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장 바쁠 때 즐기는 딴짓이란! 프로포절이 다음주로 잡혔고 거의 환각 상태로 지내다가 조금 정신을 차렸다. 벌써 5월이구나. 징그러울 정도로 붉게 타오르던 연산홍은 벌써 희끗하니 시들어 가고 있고 이십대의 마지막 봄에 나는?

 그나저나 하도 오랜만에 페이퍼를 쓰려니 잘 안 써진다. 감정을 배제하는 글만 붙잡고 있다가 일상 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니 오히려 그게 더 낯설구나. 요즘은 책도 안 읽고 날이 갈수록 단순해지는 것 같다. 피부가 예전 같지 않아서 수시로 팩은 해주면서 마음의 각질들은 제대로 제거하질 못하고 있다. 나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변화 안에서 조금 엉거주춤 하고 있다. 심란한 주부처럼 공연히 손빨래도 해보고 안 쓰는 그릇들도 정리하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이제 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면 정말 내 가슴에 창 내고자~ 할 수도 없고. 나는 삶에서 평범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평범에 대한 기준조차 없었다는 깨달음. 남들처럼, 이란 말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 란 말도 어폐가 있다. 그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는 것도 우수 답안이긴 한데 좌표 없이 열심히만 살면 뭐? 나는 등 따숩고 배불러서 형이상학적 권태에 빠진 걸까.   

 게임에는 젬병인데 가끔 삶이 게임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겨도 그다지 기쁠 것 같지는 않은데 진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은. 그렇다고 참전을 안 하기엔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듯한 무력감. 마치 매트릭스라는 미로에 감금된 듯한.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라면 또 모르지만.-_-a 선명하지 않은 글, 명징해지지 않는 마음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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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5-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각에 저도 서재에 있었어요.
뭔가를 하느라 분주했었지요.
그건....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조금,창피하거든요.
님을 만나 기쁩니다.

페이퍼,멋져요!

깐따삐야 2008-05-04 22:44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을 하고 계셨을까요? 저도 승연님을 만나 기쁩니다.^^

Mephistopheles 2008-05-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포절이 끝나면 마음의 각질은
뜨신 물에 탱탱 뿔려 억센 이태리 타월로 박박 문지르세요.^^

깐따삐야 2008-05-04 22:45   좋아요 0 | URL
이런 메피님스러운 댓글이 얼마만인지! ^^

Mephistopheles 2008-05-06 12:43   좋아요 0 | URL
메피스러운 댓글을 달기에 깐따스러운 페이퍼가 너무 뜸하다죠..=3=3=3=3

순오기 2008-05-0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브리핑에 뜨길래 반가워서 클릭했는데...명징해지지 않은 마음이라니~~ ㅠㅠ
그래도 님의 근황을 접할 수 있어 좋아요. 6월에 광주에서 볼 수 있으려나...

깐따삐야 2008-05-04 22:46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의 근황도 궁금한데 마음의 여유가 통 없어서리...ㅠㅠ 순오기님의 광주 이벤트는 꼭 참여하고파요.

순오기 2008-06-21 03:02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아직도 바쁜거에요?
광주이벤트 참가비는 그날 현장에서 돈 내는 분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돌려받았어요. 우리 사진도 겁나게 올렸는데...안 바쁠때 한번 둘러보시고 많이 배아파해 주세요~ㅋㅋㅋ
제 카테고리 이벤트를 클릭하시면 제가 올린 글과 다른 분들이 올린 것도 다 먼댓글로 연결되어 있어요.^^

깐따삐야 2008-06-24 01:27   좋아요 0 | URL
저 때문에 많이 번거로우셨겠어요. 죄송합니다. ㅠㅠ
안 그래도 사진 보고 많이 부러워 했답니다. 멋진 여정, 좋은 사람들, 순오기님의 이벤트는 저 이외에도 참 여러 알라디너들을 배 아프게 했을 것 같아요. 이제 방학 했으니 자주 뵐 수 있음 좋겠네요.^^

마늘빵 2008-05-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논문 쓰는 동안엔 마음으로 가는 통로를 차단해놨다는. -_- 머리만 써야돼요 머리만. 아 영문학 계열이라 좀 다른가. 아무래도 문학이다보니. 그래도 논문은 머리로 쓰는 글.

깐따삐야 2008-05-04 22:4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머리로 쓰는 글. 그래서 더 힘든가 봐요. 이렇게 싱숭생숭한 계절에 말이지요. -_-

웽스북스 2008-05-04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 깐따삐야님 ㅜ_ㅜ (중의적 의미의 눈물)

깐따삐야 2008-05-04 22:49   좋아요 0 | URL
아흥! 가끔씩 회전문을 열고 내게로 다가오던 웬디양님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프레이야 2008-05-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야님 반가워요.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있는 상상으로라도 마음 풋풋해지시길요.ㅎㅎ

깐따삐야 2008-05-08 13:44   좋아요 0 | URL
혜경님, 저도 반갑습니다.^^
프로포절이 끝나서 마구 풋풋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