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장 바쁠 때 즐기는 딴짓이란! 프로포절이 다음주로 잡혔고 거의 환각 상태로 지내다가 조금 정신을 차렸다. 벌써 5월이구나. 징그러울 정도로 붉게 타오르던 연산홍은 벌써 희끗하니 시들어 가고 있고 이십대의 마지막 봄에 나는?
그나저나 하도 오랜만에 페이퍼를 쓰려니 잘 안 써진다. 감정을 배제하는 글만 붙잡고 있다가 일상 안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니 오히려 그게 더 낯설구나. 요즘은 책도 안 읽고 날이 갈수록 단순해지는 것 같다. 피부가 예전 같지 않아서 수시로 팩은 해주면서 마음의 각질들은 제대로 제거하질 못하고 있다. 나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변화 안에서 조금 엉거주춤 하고 있다. 심란한 주부처럼 공연히 손빨래도 해보고 안 쓰는 그릇들도 정리하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이제 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면 정말 내 가슴에 창 내고자~ 할 수도 없고. 나는 삶에서 평범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평범에 대한 기준조차 없었다는 깨달음. 남들처럼, 이란 말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 란 말도 어폐가 있다. 그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는 것도 우수 답안이긴 한데 좌표 없이 열심히만 살면 뭐? 나는 등 따숩고 배불러서 형이상학적 권태에 빠진 걸까.
게임에는 젬병인데 가끔 삶이 게임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겨도 그다지 기쁠 것 같지는 않은데 진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은. 그렇다고 참전을 안 하기엔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듯한 무력감. 마치 매트릭스라는 미로에 감금된 듯한.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라면 또 모르지만.-_-a 선명하지 않은 글, 명징해지지 않는 마음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