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일랜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년 전부터였을 게다. 네이버에서 아일랜드라고 치면 제일 먼저 혹은 제일 눈에 띄는 사이트가 에린(우리이름:허신영)의 사이트였다. 처음엔 아일랜드에 대한 정보나 좀 얻을까 싶어 들어갔는데, 에린의 칼럼이나 아이들 이야기, 아일랜드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유학 혹은 어학연수 들어간 학생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서 금새 그녀에게 호감이 갔고 좋아하게 되었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간간이 그녀의 사이트에 들어가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에린에 대한 믿음과 호감은 점점 더 커져서, 아일랜드에 갈 일이 생기면 그녀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에린이 아일랜드의 옛이름이란 사실도 그녀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 Y가 영문이름을 고민할 때 에린이란 이름을 권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친한 동생 L로부터 정말 믿기지 않는 슬픈 소식을 전해들었다. 처음에 L이 그녀 이야기-우리나라 사람으로 아일랜드 남자와 결혼한-를 꺼냈을 때 불현듯 내 뇌리를 스치는 단 한 사람, 에린이었고 나의 불길한 예감은 어이없이 들어맞아버렸다.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아일랜드로 귀국한 다음날 불의의 교통사고로 그만...  믿을 수 없었다. 설마, 그럴리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가수 김현우처럼 만우절 거짓말이 아닐까 싶었다.  그 동생에게 몇번을 물었다.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그녀가 죽었다고.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주말내내 울었다고. 정말 거짓말 같았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L이 그녀를 알았다는 사실도, 에린의 죽음을 L을 통해서 듣게 될 줄도 정말 몰랐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에린의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다. 그녀의 죽음을 전해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처럼 하얀 백짓장같이 아무것도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그녀이지만, 오직 온라인상에서만 알게된 그녀이지만, 허망해서, 너무도 허망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머리 끝까지 슬픔이 차오르는 것 같다.

삼가 그녀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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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4-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전 이름도 못 들어본 분이지만,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빕니다.

무탄트 2005-04-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고맙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요. 저도 그분이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라이카님도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