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endless paper.-_- 써야 할 페이퍼가 세 개씩이나 되는데 오늘은 이만 과감무쌍하게 접어주시기로 한다. 막 추웠고, 삭 떨었고, 넘 피곤하니깐. 알라딘 페이퍼만 열심히 쓰고 정작 기말 페이퍼는 안 써지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으려고 하네. 정말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루다가 쓰고 싶은데 아뿔싸, 늦게 태어난 게 죄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누군가가 벌써 다 해놨다. 그러게,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지. 작품론을 쓰지 말고 그냥 작품을 하나 써오라고 하시지. 그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오만한 생각이 들려고 한다. 아무래도 정 안 되면 알라딘 마이페이퍼를 출력해서 제출해야겠다. 교수님에 대한 독창적인 칭찬이 있는 부분으루다가. 짝퉁 뿡뿡이. 뿡뿡이 이미테이션.
영시 교수님은 종강 기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셨다. 혼자 살기엔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쓸쓸하지 않겠습니까, 똑똑한 여성들이 자식 교육도 잘합니다, 눈을 좀 낮추셔서 결혼들 하세요, 라고. 나는 거기다 대고 분명 누군가 테러를 한 것이라고, 이 동네는 농약을 쳤는지 당최 남자라곤 씨가 말랐다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교수님은 하하하, 웃으시더니 교수회의 시간에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대해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의논해 보시겠단다. 옆에 서른다섯의 언니 선생님이 소근거렸다. 어머, 자긴 한창 때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_-
지난 학기에 함께 스터디를 했던 선생님이 유학을 가신단다. 신화와 성경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분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교육 쪽으로 다시 관심을 기울여 미국으로 가신단다. 남의 결단은 쉬워 보여도 정작 내 일이 되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있는 자리 박차고 떠나는 일. 가족 모두가 2년 정도 계획하고 다 함께 떠난다는데, 도전이 끝나자 다시 새로이 도전하는 그 용기와 결단이 부러웠다. 이미 마흔을 훌쩍 넘긴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그 눈빛에선 열의에 찬 십대마냥 초롱초롱 윤기가 흘렀다. 그에 비해, 아직 한창 때라는 내 눈빛은 동태의 춥춥한 눈동자를 닮아 있었다. 대략 어처구니 없어지려고 했다. 죽여주는 페이퍼를 쓰겠다고 덤비다가 지레 죽지 말고 이번에도 타협이 불가피할 것 같다. 내성적으루다가 연구와 사유에 몰두하리, 라고 쓴 게 언젠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