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쓴 공주님 느림보 그림책 3
심미아 글 그림 / 느림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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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함께 읽어나가는 책이다.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는 그림을 읽어내려간다. 좋은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전개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한다.그래서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림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아이들은 어디에 그런 이야기가 있냐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구석구석 살펴본다.역시 장화 쓴 공주님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장화부터 찾는다.

장화 쓴 공주님이라는 제목의 발랄함과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표지 그림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장화 쓴 공주님은 벌거숭이 임금님을 요즘 시대의 가치관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벌거숭이 임금님의 옷에 대한 낭비가 도가 지나쳤다면 공주님은 머리치장으로 그 일을 대신한다.하지만 공주님과 임금님은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머리치장은 사치나 낭비라는 측면보다는 창조적인 자기 표현 방법이기때문이다.공주님의 이미지는 발랄하고 당돌하고 귀엽다.이런 이야기의 유쾌함은 공주님의 머리 모양이 사과 머리에서 우산 머리로 사자갈기머리로 바뀌며 잘 드러나고있다.그리고 공주님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신하들과 백성들의 모습도 자신만만한 공주님과 대비되어 재미있게 표현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전반부의 무리없는 전개와 달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에 접어들면서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앞으로 중요한 사건을 몰고올 사기꾼들의 이미지가 그림과 글을 통해 잘 전달되지 않아 이야기를 평이하게 만든다.사기꾼들의 그림이 전체적인 그림에 비해 너무 작아서 전혀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음흉한 속을 드러내보이는 장면에서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아이들을 집중시키기엔 어슬프다.공주님의 보물을 훔치는 장면도 전체적으로 어둠이 너무 짙게 처리되어 아이들에게 사기꾼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전달해 주지를 못한다.지문을 조금 더 첨가했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되지 않아 이야기의 절정에서 공주님의 충격에 공감하기 힘들다.그리고 공주님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런 모습도 괜찮은 걸!" 하며 웃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게 다가갈 것 같다.한편으로는 원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든다.상처가 자학의 수준까지 가는 이야기의 비약은 우스꽝스럽다.그리고 공주님의 진가를 늦게나마 알아차린 신하들과 백성들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다는 미리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의 흐름이라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더 이상 자극해내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이야기에서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로 재구성해내지 못하고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내용만 살짝살짝 바꿔놓은 식이다.아기 늑대 삼형제와 못된 돼지,개구리 왕자 그 뒷 이야기,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삼형제 이야기,아기 돼지 세자매 그림책을 보면 기존 이야기의 틀을 완전히  뛰어넘는 자유로운 구조로  유쾌한 상상력을 보여준다.우리 작가가 외국 동화를 패러디해서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시도는 신선하지만 2003년출판은 늦은감이 있고,고정관념을 깨기에는 부족하다.좋은 패러디 그림책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한 두편 이런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을 집중시키기에는 작가적 상상력이 아쉽다.독특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의 성격을 끝까지 잘 살려냈더라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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