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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똑같다고? 어, 희한하네!" - 새 흑백 착시현상
 
과학전문지 '네이처' 소개
이충환 기자
2005년 3월 18일 cosmos@donga.com
주변 배경에 따라 달라보여요 뿌연 안개가 덮고 있는 검은 원반(왼쪽)과 검은 구름이 덮고 있는 하얀 원반. 양쪽 원반들은 동일한 것이다. 사진제공 네이처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우리 눈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하지만 착시라는 현상을 접하면 우리 눈을 한번쯤 의심하게 된다. 사람이 사물을 볼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보기 때문이다.

착시는 사물의 색깔, 운동, 깊이, 흑백도(lightness) 등이 주변 요인에 의해 실제와 다르게 파악되는 현상이다. 흑백도는 희거나 검은 정도를 말한다. 사람이 희고 검은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현상이 ‘흑백도 착시’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3일자 표지논문으로 새로운 흑백도 착시 현상을 소개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심리학부 바튼 앤더슨 박사팀은 논문을 통해 똑같은 물체가 배경의 밝기에 따라 희거나 검게 파악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희고 검은 얼룩이 포함된 4개의 원반을 두고 주변 배경의 밝기를 바꿔 가며 원반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조사했다. 원반들은 흰 얼룩이 밝은 배경의 흰 부분과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하자 놀랍게도 흰 안개에 가려진 검은 원반들처럼 보였다. 이번엔 원반들의 검은 얼룩이 어두운 배경의 검은 부분과 어울리게 하자 똑같은 원반들이 검은 구름에 뒤덮히는 것처럼 파악됐다.

앤더슨 박사는 우리 뇌가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여러 요소로 분리해내다가 착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물체를 비추는 빛의 양인 조명, 물체 표면에서 반사하는 빛의 양인 반사율, 물체와 우리 눈 사이에 놓여 있는 매개물의 투명도 등이 이런 요소다. 연구팀은 매개물의 투명도를 적절히 바꿈으로써 똑같은 원반이 희거나 검게 보이는 착시가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감기택 연구교수는 “흑백도 착시는 주변에 비교대상이 없거나 그림자 효과가 끼어들 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같은 색이에요? 앞면 그림자 속의 가운데 있는 '주황색' 조각은 윗면 가운데 고동색 조각과 같은 색이다. 사진제공 옵티컬 일루전
하늘에 떠 있는 달이 희게 보이는 현상도 흑백도 착시다. 주변에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 태양빛을 받아 혼자 밝게 빛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우주선을 타고 가서 달 옆에 거대한 흰색 천을 펼쳐 놓는다면 달은 어두운 회색으로 보일 것이다.

또 그림자 효과는 극적인 흑백도 착시를 일으킨다. 검정색과 흰색 조각으로 구성된 바둑판의 적당한 곳에 원기둥이 그림자를 드리운 그림을 보자. 그림자 속에 있는 ‘흰색’ 조각과 바깥쪽의 검정색 조각을 비교해보라. 사실 같은 것이다. 믿을 수 없다면 두 조각을 잘라 직접 비교해보라.

감 교수는 “두 조각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동일하다”며 “하지만 그림자 속의 조각은 원래 더 밝은 색이었다고 뇌에서 해석해 이 같은 착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효과는 색깔 착시도 일으킨다. 다양한 색 조각으로 이뤄진 육면체 그림을 보자. 윗면 가운데의 고동색 조각과 앞면 가운데의 ‘노란색’ 조각을 찾아 비교해보라. 두 조각만 따로 잘라 보면 같은 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감 교수는 “색은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에 따라 결정된다”며 “뇌에서 그림자가 지면 반사되는 파장이 달라진다는 걸 감안하고 색깔을 해석하기 때문에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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