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엄마의 목표> (

아마도 1순위 :  나의 피같은 살들을 빼서 무난히 시집 보내기(저를 여행 보내주시면 한 10킬로는 거뜬히 빼서 올텐데...  ㅡㅡ;;)

덩달아 2순위 : 여동생을 잘 구슬려서 고분고분하게 만든 후 지금 남자친구에게 시집보내기(동생은 절대로 남친에게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함. 남친 또한 변함없이 한번씩 그것도 꼭 야밤에 동생을 긁어댐. 그래서 싫어~~ >.<)

내심 3순위 : 올케의 밭(자*)이 실해져서 무사히 손주를 볼 수 있게 되길(하지만 절대로 올케에겐 압박을 주지 않는다. 오죽하면 올케가 제 입으로 제 몸상태를 울 엄니에게 고했겠는가. 엄니는 철이 없는 건지 순진한 건지 모르겠다며, 말은 못하고 내심 고민하고 계신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어쩐지 남동생이 그 비슷한 화제에 다소 씁쓸해했던 것 같은 기억이 슬몃 스치고 지나간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엄마의 관심은 1순위 목표에 꽂혔음은 자명했다. 내가 혼자 있으면 절대로 볼일 없는 아침 정규 방송 프로그램 중 음식에 관한 것이 나왔는데, 거기서 한 행복하게 보이는 부부가 나와서 소위 '샐러리'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염장을 퍽퍽 지르는 게 아닌가.

울 엄니 역시나 '다'자 들어가는 말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도대체 그 샐러리라는 게 뭐고? 난 한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어요. 씹는 맛이 일품인. 뭐 그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 샐러리를 집에서 키울까. 엄마, 힘들껄요. 샐러리 집에서 기르는데 성공했다는 사람 못봤네.(물론 울 엄마는 고향에 있는 밭에 샐러리를 함 키워볼 마음이신 것 같다. 물론 이 못난 딸을 위하야) 그리고 저게 얼마나 비싼데. 이런 작은 동네에선 팔지도 않아요. 큰 마트나 백화점 정도에 가야 있을껄. 그리고 샐러리 먹어서 살 빠지면 모든 사람들이 다 먹고 살 뺐게. (평소 샐러드나 야채를 좋아하는 나는 전에는 가끔 백화점에서 샐러리를 사가지고 와서 마요네즈 혹은 떠먹는 요구르트에 살짝 찍어 오도독 씹어먹는 걸 즐겼다. 요즘은 이도저도 귀찮아서 안하지만) 난 삐딱선을 타고 엄마를 말린다.

물론 나도 살을 빼고 싶지 않은 건 절대로 아니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한숨을 절로 나오고 옷을 입을 때마다 짜증나기 일쑤여서 옷쇼핑도 거의 하지 않는다. (지금은 빠듯한 여행자금을 핑계삼아 더하다) 이렇게 말하면 과거에 연연하는 것 같지만(사실 쬐금 그렇다) 왕년의 내 어어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지금 내 모습을 보며 많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지 못하는 것은 살을 빼는 것보다 살을 찌우는 게 더 쉽기 마련이고 또한 순전히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인스턴트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절대로 가리지 않고 즐겨먹는 나의 식습관과 언제나 그렇듯 부족한(거의 전무한) 운동시간, 그리고 물만 마셔도 찌는 스트레스성 체질(이라고 스스로 자위한다) 도 단단히 한몫했다.

* 자, 이제 내가 엄마의 목표달성을 돕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하나, 식습관을 바꾼다.

둘, 운동을 자주 충분히 한다

셋, 남자에게 관심을 가진다.

*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오랜 여행을 간다. 왜?

하나, 식습관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좀 변하긴 할 게다. 낯선 나라에서 혼자 외로이 앓기 싫다면 오히려 여기서보다도 과일이나 채소를 주기적으로 먹어주면서 관리해야 할테니까.

둘, 운동? 운동도 말할 것 없다. 보고 싶은 대로 많이 보려면 부지런히 다녀야 할테고, 그 운동량과 질이 지금 내가 움직이는 정도에 비할 바가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니.  아무리 안 움직여도 지금보단 많이 움직일테지.

셋, 내가 가는 이유 중 하나- 아일랜드 남자(평소 내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들이 대부분 아일랜드계다)들을 보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가 아니겠음? 게다가 터키나 중동쪽으로 가믄,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공주대접 받는다메? 최소한 그 관심들을 즐기다보면 눈 맞는 남자도 한둘쯤 생기기 않겠어? 라는 흑심을 품고 있는데. 흐흐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는 아마 그저 그 관심을 즐기기만 할뿐 행동으로 옮길 용기는 없을 듯 싶지만)  내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한 놈 안 물어오면 돌아올 생각을 말어! (내심으론 내가 간다니까 혹시나 거기 정착해서 돌아오지 않을까봐 걱정하지만)

푸하하하. 언제나 그렇듯 되돌이표.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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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4-1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페이퍼는 엄마의 목표라기 보다는 여행의 필요성에 대한 페이퍼군요...
여행하면 많이 걸어서 살 빠지기는 하는데, 유럽 같은데는 가끔 여자들이 살이 찌기도 하더군요... 치즈 들어간 맛난 음식들이 많잖아요...ㅎㅎ 과연? ^^

무탄트 2005-04-2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눈치 채셨군요. ^^
안그래도 그런 일말의 가능성-살이 찔 수도 있다는-이 맘에 걸려서 벌써부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제가 치즈도 좋아하거든요. (먹는 건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