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진석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난번에 왔을때는 제 장난감이 들어 있는 장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놀더니 제 어멈이 간다고 치우라고 했더니 그래도 몇가지 빼고는 멀끔하게 치워 놓고 갔다.
  사실 이녀석 가고 나면 어질러놓고 가는 뒷끝을 치우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였는데 이번에는 제법 치워 놓고 갔다. 
  다음날 아침 보니까 언제 꺼내서 보았는지 책 한권이 책장 위에 놓여 있다. 

    『할아버지 양복입고 있어요?』 란 책이다.
  아멜리에 프리드 가 지었고  약키 글라익 이 그린 이 책은 독일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손자 브루노가 본 할아버지의 주검을 생각하는 글이다.  
  오래간만에 와서 진석이가 저 혼자 이 책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괜히 울컥해지는게 마음이 싸하게 아려온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어. 그냥 자고 있는거야 ! "
브루노가 큰소리로 외쳤어요.
.....................  할아버지를 땅속에 묻어 흙이되게 하는것이 장례식이라면 브루노는 그 자리에 꼭 있고 싶었어요.
  " 나도 갈래요."
  브루노는 고집스럽게 말했어요.



  끝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신부님의 기도가 끝났을때 브루노는 아빠의 눈에 눈물이 맺혀잇는 것을 보았어요.  브루노가 울 때는 언제나 어른들이 위로해 주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울 때는 누가 위로해 주는 걸까요?



  브루노는 아무리 생각해 보려고 해도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잠자는것과 똑같아.  그런데 한번 죽으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나아"
  크사버 형이 설명해 주긴 했지만 정말 그 말이 맞는 걸까요?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어?"
  며칠후 브루노가 물었어요.
  "공동묘지에."
  크사버 형이 말했어요.
  "하늘에 계시단다."
 아빠도 말해 주었어요.
  ........................................
  브루노는 조심조심 할아버지가 쓰던 방에 들어가 보았어요. '혹시 그 사이에 할아버지가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던요.  사람들의; 착각일뿐 할아버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요. .................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안 계셨어요.



  브루노는 다리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할아버지는 브루노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었지요. 바로 다음 일요일에 가기로 했었는데. .....................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 떠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게 죽음이라니.
  갑자기 브루노는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어요.  그 대신 참기 어려울 정도의 슬픔이 가슴속에 밀려왔어요.
  브루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며 울었어요.



  "아빠, 난 언제 죽어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브루노, 자기가 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싶어요."
.........................................................................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영혼이 들어갈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거라. 네 영혼이 들어갈 자리는 충분히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하늘이 꽉차면 그 때는 어떻게 돼요?"

 

  이 책을 속속들이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언젠가 할아버지가 읽어 준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면서 녀석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제가 찾아오지 못한 나날에 혹시 할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했던것은 아니겠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해 진다. 
  이 책은 왜 샀던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이라고 샀던 책인데. 할아버지가 나오는 책이 여러권인데 진석이는 이 책이 마음에 걸리는걸까? 많은 책 가운데 왜 이 책을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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