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57538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 > 내가 맞은 건 앞통수일까 뒤통수일까 (댓글:22, 추천:2)

2005-02-18 17:48

오전에 무슨 페이퍼를 하나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지웠다.  세일하는 <크리스마스 악몽>  DVD랑 이벤트 하는 책들 주문하고 나서 딴에는 좋은 정보를 공유한답시고 올린 페이퍼였다. '땡스투 눌러주시라니깐요~~' 호들갑을 떨어놓고 한 시간 만에 다시 들어와 삭제한 이유는 땡스투는커녕 아무도 댓글을 달아놓지 않아서였다. 슬럼프 끝에 의욕적으로 올린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연출가나 배우의 심정이 이럴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자체 심의였다. 책이나 DVD 산 것  굳이 떠벌릴 건 뭐람, 하는 새삼스러운.)

그리고 오후에는 슬픔을 잊고자 붙잡고 있던 일감에 매진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스스로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최근 붙들고 고쳐놓았던 모든 문장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정도가 아니고 말도 안되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생애 최초로 교열 교정자로서 내가 고친 문장들을 어느 출판사의 한 새파란(?) 편집자에 의해 교열 교정 당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문장 수선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 해도 어디냐 하는......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조금 구차하고 수상쩍은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것을 심히 훼손당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맞을 펀치였다.

내가 맞은 건 앞통수일까 뒤통수일까? 그리고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까?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 > 뒤통수 다음 이야기 (댓글:23, 추천:4)
2005-02-20 12:53

어제 낮, MBC 요리 프로를 보며 라면을 함께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목소리가 잔뜩 쫄아있다.

"로 로 로드무비, 나 나 나야."

"지금 어디얏!"

"친구네 집.어제 그만 술마시다가......"

"마누라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당장 집에 달려오지는 못할망정 이럴 수가 있어?"

금요일 저녁 남편이 집에 전화를 걸어왔을 때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울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오겠다던 남편이 외박을 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그 집에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 오후 세 시에나 기어들어왔다(이렇게 표현해도 된다! 되고말고.).

남편이 묻는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이런 식으로 하면 일 못한다고 통보했어?"

"미쳤냐? 그렇게 하면 일해준 게 다 헛일이 되잖아. 돈도 못 받고......"

"그래서 엉엉 울면서 일 마무리 해갖고 보냈어?"

남편의 눈에 경멸의 빛이 살짝 지나간다. 나도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해 죽겠다. 맥주를 마시며 울다 잠들었던 나는 새벽에 일어나 남은 일을 얼렁뚱땅 마무리하여 퀵으로 보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남편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내가 길길이 뛰며 그깟 돈 포기하라고 난리를 쳤을 거라는 사실이다.

갈수록 사는 일이 수치스럽고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잘난척하며 살기로 했다. 안 그러면 어쩌겠는가!

 


 

 

처음에 알라딘 서재란걸 알지도 못했습니다. 전 로드무비님을 다른데서 만났지요.  그곳에선 부르는 이름도 달랐고, 이야기거리도 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드무비님의 유혹의 손길이 뻗어왔습니다..  서재를 구경하러 오라더니, 아예 만들어 보는게 어떻겠냐며 살살 꼬드기시더군요..  귀 얇은  날개, 거기에 홀라당 넘어갔습니다.

물론, 시작은 그냥 문패만 걸어놓는 것이었죠. 주요 목적은 로드무비님 글을 읽고, 댓글달기였으니까..^^  그러다가 한발 두발 서재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게 되었지요..  첫 이벤트도 로드무비님 서재에서였고, 첫 페이퍼도 자꾸 써보라는 로드무비님의 부추김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로드무비님은 저를 책임지셔야 하는 것입니다..흐흐흐~

로드무비님의 페이퍼들은 사실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가지지 않습니다. 카테고리 이름 하나하나 독특하고, 페이퍼 내용은 진솔 그 자체지요.. 삶의 향기가 뚝뚝 묻어나고, 솔직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내게는 참으로 힘든 일을 로드무비님은 너무나 쉽게 하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테고리는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 입니다. 어쩐지 로드무비님을 한 발 가까이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없지만, 제가 찾은 페이퍼는 교정일을 보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입니다. 저 이야길 읽으면서 같이 억울했고, 같이 슬펐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처리를 보세요..!

[갈수록 사는 일이 수치스럽고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잘난척하며 살기로 했다. 안 그러면 어쩌겠는가! ]

로드무비님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이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로드무비님, 아시죠? 제가 항상 로드무비님 팬인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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