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딸기 > 황우석 얘기.

황우석 교수 얘기를 할까 말까 했었는데.

오늘 아는 언니가 내 홈피에 이런 질문을 남겼다.


"근데 나는 요즘 헷갈려. 황우석 교수 이야기만 나오면.

전문지식이 없으니 뭐라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황교수의 업적이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매우 정치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한국과학기술수준을 세계에 드높인다, 라는 것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윤리적 문제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그 부분은 문제삼지 않는다고 하고.. 그렇잖아. "


그래서 나는 이런 답변을 남겼다.


1. 과학적으로는 대단한 업적입니다. 전세계 누구도 이제 그 분야에서 황교수한테 머라머라 못합니다. 저도 기술적인 건 잘 모릅니다만, 외신에서 아주 난리들이 났더군요. 외국 과학자들이 완전히 야코가 죽은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황교수 실험결과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작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들 백기 들고 나왔습니다.


2. 요는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는 겁니다. 다른 나라 과학자들도, 열~~심히 노력했다면 황교수처럼 될 수 있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걔들은 왜 못했느냐? 정부가 막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미국 같은 나라 말이죠. (울나라는 희한하게도, 정부가 막으려 했는데 황교수는 정부 돈 받아 연구를 했더군요. 밑에서 자세히~~)


3. 그런데 다른 나라들도 지금 황교수가 일단 물꼬를 터놓으니깐, 연구 안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돈과 관련돼 있을 거라는 건 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뛰어들어야죠.

부쉬가 버팅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대세는 '연구 yes'로 기울었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이고요.


4. 우리나라 언론이 문제다?


1) 아닙니다.


뭐만 있으면 알지도 못하면서 언론 탓하는 인간들 많더군요. 언론만 욕하면 '비판적 지식인'으로 보인다고들 착각하는 모양이죠. 재섭습니다, 그런 인간들...

울나라 언론에도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허울뿐인 '생명윤리' 싫다, 황우석의 '국가경쟁력'을 택하겠다, 언론이 그렇게 선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저는 인간복제 무서워말고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이른바 theraputic embryonic stem cell)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예를 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언니의 아이가 아프다고 생각해보세요. "히틀러 양산하는 생명복제 결사반대" 누군가가 옆에서 이럽니다. 언니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애를 살리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판에, 옆에서 먼 미래의 '인간복제'(인위적 일란성 쌍둥이의 어려운 말) 우려된다고 연구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면 가만있을 수 있겠습니까?


2) 맞습니다.


울나라 언론, 문제 많습니다. 언론만 문제가 많으냐? 그동안 신문 한번 꼼꼼히 안 보다가 이런 때만 되면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언론비판족'도 문제 많고, 의회도 문제 많습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울나라에서도 논란이 붙은 적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논란이 아니고, 참여연대 등등이 주장해서 연구 금지시키는 생명윤리법안이란 걸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불과 몇년 전의 일입니다(그때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모든 중앙일간지의 1면 톱기사로 실렸더랬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데모하네 마네 그랬었습니다. 그 법안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만, 아마도 이 일이 황교수를 '언론플레이어'로 만들었을 겁니다. 안 그러고서는 연구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이 팍팍 들었을테니까요)


연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서 논쟁을 벌여보고, 만일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난다면(저는 이 쪽이기 때문에) 타당한 법규를 만들고, 정부 지원 규정을 만들고, 행여 과학자들이 허튼 짓 못하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울나라에선 배아줄기세포 연구 금지시키네.. 하더니, 이제보니 황우석 교수한테 수백억을 지원해줬답니다. 언론은 뭐가 문제냐. 금지법 만들고 돈 내주는 정부를 감시하지 못했다 이겁니다. 그리고 이제 정부는 황교수가 뜨니깐, 다시 수백억을 지원해주겠답니다.

미국에서 지금 왜 논란이 벌어졌느냐. 줄기세포 연구를 하는 것은 과학자들 자유입니다. 다만 국민 세금으로 논란 많은 연구를 지원해줄 수는 없다, 이것이 부쉬와 연구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 중요한 연구를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양키들은 의회에서 목터져라 싸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든 과정에 대한 언론의 감시가 없었습니다. 문제가 크지요. 매우매우 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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