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아키타이프 > 언더 더 로즈-표지에 관해


표지라는건 얼굴마담 격이라서 어쨌든 "낚고보자"라는 심보로 실제의 작화와는 차이가 심할 정도로 예쁘게 그리던지,
되도않게 화려하거나 선정적일 경우가 거의라고 할수 있는데
표지만 보고도 작품의 개요를 넌지시라도 느낄수 있게 테마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1권은 라이너스와 메이드가 등장. 라이너스는 총을 들고 있고 메이드는 라이너스의 어깨에 팔을 얹고 있다.
총에서 폭력성과 사건의 긴박함, 위험성을 암시하듯 라이너스는 1권내에서 총질을 여러번 하고, 그외의 인물도 총으로 보복을 감행하려한다.
라이너스는 사건의 구심점 역할로 유발자이며 메이드는 사건의 실상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한 메이드가 신체적 접촉등의 친밀한 행위로 두사람간의 감정적 요소가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2권부터 <봄의 찬가>가 시작되고 그 극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윌리엄이 레이첼을 창너머로 주시하고 있다.
곧 그 둘의 조우가 이루어질것이며 그것은 로맨스가 아니라 또다른 음습한 사건을 예고하듯
레이첼의 표정은 완고하고 윌리엄의 눈은 굉장히 차갑다.
(창안쪽의 윌리엄은 지배자적 주인의 입장으로, 창밖의 레이첼은 관찰의 대상으로 외부로 부터 유입되는 인물로 나타난다.)

 

 



3권은 윌리엄의 단독컷. 안경이라는 소품을 예리하고도 섬뜩하게 연출하므로서 윌리엄의 냉소와 잔인성을 보여주고,
거만한듯 하지만 태생이 그러한것 마냥(사람들은 "타고났다-천성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거나 찬양하는 사고회로를 보인다) 앉아있는 폼이 위압적이나 자연스럽다.-여기서 윌리엄이 권력구조 상위에 위치해 있음을 알수 있다.
한 손에 채찍(인가?,그 비슷무리한)을 들므로써 육체적 학대의 가해자로서 그저 건전한 청소년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커텐으로 가리워진 창(한국판에는 없다)는 외부와의 단절과 안쪽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결코 윤리적이지 못함을 말해준다.
마치 싸아한 배타성과 우울을 고조하듯 전체적인 색조도 청색이다.



그리고 4권.

어지러울 정도로 탐미적이다.
만화가치고(더구나 순정계열이라면) 비탐미적인걸 찾는게 더 수월할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야만스런 관능을 격조있게 그릴줄 아는 작가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3박 4일은 표지만 봐도 감격하겠다... 정말로...

각설하고
한 점 일그러짐 없는 만월 아래 여인의 몽환적인 표정. 창백하리만치 순백한 피부와 갑갑할 정도의 숨막히는 검정 드레스의 완벽한 대비 속에 정점을 찍듯 핏빛의 붉은 기운.

노출하되 적나라하지 않고 : 저 얄상한 목의 젖어짐을 보라. 그 아래 살짝 드러난 가슴선과 속옷까지... 확 풀어내고 싶게 만든다.
흐트러지되 마구 엉키지 않는 : 평소에는 한올의 머리카락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올림머리가 저렇게 아무렇게 흘러내려져 있어 방심하게 만들면서도 바로 씌워진 안경을 보고는 그러한 마음먹음에 주춤이기도 하고
피나 눈물을 흘리되 낭자하지 않는 : 보고 있는듯하면서도 투영하는 듯한 저 눈에 눈물 한방울을 그렸다면 신파였을거고, 군데군데 상처가 났을듯한데도 분위기만 잔뜩 상처 입은듯하지 오른쪽 발에 감긴 붕대 외에는 별 다른 상처도 없다.
그런데 그 내비칠듯한 붕대야 말로 S들을 고무시키고 헐떡이게 하는 잔학성을 품게 만드니 ... 그대여 진정 M이고자 하는가.
줄듯 말듯, 할듯 말듯 : 저 가녀린 손들을 보라지. 저 손가락들이 행하는 행태들을 보라지. 아~ 이 애달프게 만드는 조마조마함.

거기다 활짝 핀 꽃위에 흐트러진 레이첼이라니... 꽃은 여성의 그곳을 상징하는 대체어로도 쓰인다.
더군다나 만개한 꽃잎위에 저런 포즈의 여인이라니 이런 시추에이션은 성적인 유린(학대)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은유로써 뉘앙스만 풍길뿐 강압적 폭력의 격함을 여성과 달빛과 꽃의 시각적 효과로 감춰진다.

피학과 가학으로 가득한 4권이고 표지이건만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감질날 정도로 조율할 줄 알고,
단지 예쁘다, 멋있다, 아름답다의 얄팍한 감상(참, 건방도도한 표현이지만)이 아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뭔가를 자꾸 상상하게 만들며 들볶는 작가의 작화적 연출에 그저 감탄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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