

  엊그제는 소매 단추가 떨어졌다고 오더니, 어제는 체육복을 잃어버렸다고 하고, 모레는 또 무슨 얘길 하려나. 초등학교 7학년과 보내는 나날들이 정신없이 바쁘고 한편 즐겁다. 신학기라 조금 피곤하지만 가정이든 학교든 내가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다. 교사도 사람인데 평범한 사람 그 이상이 되어야 할 것처럼 무리한 요구들이 많은 가운데 힘 빠지게 하는 일들은 어디서나 벌어지지만 잡음이 소란할수록 본분에 충실하기로 한다. 특히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결심한 게 있다. 대학원에는 전국에서 모인 건강하고 의욕적인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받은 좋은 기운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 요즘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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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3-0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깐따삐야님께 수업 듣고 싶어요. 살랑살랑 새학기의 설렘이 봄기운과 함께 느껴져요.

깐따삐야 2009-03-13 21:34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같은 여학생들이 많아요.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퍼지면 교실이 환해집니다.^^

hnine 2009-03-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고 한편 즐겁다'라는 말이 참 듣기도 놓은데요?
밥, 중요하죠. 저도 홍삼 열심히 주고 있는데 ^^ 홍삼이 잘 받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깐따삐야 2009-03-13 21:36   좋아요 0 | URL
몸은 힘들지만 아이들 덕분에 많이 웃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홍삼 참 좋아요. 꾸준히 먹으니까 하루 종일 기운도 나고 저한테는 잘 맞나 봐요.

Mephistopheles 2009-03-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참...메차장님은 젠틀맨인것 같아요.란 한마디에도 헤벌래 하니까 결국은 나도 애군요.

깐따삐야 2009-03-13 21:37   좋아요 0 | URL
저도 인정! 메피님은 젠틀맨이시죠. 아마 입이 귀를 지나 옆통수에까지 걸리셨죠? ㅋㅋ

프레이야 2009-03-0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매단추 떨어졌다고(^^) 오는 초등 7학년 남자아이들과 생활하게 되었군요.
바쁘고도 즐거운 하루하루 건강 잘 챙기시며 보내시길요.^^

깐따삐야 2009-03-13 21:39   좋아요 0 | URL
어제는 미술시간 준비물이라고 4B연필 깎아달라고 오더라구요. 깎아주긴 했는데 언제까지 이럴 건지.-_- 아직도 아이들이 초딩 때 습관을 못 버린 모양이에요.
잘 먹고 열심히 움직이며 지냅니다. 아자아자.^^

레와 2009-03-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잘자고..
모쪼록 아자아자예요!! 깐따삐야님~ ^^*


남자중학교 1학년, 한달정도 교생 실습을 나갔던 적이있었는데.. 힛~ ^^;;

깐따삐야 2009-03-13 21:42   좋아요 0 | URL
밥은 많이 먹는데 잠은 잘 안 온답니다. 한번 푹 자봤으면 좋겠어요.ㅠ

오홋~ 레와님도 교생실습 경험이 있으시군요. 어땠나요? 제가 보기에 중1 남자아이들은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개구쟁이들이죠. 개구쟁이!

레와 2009-03-16 14:20   좋아요 0 | URL
개구쟁이!! 맞아요!! ㅋ
밤톨 같은 개구쟁이들..^^;


러시아어를 영어 시간에 한시간 실습했는데,
반짝반짝 했던 눈빛들과 우렁찬 목소리들..
잊지 못하고 있어요.ㅋ

깐따삐야 2009-03-20 21:38   좋아요 0 | URL
저를 누나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_-

레와님 러시아어를 하세요? 우왓! 무슨무슨 -코프 -스키로 끝나던 복잡한 러시아 이름들이 생각나네요.^^ 레와님을 뵌 적은 없지만 레와님이 선생님을 하셨으면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