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신다.

- 나도 이젠 하루가 다르게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겠구나.

- 이제 너도 결혼해야 하지 않겠니. 우리 살 좀 빼자.

- (여동생 보고) 남자들은 여성스럽게 애교가 있는 여자를 좋아한단다. 그런데 그렇게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아야 쓰겠니. 좀 부드럽게 받아라. 네 올케를 보렴.

엄마의 말이 가슴에 맺히는 이유는, 그런 말을 할 때의 엄마의 슬픈 표정때문이다. 내가 한 눈에 보기에도 예전보다 많이 수척해지셨고 게다가 얼굴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왠지 슬픔이 감도는 것 같아서, 보는 내 마음도 애잔하고 슬프다. 엄마의 목소리와 얼굴만 떠올려도 자꾸만 눈물이 치솟는다. 너희들 얼굴만 봐도 좋다고 말하시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서 내 마음이 아프다.

나이 드실수록 아버지는 더욱 퉁명스럽고 고집스러워지셨다.  어떨 땐 참 외로와 보이는 우리 아버지. 스스로 외로움을 자청하시는 아버지. 갈수록 어린아이처럼 잘 토라지시기도 하고, 당신이 편찮으시면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시면서 정작 삼십년 넘은 세월을 동고동락 해오신 엄마가 편찮으실 땐 무심히 대하셔서 우릴 마음 아프게 하시는 아버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괜한 소리로 엄마를 힘들게 하실 때는 아버지가 정말 원망스럽지만,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엄마에게는 우리가 전부다. 당신의 몸이 아무리 부서지도록 편찮으셔도 우리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밥을 지으시고 그  밥이 사랑하는 자식들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시다는 엄마. 사랑하는 엄마의 빈자리 같은 건 절대 상상도 하기 싫지만, 요즘 들어 엄마가 약한 모습을 보이셔서 자꾸 맘이 불안해진다.

아, 하느님! 제발 우리 엄마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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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4-1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은 나이 들수록 엄마에 대한 마음이 애틋해지고, 엄마는 나이들수록 딸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는것 같아요... 그래서 무언가를 결정할때 늘 엄마가 마음에 걸리고요..
무탄트님의 어머니도, 저희 어머니도 모두 오래오래 사시길....

무탄트 2005-04-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엄마가 맘에 걸려요. 훌쩍. 또 울었어요. 요즘은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자꾸 나와서. ^^
라이카님의 어머님도, 저희 어머니도, 우리 어머니들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곁에 남아계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