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란 무엇인가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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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11월 30일 토요일 고려대학교 6-101 강의실. 김용옥 교수의 동양사상입문 종강기념특강에 2천 여명의 학생이 몰려들었고, 그 강의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그것이 <여자란 무엇인가?>. 그 강의 때 학생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11장 중 첫 장의 내용이 '첫째가름 맨(MAN)과 르언(人)'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그 내용만 있다.

이 책에서 도올 김용옥은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말하려하지만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 너무도 많은 곁가지를 친다. 때로는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궤변에 가까운 말도 한다. 그래도 나는 이런 점은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런 글 쓰기는 너무도 자유롭기 때문에 필자의 상상력의 발현을 돕고 독자에게도 지적 호기심과 지루하지 않게 할 글의 역동성을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여러 대상에 대한) 자기만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려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까지 곁가지를 쳐내고 있다. 강의 내용을 구어체로 쓴 글이라서 그러하겠으나(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독자에게 글 읽는 맛과 짜증을 동시에 주고 있다.

첫째 가름에서의 주 내용은 맨(MAN)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맨은 남자와 동시에 인간을 의미하는데, 르언(人)은 인간 그 자체를 말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양과 동양에서의 여자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김용옥은 이것을 '서양에서는 자지는 존재하는데 보지는 비존재한다.'라고 표현한다.) 이를 프로이드, 솟터(소도), 성경의 창세기를 비롯한 여러 부분, 동양 고전의 여러 가지 등등(너무 많아서 이런 부수적인 것들이 오히려 主가 되는 듯한 느낌을 자꾸 받게 된다!)을 통해서 근거를 들고 있다.

또한 자신의 전공인 동양학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나쳤는지 동양에 대한 무리한 옹호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서양인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정도는 옹호할 수 있겠지만, 그 자신이 말하려는 서양에서의 여성의 비존재 문제에 대한 것도 동양문화권 내에서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또한 기독교에 대한 유치할 정도의 비난과 독설도 눈에 거슬린다. 이를테면 '깡패새끼하나님' (242쪽)이라는 표현은 이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논리의 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한국신학대학교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인지 목사에 대한 언급을 할 때, 그들은 신학대학에서 성경 공부 조금 했다고 설친다고 말하는 것이 잦다. 신학대학에서 공부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그가 기독교에 대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경험이나 가정 환경에서였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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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22 - 지식인과 대학
강준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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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물과 사상 22>권 (강준만은 이 책을 '호'가 아닌 '권'이라고 부르길 원한다)에서는 [지식인과 대학]을 주제로 예와 같이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강준만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학과 권력] 문제에 대해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어령 같은 대단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지식인에게도 그의 칼날은 벗어가지 않는다. 물론, 강준만은 이어령에게 배울 점이 많으며 그를 존경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지식인은 자기 성찰' 없이는 시체와 같다. 그러나 성찰은 힘든 것. 우리 사회에도 강준만과 같은 성역과 금기 없는 비판을 하는 지식인이 있기에 조금은 더 나아질 희망은 있다고 본다. ( ... 안타까운 점이라면, 지식인은 지식인밖에 그 위치를 지정해주고 비판해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이제는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를 다루는 것이 보편화되고 대중들도 높은 교육 수준이 갖게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지식인을 비판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지식인 스스로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니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깨어난다면 이런 현실도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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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눈 뜰 때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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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대한 것. 성장소설이란 것. 그것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아는 전부였다. 성장소설이란 설레게 한다. 성장하는 것들은 세상의 무언가를 흡수하고 자라는 것이기에, 소설 속의 방황하고, 또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면 나도 세상의 무언가를 흡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라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아담은, 성장이라기 보다 정체성의 혼란이 주가 되고 있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 <아담이 눈 뜰 때> 처음과 끝

이 책은 [아담이 눈 뜰 때]와 함께 7편의 소설이 더 모아진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 모두 한 작가의 손끝에서, 펜 끝에서, 나온 것이기에 닮은꼴인데 쌍둥이는 아니다. 제각각의 개성이 있다. 그런 개성들 사이에 패러디, 인용, 이론과 문학의 경계 허물어짐, 소설과 희곡과 시의 장르 간 넘나듦(장르간 윤색), 작가나 심지어는 출판사 직원의 말까지 등장 등을 보면 장정일 특유의 포스트 모던한 방식의 글 쓰기가 한데 얽혀 드러난다.

이를테면, 장정일의 소설 [아담이 눈 뜰 때]와 장정일의 시 [약속 없는 세대]는 철저하게 닮아 있다. 전체적인 내용 전개에서부터, 어법까지. '우리 세대란 그렇다.'식의 세대 운운하는 세대론까지. 동명의 시로부터 윤색된 소설 [실크 커튼은 말한다]는 말할 것 없이 동명 시의 확대 재생산의 결과물이다.

또한, 장정일 소설에서는 그의 자전적 경향이 강하고 '작가로서의 고민'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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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4
한용운 지음 / 미래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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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세계관, 독립의지, 여성의 어투, 모순과 역설, 산문적 경향…….

만해 한용운 시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만해의 시를 읽었고, 노래했으며, 해석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하나의 유형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시들은 아름답다.

자기 학대적인 사랑의 노래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혹시 우리 모두는 침묵하는 사랑을 가져서인가. 시는 하나의 노래이기에 이미 그것은 침묵이 아니다. 그 노래는 님에게로 향해있으나, 목소리는 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단지, 마음 속에서 메아리치는 노래로, 님에게로 향한 노래는 보이지 않는 님의 벽(또는 세상의 벽)에 막히어 다시 내게로 오는 것이다. 고로, 만해 시는 메아리치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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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루드 지음, 김낙호 옮김 / 시공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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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명] 1. 정보를 전달하거나 보는 이에게 미적인 반응을 일으킬 목적으로, 그림과 그 밖의 형상들을 의도한 순서로 나란히 늘어놓는 것. (28쪽)

이 책은 만화를 '연속예술'이라고 부르면서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화책이다. 만화책이지만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도 있다!) 맥루언의 미디어에 대한 개념을 인용하고, 기호와 상징에 대해 말하며, '표현주의'와 '종합미학'이라는 단어도 종종 등장한다.

글과 그림 사이에서의 갈림길에서 만화와 만화가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말한다.

'지금은 만화를 만들기에 좋은 시대죠. 그래서 전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아주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5000년 전의 옛날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게 있습니다. …말하는 것이 보여주는 것이고… …보여주는 것이 말하는 것이었던 때를.' (169쪽)

개념을 주로 설명하는 앞부분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지만, 뒷부분에 가서는 만화가들이 결코 $$$들(명예나 돈, 권력 등)의 악마적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한 사람의 만화가이기도 한 작가 스스로의 결심 같아 보여서 비장미도 느껴진다. 30%조차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보통 예술가들의 고통도 말해준다.

또한 만화 곳곳에서 작가의 깊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의 예술관을 보자.

'제 생각에, 예술이란 인간의 두 가지 기본 본능인 생존본능과 생식본능에서 나오지 않는 모든 인간 활동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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