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언제나 그렇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역 계단을 오르는데 방송이 흘러나온다.
-주안발 용산행 열차가 부평역에서의 xx한 사정에 의하여 계속 연착되고 있사오니 인천발 의정부행 열차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된장. 또? 좀 기다렸다 직통을 타고 갈까 그냥 갈까하다가 그냥 창동행 전철을 탔는데, 아! 역시나 지옥철이었다. 콩나물 시루보다 더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돌리는 건 고사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람들에게서 발생되는 이상 체온과 온몸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근육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그 공간 속의 30분 남짓한 시간은 거짓말 좀 보태서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며, 내 등에 매달린 짐보따리는 사람들 틈에서 이리저리 뒤틀리고 헐렁한 내 신발은 하마터면 한 짝을 잃어버릴 뻔 했다.
신도림에 이르러 떠밀리다시피 전철 밖으로 나오니 머리가 핑글 돈다.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갑자기 신선한 공기(황사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를 들이키는 기분이다.
신성한 아침에 전철 사우나에서 땀을 너무 빼서 그런지 지금도 어지럽고 힘이 쭉 빠진다. 아마도 사우나에서 너무 오래 있으면 발생하는 증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만 매일 땀을 빼고 근육을 긴장시킨다면 따로 헬스클럽을 갈 필요도, 돈 주고 일부러 사우나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살이 쭉쭉 빠질 것 같다.
음...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공짜로 사우나를 공급해준 철도청에 고마움의 편지라도 띄워볼까.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