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이벤트는 계속된다-제2탄

오늘은 비가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출근을 해서 잠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서랍속을 정리하던 도중 문득 예전에 받았던 작은 카드 한 장이 보이는군요. 잊혀진 듯 보이던 그것을 들여다 보며 이 사무실에서의 여러가지 일들과 만난 사람들이 스크린 화면처럼 천천히 지나갑니다. 미워하고 욕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하던 전화기에게조차 미안하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는건 무엇때문일까요. 좀 더 부드럽고 따듯하고 좋은 말을 해 주지 못했던 전화기. 그리고 내 허벅지와 손을 가끔 멍들게 했던 책상 모서리. 낡은 도장. 구닥다리 컴퓨터와 흐린 모니터.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별 잡스런 생각이 다 드는군요. 참 지겹다 싶게 돈 벌러 다녔습니다. 그럼 돈을 많이 벌었느냐하면 또 그건 아니라지요. 월급쟁이 빤한 수입에 차 떼고 포떼고 남는 얼마간의 수입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며 밥 벌러 다녔던 이 곳. 내일 이후 민들레 홀씨처럼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이런식으로 얻은 자유가 방종이나 게으름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일말의 우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도 저, 당분간 게으름의 관능미에 온몸을 내 맡기고 짭쪼름한 향기를 즐길 것입니다. 문득, 발 아래를 내려다 보니 6년이나 신고 다닌 낡은 실내용 슬리퍼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군요. 자식, 저와 동고동락하느라고 그동안 많이 늙었군요. 기특한 녀석, 지친 제 발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던 녀석을 버려야 하나 고민이 무겁습니다. 그러고 보니 20여년 사용해 온 스템플러는 여전히 좋은 성능을 뽐내고 있군요. 하, 이 녀석은 당연히 정리 박스에 넣어 집으로 운반할 것입니다. 도루코제인데 모양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제 작은 손에 완전히 파 묻히는 앙증맞은 녀석입니다. 고맙다. 이제 우리덜 집에 가서 놀자!!!

아셨죠? 제가 백수되는 기념으로 저에게 어떤 형식의 글이나 편지, 짤막한 안부라도 좋습니다. 형식과 내용 모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입니다. 단, 너무 낯간지러운 멘트도 전 충분히 기쁘게 환영합니다. 원래, 제가 입 발린 맨트를 즐기거든요..흐흐^^

기간 : 오늘 현재 이 시간 이후부터~2005년 5월 8일 (일요일)까지

당첨방법 : 추천(2점) 댓글(1점)을 합한 가산점이 가장 많으신 세 분

상품 : 만원권 상당의 책 선물

이곳에다가 올려 주시면 되고요. 1차에서 당첨되신 물만두님이나 금붕어님 퓨라님은 이번 이벤트엔 참석하실 수 있으나 당첨자에선 제외됨을 알려 드립니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자 하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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