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 입문 - 테리 이글턴의
테리 이글턴 지음, 김현수 옮김 / 인간사랑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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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삼아 언급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정신분석학과 문학 사이에 엄존하는 단순명쾌한 상호관련이다. 옳든 그르든 프로이트의 이론은 모든 인간행위의 기본적 동기체계를 고통의 회피와 그 쾌락획득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철학적으로 이른바 쾌락주의(chedonism)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시, 소설, 희곡을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너무나 분명해서 대학에서는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분명해서 대학에서 문학연구에 몇 년씩 바치고도 문학이 궁극적으로 여전히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분명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학강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짜여져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문학작품을 여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영웅적인 사람이 아니면 뭔가 잘못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초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은 처음에 문학을 학문적인 ‘전문분야’로 설정한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왜냐하면 영문학이 존경할 만한 고전의 일종으로서의 위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영문학 연구의 모든 주제가 우리를 좀더 위협하고 기죽이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 밖이 사람들은 학계가 이런 근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통속소설, 스릴러물, 역사소설을 탐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36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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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궁 속에 살면서

― 함민복



집채만한 폭탄

폭탄에 어머니라 부르는

폭탄에도 어머니가 있다니

어머니란 말을 폭탄에도 붙이다니

충격과 공포스런 그들


유크라테스 강 티그리스 강

문명의 발상지를 폭격하는

잔혹함 쪽으로만 진화한,

폭력의 극점인,

무기들을 신봉하는


악의, 페스티벌

저 섬광만 버린다면

우주는 평화로운 자궁

악동이 태어나 혼자 포식하려고

지어미 자궁 속에서 포크질만 하지 않는다면


물어 뜯는다

입을 틀어막는

모래바람의 경고

질겅질겅 씹어

너덜거리는 자궁에 뱉으며


양팔 잘린, 두개골이 함몰된, 어린 생명들의

눈물, 성공적으로 빨고 있다고 자찬하는

경박하고 소갈딱지 없어 보이는 눈빛

주둥이에 묻은 핏방울 쓱쓱 닦는

부시시한 고양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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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서관여행자 2005-06-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 주신 님...
2행... 다시 확인해보니, 오타가 아니네요. "폭탄에(게도) 어머니라 부르는(구나!)"라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2005-06-07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의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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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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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인간아 > [퍼온글] 사진으로 보는 절판본 (1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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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콤파스 (외) / 도냐 바르바라>(우덕룡 외 옮김, 세계문학전집 88, 삼성출판사, 1978)

보르헤스의 단편 14편과 로몰로 가예고스의 장편 <도냐 바르바라>를 합본시켰다. 내가 최초로 산 보르헤스의 책이라 무척이나 기억이.. (지금은 사라져 버린 서울대 앞의 헌책방에서 샀는데, 이곳이 어디인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아 기이한 기분이 든다. 그곳도 혹시나 어떤 미로의 한자락이었던가?)

<죽지 않는 인간>(김창환 옮김, 오늘의 세계문학 29, 중앙일보사, 1982 초판, 1984 보급판 1쇄)

하긴 내가 "오늘의 세계문학"이라는 전집을 큰 마음 먹고 구입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서울역 앞의 어느 헌책방에 들어갔다가 난생 처음 보는 보르헤스의 책을 보고 "얼마냐"고 물으니, 전집 가운데 한 권이라며 싸게 줄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결국 미친 척 하고 지갑을 탈탈 털어 30권 가운데 세 권 빠진 책을 끈으로 묶어 들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사길 잘 했다는 생각뿐이다. 그나저나 이 책의 경우, 한 권에 보르헤스의 초기 단편을 거의 모두 모아놓았다는 것은 반갑긴 한데, 솔직히 각주 하나 없는 번역은 읽기가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허구들>(박병규 옮김, 녹진문예 5, 녹진, 1992)

내가 최초로 읽었던 보르헤스의 책. 당시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대구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친구 것을 빌려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가뜩이나 형이상학적인 소설에 신비적인 색채가 더욱 강하게 깔렸던 모양이다. 표지 그림이 상당히 기기묘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가우디의 성가족교회의 모습인듯?

<바벨의 도서관>(김춘진 옮김, 새로 읽는 세계문학 2, 도서출판 글, 1992)

국내 번역본 가운데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번역이 특별히 잘 되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보르헤스의 에세이가 무려 18편이나 번역 수록되어 있는 까닭이다. 그 유명한 "코울리지의 꿈"은 물론이고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그리고 "<천일야화>의 번역자들" 등은 그야말로 보석같은 글들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코울리지의 꿈"에 등장하는 그 <덕학천도>인가 하는 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

<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이남호 지음, 민음사, 1994)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보르헤스의 소설 8편을 영역본에서 직접 번역하고 각각에 대해 에세이를 덧붙였다. 언젠가 "바벨의 도서관"의 구조를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국내 번역본을 모두 펼쳐놓고 비교한 끝에, 적어도 도서관의 구조를 설명한 대목은 이 책에 실린 것이 다른 스페인어 전공자들의 애매모호한 번역보다는 좀 더 낫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상상동물 이야기>(남진희 옮김, 까치, 1994)

보르헤스와 마르가리타 게레로의 공저.

<중남미 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보르헤스 연구회, 보르헤스 연구회(책갈피), 1993)

외대 서반아어과의 보르헤스 연구 팀이 펴낸 논문집. 보르헤스 연구회라고는 했지만 수록된 글들은 남미 현대 작가들에 대한 것이다. 이후에 BK 21인가 하는 학술진흥프로젝트 때에도 보르헤스의 에세이를 번역하는 연구회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국내 미번역된 보르헤스의 에세이 가운데 상당수의 초벌 번역문을 볼 수 있다. (보르헤스의 에세이이니, 한글로 된 것조차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난해하긴 했지만.. 하여간 책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듯.)

Nueva Antologia Personal (Mexico City: Siglo XXI Editores, 1968)

에스파냐어 판. 보르헤스의 시와 산문, 에세이와 소설을 엮은 선집. 저자 생전인 1968년에 나왔고, 저자의 서문이 붙어 있다.

Obras Completas: 1923-1972 (Buenos Aires: Emece Editores, 1974)

1974년에 나온 <보르헤스 전집>의 1989년도 재판본. 저자의 생전에 나온 책이라서 완벽한 전집이라 할 수는 없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1923)부터 <호랑이들의 황금>(1972)까지만 수록되어 있다. 한 10여 년 전에 무심코 들른 청계천 외국서점에서 운 좋게 산 것인데, 그때 일을 생각해 보면 지금도 짜릿한 기분이 든다. (김아무개라는 교포인지, 학자인지 하는 분이 페루의 리마에서 구입한 것으로 장서인이 찍혀 있다.) 솔직히 민음사 판 "소설 전집"도 좀 이렇게 만들면 안 되나? (물론 이 책은 "원서"라고는 하지만 인쇄상태가 참으로 처참할 지경으로 불량하다.)

1978년에 보르헤스가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겸 출판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와 함께 펴낸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세계 환상문학 걸작선 가운데 제4권인 <카프카>편의 일본어 번역본(國書刊行會 刊). 왼쪽의 것은 케이스고, 오른족의 것은 책이다. 책의 디자인이 무척이나 특이해서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기노쿠니야에서 보고 무척 흥미롭게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올 초엔가 신촌의 헌책방에서 한 권을 발견하고 구입했다.

<카프카>의 케이스와 책의 뒷면. 하여간 특이한 디자인이다.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프랑코 마리아 리치의 독특한 장정이 아닐까.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는지 현재는 매우 희귀한 아이템이 되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 홈페이지 참조: http://www.designboom.com/world/fmr/

보르헤스 전집 제3권 <알렙>의 초판본 표지. 지금의 표지와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전5권 가운데 1, 2권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3권, 그리고 나중에 4, 5권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3권의 표지는 지나치게 튀는 느낌이 강했다. (솔직히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물론 나야 민음사의 보르헤스 전집 표지는 전부 맘에 안 들지만.)

<모래의 책>(송병선 옮김, 예문, 1995)

보르헤스의 소설 16편을 수록하고 있다. 언젠가 이 책에 수록된 "죽지 않는 사람" 중에서 번역문의 황당한 오류를 몇 개 발견해서 역자인 송병선 씨에게 따지고 들었던 기억도 난다. 보르헤스의 번역은 솔직히 누가 하더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민음사 판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도 없지만.. 하여간.. 아쉽다.

<보르헤스>(김춘진 엮음, 작가론총서 15, 문학과지성사, 1996)

절판본은 아니지만 알라딘에는 사진이 없길래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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