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과 몸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게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서 아프고, 몸이 아프면 괜스레 마음도 좀 약해지기도 하니까.
나의 경우는 좀더 민감한 편이다. 마음이 아프면 정말 몸도 아프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많이 약해진다. 특히 어떨 때는 내 마음대로 내 몸의 컨디션이 조절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니 8시 20분이었다. 아무리 열나게 움직여서 나간다고 해도 지각은 면치 못할 터. 그렇다고 벌써 한번 땡땡이를 쳤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두번이나 할 수 있나. 아무리 아파 죽을 것 같아도 그래서 지 무덤을 지가 파는 꼴이 되더라도 필히 출근은 해야했다. 그런데 죽어도 오늘은 회사를 가야한다고 생각한 순간, 오늘 회사에서 있을 법한 수많은 광경들이 잠시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내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위장은 죄여오는 것 같으며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막힐 것 같고 머릿속 신경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곤두서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온몸의 기능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몸은 한없이 무겁고 머리엔 지끈지끈 열이 나는 것 같으며 속이 울렁거려서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 같았다. 입을 틀어막고 터질 듯한 머리 속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차가운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고 입을 틀어막고 한달음에 화장실로 뛰어가서 먹은 것도 없는 위장을 죄 비틀어놨다.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우스웠다. 발작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실제로는 아프지도 않는데,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치듯 수많은 스트레스 상황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 몸은 그렇게도 수많은 증상들을 한꺼번에 일으키며 급작스럽게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유난히 예민한 내 체질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정말 석연치않은, 나약한 내 정신력에 대해 조소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